
여러분 안녕하세요. 다시 한번 여러분과 만나 하이퍼그리프의 창작 비하인드를 계속해서 공유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이번 「왜 하이퍼그리프인가」의 주인공은,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왔고 또 더 많은 제작 뒷이야기를 궁금해했던 하이퍼그리프 산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 중력우물 입니다.
이번에는 연출·감독 Kayson, 雪球君, 그리고 비주얼 이펙트 감독 庄全을 모시고, 중력우물의 창작 비하인드를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하이퍼그리프의 애니메이션 단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나눠보겠습니다.
PART 01
PV는 단순한 광고 영상이 아니다
— 몇 분 남짓한 러닝타임으로 캐릭터에 대한 관객의 인상을 구축한다
HOST
먼저 독자 여러분께 인사와 함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Kayson
저는 Kayson입니다. 중력우물의 연출·감독 중 한 명으로, 《명일방주: 엔드필드》 공개 PV와 《명일방주》 「중생의 여정」 등 SideStory 선행 PV 제작을 담당했습니다.
雪球君
저는 雪球君입니다. 저 역시 중력우물에서 연출·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명일방주》 SideStory 「폐허」, 「설산에 오르는 1101」의 선행 PV와 최근 메인 스토리 「상변임계」 선행 PV를 담당했습니다.
庄全
저는 중력우물의 비주얼 이펙트 감독 庄全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비주얼 이펙트’란 곧 ‘시각효과’를 의미합니다. 저희는 콘티 제작 단계부터 참여해 영상 전체의 화면 연출과 관련된 전 과정을 담당합니다. 방금 언급된 《명일방주: 엔드필드》 공개 PV나 「중생의 여정」 선행 PV 같은 작품들에도 모두 참여했습니다.
HOST
중력우물에서는 주로 어떤 영상 제작을 담당하는지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Kayson
중력우물은 주로 자사 게임의 홍보용 CG 애니메이션 제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3D 분야에서는 신규 버전 선행 PV 같은 영상들을 제작하고 있고, 2D 분야에서는 《명일방주》의 오퍼레이터 전원 집결 PV 등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리 앤 탐정사무소」, 「케오베의 그림일기」 같은 미니 애니메이션 제작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게임 내 일부 연출 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HOST
그렇다면 세 분께서 이번 기회에, 제작 과정을 잘 모르는 독자분들을 위해 저희 3D 애니메이션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완성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Kayson
그럼 《명일방주》 선행 PV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프로젝트 팀에서 저희에게 하나의 큰 방향성과 개요를 전달해 줍니다. 이후 중력우물의 각본 담당과 연출진이 그 방향을 바탕으로 함께 내용을 더 풍부하게 다듬어 나가죠.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 팀과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며 소통하게 됩니다.
雪球君
저희 쪽에서도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요소를 어떻게 시각화하면 더 효과적으로 표현될지 고민하고, 그 안에 저희의 판단과 창의성을 더하는 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보통 프로젝트 팀과 세네 차례 정도 논의를 거치게 됩니다.
그다음 단계에서는 「텍스트 콘티(文字分镜)」를 제작합니다. 비교적 상세한 문장으로 각 장면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화면 안에 어떤 요소를 담고 싶은지를 설명하는 단계죠. 물론 요즘은 대부분 클라우드 문서로 작업하기 때문에, 단순히 텍스트만 쓰는 것이 아니라 참고 영상이나 이미지도 실시간으로 첨부해 최종적인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Kayson
텍스트 콘티 작업이 끝나면, 콘티 담당 팀원들이 본격적으로 제작 공정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캐릭터 성격에 맞는 연기 요소들을 추가해 하나의 동적 콘티(动态分镜)를 완성하게 되죠. 동적 콘티를 통해 저희는 화면 요소들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경과 캐릭터 모델의 제작 분량, 애니메이션 연기 방향성, 특수효과 요소 같은 것들을 확인하며 이후 제작 단계를 이끌어 나갑니다.
雪球君
동적 콘티를 제작할 때는, 저희가 원하는 분위기에 맞춰 기존 음악 자료들을 편집해 음악 방향성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후 음악 부서 선생님들이 이를 바탕으로 선행 PV의 음악을 제작하게 되죠.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음악 쪽에서 먼저 아이디어가 나오는 때도 있습니다. 음악 담당 선생님들 역시 자신만의 구상을 갖고 계시거든요. 예를 들어 「폐허」 선행 PV에서는 《Little Wish》를 사용했는데, 당시 EP 제작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EP 일부를 먼저 공개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희도 영상을 만들면서 모모카가 직접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넣고 싶었고, 그래서 TV 속에서 그녀가 노래하는 연출을 배치했습니다. 그렇게 두 방향의 아이디어가 결합되면서, 최종적으로 영상 속 그 장면이 탄생하게 된 거죠.
庄全
선행 PV를 만드는 작업은 다른 영상 제작과는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게임 내 컷신 애니메이션이나 미니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서사성이 강한 작품들입니다. 이런 영상들은 러닝타임도 비교적 길기 때문에, 저희가 충분한 빌드업을 쌓을 여유가 있습니다. 그래야 관객들도 스토리와 캐릭터를 더 깊게 이해하기 쉬워지니까요.
하지만 선행 PV의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희가 만드는 선행 PV는 대부분 게임 콘텐츠가 정식으로 업데이트되기 전에 먼저 공개됩니다. 즉, 플레이어가 아직 실제 콘텐츠를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교적 짧은 영상만으로 캐릭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빠르게 이해시켜야 합니다. 동시에 이 캐릭터에 대한 첫인상도 미리 구축해야 하죠. 또 기존에 이미 공개된 캐릭터 스토리나 배경, 복선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합니다.
Kayson
이격 오퍼레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캐릭터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겪고, 새로운 장소로 향하게 되는데, 이런 정보들은 플레이어가 선행 PV를 볼 시점에는 아직 알지 못하는 내용들이죠.
庄全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3~4분 정도의 선행 PV 안에서 이런 정보들을 최대한 재미있고, 혹은 멋진 방식으로 플레이어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동시에 사람들을 더욱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역할도 해내야 하죠.
HOST
이벤트 선행 PV에서 묘사되는 스토리는 때때로 게임 본편의 전개와 완전히 같지는 않고, 게임 내에는 등장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제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庄全
사실 선행 PV의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저희가 프로젝트 팀과 초기 논의를 거친 뒤, 하나의 큰 방향성을 정하고, 그 위에 저희만의 아이디어나 오리지널 요소를 더해가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완성된 이후에는 다시 프로젝트 팀 담당자들과 논의를 진행하며, 전체 방향성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고 게임 설정과 어긋나는 부분은 수정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캐릭터가 원래 매우 엄숙한 인물인데, 특정 장면에서 지나치게 활발하게 표현됐다면 그건 맞지 않겠죠. 결국 게임 자체의 설정에 맞춰야 합니다.
Kayson
저희와 프로젝트 팀의 시나리오 작업은 공동 창작에 가깝고, 두 방향이 병행되는 형태입니다. 저희에게도 어느 정도 창작의 여지가 있죠. 저희가 만든 영상들에는 대부분 이야기적인 요소를 넣으려 합니다. 캐릭터성에 대한 해석을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서사적인 내용이나 캐릭터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주제를 전달하려는 거죠. 단순히 광고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론 트레일」 선행 PV는 사실상 크리스틴, 오올헤약, 뮤엘시스의 인물 외전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중생의 여정」의 경우 배경이 라테라노인데, 라테라노 하면 누구나 산크타, 디저트, 총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전까지 CQB(근거리 실내 총기전)나 ‘건 카타’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을 본격적으로 선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관객들을 위해 템포감이 빠르고 전투도 격렬한 총격 액션 장면을 구성하게 됐습니다.

雪球君
저희는 각 영상마다 항상 뭔가 차별화된 요소를 넣으려 합니다. 또 저희 나름의 이해를 바탕으로, 게임 세계관을 조금 더 보완하거나 지금까지 한 번도 ‘실체화’되지 않았던 요소들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플레이어들에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庄全
또 한 가지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너무 의도적으로 설명하려 들수록 관객은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낀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관객에게 생각하고 탐색할 여지를 남겨주는 연출이 더 매력적으로 작용할 때가 많죠. 예를 들어 「시라쿠사인」 선행 예고편 속 라플란드는, 관객 입장에서 “왜 여기에 온 거지?”, “이곳을 돌아다니며 뭘 하려는 걸까?” 같은 궁금증을 품게 만듭니다. 그렇게 관객이 영상에 끌려 들어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성과 상호작용에도 더 흥미를 느끼게 되죠.
Kayson
확실히 그런 감각이 있습니다. 정보를 전달할 때는 관객이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비로소 관객과의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인 원칙 중 하나도, 화면에는 반드시 어느 정도 ‘해석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PART 02
독특한 시선으로 현실적인 질감의 비주얼을 구현하다
— 현실에서 본 적 있는 것들은 누구나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다
HOST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을 구축하는 것 역시 제작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 중 하나일 텐데요. 세 분께 저희의 배경 디자인 과정이 대략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Kayson
우선 콘셉트 디자인과 아트 담당 선생님들께서 당시 세계관에 맞는 배경 콘셉트와 아트 콘셉트 이미지를 제공해 주십니다. 저희는 그 콘셉트 아트를 바탕으로 세부 원화를 제작하고, 이를 3D 배경 모델링 작업에 활용하게 됩니다. 다만 저희도 콘셉트 디자인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면서, 별도의 추가 디자인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중생의 여정」 선행 PV의 첫 번째 장면은 라테란의 아이들이 식사하는 장면인데, 그 공간은 육아 성당의 콘셉트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장면은 놀이공원인데, 회전 찻잔 같은 놀이기구들이 등장하죠. 이 놀이공원은 저희가 자체적으로 확장해서 만든 설정입니다. 당시에는 “이곳이 라테란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라면, 아이들이 밥 먹고 잠자는 곳뿐 아니라 놀이시설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놀이공원을 만들어냈습니다.
HOST
배경을 제작할 때는 어떤 방향성과 사고방식을 기준으로 삼고 계신가요?
Kayson
저희의 비주얼 언어 설계는 기본적으로 현실적인 질감을 재현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 기반 위에서 독특한 시점을 찾아 표현하려고 하죠. 예를 들어 회전 찻잔 같은 놀이기구도 실제 놀이공원의 디자인을 참고합니다.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무도 본 적 없는 것”,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본 적 있는 것들은 누구나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저희만의 독특한 시점을 더해 표현하면, 더 신선한 비주얼이 탄생하게 되죠.
雪球君
그리고 이런 부분은 프로젝트 팀이 제시한 전체 스타일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자체적으로 확장해 디자인하는 배경 역시, 우선 이번 프로젝트의 공간 스타일과 비주얼 스타일을 기반으로 삼은 뒤 그 위에서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이번 7주년 「상변임계」 선행 예고편만 봐도, 전체 비주얼 요소에 매우 뚜렷한 소비에트 미학풍 분위기가 담겨 있었죠. 저희는 그런 핵심 포인트를 먼저 찾아낸 뒤, 거기서부터 디자인을 확장해 나갑니다.
Kayson
맞습니다. 사실 저희가 디자인을 할 때는, 미술이든 콘티 연출이든 설계 규칙이나 디자인 언어, 영감의 출처까지 모두 현실적인 기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육아 성당 장면을 보면 중앙에는 거대한 성당이 있고, 주변에는 낮은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현실에 이런 극단적인 높이 대비가 존재할까 싶었는데, 실제로는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만 해도 높이가 거의 200미터에 달하고, 주변 건물들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망원 렌즈로 촬영하면 비슷한 느낌이 연출됩니다.

庄全
《엔드필드》 공개 PV를 만들 당시에도 이런 작은 일화가 있었습니다. 저희가 비주얼 이펙트를 작업하면서 계속 Kayson에게 “영상 속 제강호(帝江号)는 대체 얼마나 큰 거냐?”고 물어봤거든요. 그러자 Kayson이 농담처럼 “회사 아래 도로 기준으로 여기서 몇 번째 교차로까지 이어진 길이 정도”라고 설명해 줬습니다.
Kayson
그리고 직경은 맞은편 산업단지보다 조금 더 큰 정도라고도 설명했죠. 저는 늘 그런 식으로 비유합니다. 물론 저희에게는 제강호의 콘셉트 디자인 데이터가 있긴 하지만, 숫자만으로는 실제 화면에서 어느 정도 규모감으로 보일지, 또 캐릭터와 비교했을 때 크기 비율이 어떻게 느껴질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현실 속 비율을 참고해야만, 화면상에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거든요.

HOST
중력우물은 지금까지 매우 다양한 유형과 스타일의 선행 PV 및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매 작품의 스타일은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나요? 또 그렇게 정해진 스타일을 바탕으로, 실제 스타일링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궁금합니다.
雪球君
처음에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프로젝트 팀에서 전체적인 스타일 방향성을 제시해 줍니다. 그러면 저희는 그 스타일 방향을 캐릭터의 분위기와 연결해 확장하고, 세부적으로 다듬어 나갑니다. 캐릭터 연기의 방향성이나 영상의 색조, 질감 같은 요소들도 모두 저희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만의 아이디어와 창작도 함께 더해집니다.
Kayson
맞습니다. 예를 들어 「태양을 뿌리쳐라」 선행 PV는 경쾌한 분위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희극적인 연출과 과장된 표현을 통해 전달하는 방향을 떠올렸고, 그 안에 과장 변형 연출도 추가하게 됐습니다.
雪球君
「상변임계」 선행 PV 역시 특별한 스타일링 연출을 시도했습니다. 기존처럼 캐릭터들의 멋진 신규 모습만을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었거든요. 클로저를 제외하면, 이번에는 대부분 과거의 모습들을 활용해 캐릭터들이 지나온 시간을 되짚는 느낌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내레이션 중심의 화면 언어를 대거 넣어 전체적으로 더 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었고, 개별 컷의 길이도 이전보다 훨씬 길게 가져갔습니다.
저희도 이번 영상을 통해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었습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보다 서사적인 표현을 시도하고, 더 많은 감정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이죠. 프로젝트 팀 역시 이런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HOST
이처럼 다양한 스타일을 동시에 다루는 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나 도전 과제는 없었나요? 또 그것들을 어떻게 해결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Kayson
화려한 액션이나 이펙트를 만드는 것에 비해, 드라마 파트를 만드는 일은 오히려 화면 언어의 표현력을 더 많이 요구합니다. 문예적인 장면을 잘 다루지 못하면, 캐릭터 관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죠.
雪球君
문예 장면 설계는 오히려 액션보다 더 어렵습니다.
Kayson
어려움은 정말 많습니다. 제가 예전에 「론 트레일」 선행 PV를 만들 때를 예로 들면, 영상 속 세 캐릭터는 사실 서로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하나로 묶어줄 공통된 주제를 찾아야 했는데, 그 주제가 바로 “탐색”이었습니다. 이후 몽타주식 교차 편집과 숨겨진 네 번째 인물의 단서를 활용해, 영상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츠빌링슈튀르메의 가을」 선행 PV의 경우, 사실상 비비안나의 잠재의식을 다룬 이야기였습니다. 아르투리아가 비비아나의 잠재의식 속을 침범해 들어간 설정이었죠. 하지만 두 인물이 직접 대화를 많이 나누는 구조는 아니었기 때문에, 비비아나와 공간 사이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녀가 실제로 겪은 적 없는 캠퍼스 생활을 보여주며 과거를 표현하기도 했고, 두 번째 장면에서는 에셔의 작품 《Relativity》를 연상시키는 공간 구조를 사용해 이곳이 꿈속 세계라는 점을 전달했습니다.
사실 그 영상 전체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잡았던 시각적 포인트도 에셔의 그림이었습니다.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요소들을 통해, 관객이 “지금 꿈속에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만들고 싶었죠. 결국 이것도 앞서 말씀드렸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기반으로, 관객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만드는 것 말입니다. 그런 출발점이 있으면 작업 방향을 훨씬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막연하게 헤매지 않아도 되고, 이번 영상이 문예적인 방향으로 갈지, 액션 중심으로 갈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되죠. 그리고 그 이후에는 균형을 찾는 과정이 남습니다. 어떻게 해야 문예 장면에서도 사람의 감정을 강하게 흔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거죠.

Kayson
당시 저를 가장 괴롭혔던 건, 어떻게 하면 3차원 공간 안에서 에셔 작품 특유의 효과를 구현할 수 있을지였습니다. 그 문제 때문에 대략 2주 정도를 붙잡혀 있었죠. 한편으로는 각본을 계속 수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간단한 모델링을 만들어 카메라 구도와 시각 효과를 시험해 봤습니다. 왜냐하면 그 표현을 끝내 구현하지 못한다면, 각본 자체를 완전히 갈아엎고 다른 방향으로 다시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당히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마지막에는 다른 아트 담당 선생님 한 분이 함께 협력해 주셔서, 꽤 만족스러운 결과를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하나의 큰 난관을 돌파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庄全
비주얼 이펙트 쪽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감독님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릴 때마다, 뒤쪽 제작 파트는 굉장히 괴로워집니다(笑).
앞서 이야기했던 「태양을 뿌리쳐라」 선행 PV만 해도 다양한 스타일 연출을 시도했는데, 예를 들어 《톰과 제리》 같은 연출처럼 캐릭터가 눈을 치켜뜰 때 눈동자가 약간 늦게 따라오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이런 건 비교적 오래된 애니메이션 연출 방식인데, 이를 3D 애니메이션에서 어떻게 구현할지가 또 하나의 연구 과제였죠. 최종적인 구현 방식은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저희는 해당 장면을 여러 번 반복 제작한 뒤, 눈동자처럼 움직임 타이밍이 서로 다른 요소들을 각각 추출해 메인 화면 위에 겹쳐 올리는 방식으로 효과를 완성했습니다.
또 이 영상에서는 화면 안에 배선 같은 선형 요소나, 스케치 느낌의 사선 표현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이런 다소 2D 애니메이션·만화풍 요소들을 활용한 것도 영상 전체의 스타일과 서사 방식에 맞추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사전 연구가 필요합니다. 재질 표현 연구도 해야 하고, 테스트 작업도 진행해야 하죠. 말하자면 저희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때마다, 그걸 위해 새로운 기술이나 표현 방식을 하나씩 새로 개발해야 하는 셈입니다.

庄全
또 하나 비교적 대표적인 사례가 「중생의 여정」 선행 PV입니다. 이 영상은 사실 전체 컷에 일종의 렌즈 왜곡 효과가 들어가 있습니다. 영상 전체가 살짝 늘어나 보이면서, 구면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나죠. 당시에는 이걸 어떻게 설명하셨었죠?
Kayson
이 연출의 출발점은, 도시 전체가 주 시스템에 의해 감시되고 있다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던 데 있습니다. 그래서 감시 카메라 시점 같은 화면을 재현하려 했죠. 그런 발상에서 출발해 거꾸로 추적해 보니, 초기 광학 렌즈로 촬영한 화면들에는 특유의 왜곡 현상이 존재한다는 점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庄全
그래서 저희가 영상 전체에 이 왜곡 효과를 넣은 데에는 하나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은 카메라를 통해 이 세계를 감시하는 시점에 놓여 있으며, 관객 자신이 곧 ‘주 시스템’이라는 것이죠. 다만 표현을 지나치게 과장하지는 않았고, 일부 장면에서만 왜곡 강도를 조금 더 높였습니다.
물론 영상 전체에 렌즈 왜곡을 적용하면 캐릭터 표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면 가장자리 가까이에 있는 캐릭터는 형태가 늘어나 보이게 되죠. 저희도 거의 작업이 끝날 무렵에야 이 문제를 발견했고, 이후 추가 수정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스타일 연출이라는 것도 결국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실험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HOST
저희 영상에서는 캐릭터의 눈과 손을 강조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눈과 손은 제작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디테일 요소라고 볼 수 있을까요? 또 이렇게 연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雪球君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면, 손과 눈은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도구입니다. 또 어떤 캐릭터는 손 부분에 독특한 아트 디자인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어서, 그런 캐릭터는 손 연출을 더 많이 보여주기도 합니다.
庄全
(笑) 원래 그런 이유였군요? 감독님들은 감정선을 기반으로 콘티를 짜다 보니, 때때로 손동작을 통해 캐릭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강조해야 하는 장면이 생깁니다. 게다가 그런 컷들은 초근접 클로즈업인 경우도 많죠. 그러면 저희는 손 모델링과 애니메이션을 더욱 세밀하게 다듬어서, 자연스럽고 보기 좋게 보이도록 수정하게 됩니다.
Kayson
클로즈업 장면 속 손은 대부분 추가 수정 작업이 들어갑니다. 3D 리깅이 끝난 상태 그대로는 보기 어색한 경우가 꽤 있거든요. 특히 손가락 관절 부분이 그렇습니다.

庄全
결국 3D 애니메이션은 사람의 움직임을 모사하는 작업입니다. 현실 속 사람의 동작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그걸 3D로 구현했을 때 현실과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관객은 바로 위화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텍스처든 캐릭터 애니메이션이든, 관절 표현까지 포함해서 이런 클로즈업 장면은 특히 더 신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영상 전체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단 하나의 컷에서 관객이 어색함을 느끼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질 수 있거든요.
Kayson
눈의 경우를 말하자면, 서브컬처 스타일 캐릭터의 얼굴은 굉장히 고도로 단순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공간이 사실 눈이나 헤어스타일 쪽에 많이 몰려 있죠. 예를 들어 코는 크게 디자인을 변형하기 어렵고, 입 역시 표현 공간이 넓지 않습니다. 하지만 눈은 다릅니다. 속눈썹이나 눈가 표현, 점이나 흉터 같은 디테일까지 포함해, 저희가 스타일링과 창의적인 연출을 시도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큰 부분입니다.

庄全
맞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창의성 축적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계속 쌓이고 발전할수록, 저희도 영상을 점점 더 멋지게 만들고 싶어지거든요. 제작 측면에서 보면, 눈에는 표현할 수 있는 요소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조작하고 조정할 수 있는 여지도 훨씬 넓죠.
예를 들어 다양한 형태의 동공, 설정에 따라 달라지는 눈동자 표현, 그리고 여러 방식의 하이라이트 연출 등이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은 후반 작업 단계에서 실제 인간 눈동자의 반사 느낌에 가깝게 구현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렇게 하면 눈빛이 훨씬 더 생동감 있게 살아나죠. 그래서 저희는 이런 부분에 특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HOST
중력우물의 영상은 PBR(물리 기반 렌더링)과 NPR(비사실적 렌더링)을 결합한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스타일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庄全
초기에는 한편으로는 저희만의 독자적인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명일방주》 자체의 디자인 스타일 안에 현실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그런 현실적인 부분을 버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점차 “머리카락·피부·얼굴은 2D 스타일로, 의상·소품·배경은 비교적 현실적으로 표현한다”는 방향성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도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2D 표현과 현실적인 질감 사이의 접점을 찾아, 서로 어색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죠.
이후 오랜 시간 연구를 거치며 화면을 더 자연스럽게 보이게 만드는 여러 방법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의상과 머리카락 사이, 또 머리카락과 얼굴이 맞닿는 경계 부분에 추가 그림자를 넣어 연결감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식입니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발전해, 명암 영역 자체를 조정하는 방식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 얼굴의 어두운 부분 색감을 실사 오브젝트의 음영 색과 통일해, 2D 표현과 현실적인 질감 사이의 차이를 줄이는 거죠. 이런 부분들이 저희 스타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얼굴 조명 처리입니다. 얼굴에 빛이 비치면 그 빛이 머리카락에도 닿고, 머리카락 역시 반사광을 만들어내죠. 예를 들어 앞머리가 이마 가까이에 있으면, 이마 쪽에도 자연스럽게 머리카락 색이 살짝 비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런 부분의 색을 서로 섞어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이렇게 하면 경계가 더 부드러워질 뿐 아니라, 얼굴 자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배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배경이 캐릭터보다 튀어서는 안 되니까요.
사실 저희가 만든 모든 영상을 흑백으로 바꿔 봐도, 캐릭터의 얼굴은 언제나 화면에서 가장 밝게 보입니다. 이것은 저희가 계속 지켜온 하나의 기본 원칙입니다.

HOST
액션 연출 역시 저희 작품의 특징적인 요소 중 하나입니다. 세 분께서 액션 연출의 제작 과정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또 별도의 액션 디자이너나 액션 디렉터가 존재하나요?
Kayson
액션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저희 애니메이터들이 담당합니다. 설계 단계에서는 먼저 캐릭터의 무기를 고려하고, 그 무기에 맞는 스타일을 찾습니다. 액션을 좀 더 과장되게 갈지, 아니면 현실적으로 표현할지도 여기서 결정하죠. 또 그 스타일에 맞는 참고 자료도 찾습니다. 예를 들어 유명 영화 같은 것들이죠. 그런 기반 위에서 저희 스스로 직접 몸을 움직여 보거나 촬영해 보면서, 카메라 연출과 액션의 호흡이 어떤 식이어야 멋있게 보일지를 고민합니다. 결국 액션은 카메라 워크와 잘 맞물려야 보기 좋거든요.
3D 애니메이션의 장점 중 하나는 훨씬 자유롭고 과감한 카메라 연출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특징적인 표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대략 이런 방향으로 작업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겠네요. 혹시 추가하실 부분 있나요?
雪球君
저는 사실 액션 연출에는 그렇게 능숙한 편이 아니라서…… 애니메이터 선생님들과 많이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그분들이 정말 멋진 아이디어를 많이 제안해 주세요.
Kayson
맞습니다. 저희도 애니메이터 선생님들이 잘하는 부분이나, 스스로 해보고 싶어 하는 연출을 참고합니다. 당시 「중생의 여정」 영상에서 함께 작업했던 애니메이터 叶 선생님은 액션 연출 경험이 굉장히 깊었고, 총격 액션에 대해서도 상당한 고집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총알이 벽에 맞고 튕겨 나가는 표현도, 그 도탄 효과의 정확성이나 탄도의 각도까지 굉장히 세세하게 신경 쓰셨죠.
庄全
애니메이터분들은 보통 실제 애니메이션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직접 연기를 해보고 촬영한 뒤 화면을 보면서 리듬감을 맞추는 방식을 자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은 초당 24프레임으로 움직이는데, 어떤 컷에서 프레임이 몇 장만 더 많아져도 템포가 어긋나면서 전체 장면이 굉장히 질질 끄는 느낌이 날 수 있습니다. 직접 몸으로 움직여 보지 않으면 원하는 감각을 구현하기가 어렵죠. 당시 叶 선생님도 모델 총을 하나 사서, 매일 여러 방식으로 직접 연기하고 촬영해 보며 연구하셨습니다.
Kayson
그리고 지금은 저희도 모션 캡처 스튜디오가 생겨서, 실제 배우를 활용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모션 캡처를 활용한 연기는, 참고 자료 없이 완전히 감에 의존해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얻을 수 있습니다.
HOST
《명일방주》와 《명일방주: 엔드필드》의 대부분 캐릭터들은 꼬리를 가지고 있고, 의상이나 액세서리도 비교적 복잡한 편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액션 연출의 난도를 높이기도 하나요?
庄全
의상 천 재질 자체는 사실 그렇게까지 어려운 부분은 아닙니다. 원래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꼬리 같은 경우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개체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훨씬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합니다.
雪球君
다만 자연스러움과 동시에 미적인 완성도까지 챙겨야 한다는 점이 정말 어렵죠.
Kayson
맞습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액션 장면에서 의상 끼임 현상을 피하기 위해 캐릭터가 겉옷을 벗도록 연출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태양을 뿌리쳐라」 영상에서는 적이 나르투야의 외투를 벽에 못 박아 버리는 장면이 나오죠.
庄全
맞아요 맞아요. 또 「등림의」 선행 PV도 다른 감독님과 함께 작업했는데, 그 영상에서는 총웨의 꼬리가 굉장히 크고 외투도 길었습니다. 정상적인 천 시뮬레이션으로 처리하면 옷자락이 꼬리에 계속 걸려서 화면이 굉장히 어색하게 보일 상황이었죠. 결국 방법이 없어서, 형님이 외투를 벗는 방향으로 처리하게 됐습니다.
천 시뮬레이션: 알고리즘을 통해 천이 중력·충돌 등의 외부 영향 아래서 보이는 실제 물리 움직임을 재현하는 기술

HOST
앞서 세 분께서도 《엔드필드》 공개 PV 이야기를 언급하셨는데요. 이 영상은 이전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제작 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Kayson
우선 러닝타임이 더 길었기 때문에, 감정선 연출과 정보 빌드업을 넣을 수 있는 여유가 훨씬 많았습니다. 이 영상의 핵심 주제는 “众志成城('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이면 견고한 성을 이룬다'는 뜻의 중국 성어)”이었고, 그 주제를 바탕으로 오퍼레이터들이 서로 협력하고,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싸우는 장면들을 많이 배치했습니다. 또 하나는 세계관 정보를 담아내야 했다는 점입니다. 세계관 속 다양한 지형과 환경을 더 많이 보여줘야 했고, 침식이라는 현상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도 표현해야 했죠.
당시 제작 과정에서 제가 특히 고집했던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물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정말 현실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역시 앞서 이야기했던 방향성과 연결됩니다. 물이 현실적으로 보일수록 장면의 충격감과 몰입감이 커지고, 관객도 더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庄全
그리고 엔드필드의 캐릭터 모델과 배경 스타일에 맞추기 위해, 저희는 새로운 재질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엔드필드 공개 PV에서는 캐릭터 피부 표현에 훨씬 더 사실적인 요소들을 추가했습니다. 예를 들어 코의 구조감이나 입의 형태, 심지어 볼 주변의 미세한 굴곡 같은 부분까지 모두 반영했죠.
하지만 어려운 점은, 그렇다고 해서 “3D의 경계”를 지나쳐 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전히 일정 수준의 2D 감각은 유지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정말 많은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하나의 재질 안에만 거의 100개 가까운 레이어를 쌓아야 이런 표현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가장자리 광원의 밝기나 거칠기, 혹은 부드러운 그라데이션 처리 등을 어떻게 할지까지 포함해, 수많은 기술 검증 작업을 거쳤습니다.

Kayson
공개 PV 안에는 사실 몇 가지 숨겨진 요소도 들어가 있습니다. 제강호 발사 우물의 기둥에는 숫자들이 적혀 있었는데, 완성 영상에서는 심도 흐림 때문에 잘 보이지 않게 됐죠. 그 숫자들은 엔드필드가 기술 테스트 단계부터 공개 PV에 이르기까지 거쳐온 주요 시점들의 날짜였습니다. 당시 그 장면을 넣은 건, 이 게임이 한 걸음씩 지금의 위치까지 걸어온 여정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PART 03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아마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기 때문일 것이다
—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의 감상은, “애니메이션을 이렇게도 찍을 수 있다고?”였다
HOST
세 분께 여쭙고 싶습니다. 창작 과정에서 영감이 부족할 때는 보통 어떤 걸 하시나요?
Kayson
저희처럼 연출·감독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은 영상을 봅니다. 단순히 애니메이션만 보는 건 아니죠. 시청각 언어라는 분야에는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영화 속에 굉장히 많이 담겨 있거든요.
雪球君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소설도 읽고, 그림도 보고, 게임도 합니다. 영화라는 매체는 굉장히 포용력이 커서, 다양한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담겨 있죠. 저는 비교적 비주류 작품들도 자주 보는 편인데, 그런 작품들 속에서도 꽤 좋은 영감을 얻곤 합니다.
庄全
캐릭터 색감과 배경 색감이 충돌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빨강과 초록이 부딪혀서 저도 판단이 잘 안 설 때가 있죠. 그럴 때 저는 스탠리 큐브릭의 흑백 영화를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 안의 흑백 관계를 느껴본 뒤, 제가 작업 중인 장면의 색채 채도를 낮추고 색을 거의 빼버립니다. 그러면 “어? 꽤 조화로운데?” 싶은 느낌이 들고, 다시 색을 조금씩 되돌려 보면 “아, 이거다” 싶은 감각이 오죠.
雪球君
확실히 굉장히 과학적인 방법이네요.
Kayson
저는 원래 콘셉트 디자인 일을 했었기 때문에, 디자인 이미지나 비주얼 요소들을 많이 찾아보면서 영감을 축적하는 편입니다. 사실 저도 과학을 좋아해서, 그런 쪽 분야의 자료를 그림 작업에 참고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희 쪽은 창작 아이디어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인 분위기가 있습니다.
雪球君
저 같은 경우에는 작품 하나를 만들 때마다 항상 영감의 기준점이 되는 작품 하나를 정합니다. 꼭 직접적인 참고 자료라는 의미는 아니고, 심리적으로 굉장히 추상적인 기준점에 가까운 거죠. 그 작품은 영화일 수도 있고, 게임일 수도 있고, 심지어 한 곡의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음악을 실제 영상에 쓰는 건 아니지만, 그 작품이 가진 서사적 분위기나 감성이 제 창작 방향에 영감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HOST
세 분께서는 혹시 자신의 창작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작품, 혹은 입문 계기가 된 작품이 있다고 느끼시나요?
Kayson
저는 아마 이마 토시유키(今敏) 감독 작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애니메이션 제작의 어려움과,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느끼게 됐거든요. 영화 쪽으로는 놀란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예전에 그의 단편 《추적(追随)》을 봤는데, 서로 다른 시간대의 장면들을 교차 편집하는 방식이 정말 흥미롭다고 느꼈습니다. 이후 직접 영상을 만들게 되면서도, 그의 영화들 속 여러 연출 방식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庄全
제가 이 길을 선택한 건 아마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 보는 걸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상하이 미술영화제작소 작품들도 정말 많이 봤어요. 《천서기담》 같은 작품이나, 조금 더 마이너한 《슈퍼 뚱이》 같은 작품들까지요. 아마 많은 분들은 들어본 적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 저는 그런 애니메이션 속 이야기 자체에 깊이 끌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진짜로 “이 업계에 들어가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만든 계기는 역시 《토이 스토리》 1편과 《몬스터 주식회사》였습니다. 특히 《몬스터 주식회사》를 처음 봤을 때의 감상은 정말 “애니메이션을 이렇게도 찍을 수 있다고? 이걸 대체 어떻게 만든 거지?”라는 느낌이었죠.
어릴 때부터 이런 작품들의 영향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3D 애니메이션에 큰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雪球君
저는 아마 탕첸밍(汤浅政明) 감독 작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그의 작품은 늘 굉장히 강한 개성과 에너지가 있어서, 보고 나면 “애니메이션 진짜 좋다… 나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고전 명작들의 영향을 받아 배우고, 모방도 하게 되겠지만, 결국 작품이라는 건 마지막에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가,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게 될지를 결정하는 거죠.
END
세 분 모두 멋진 이야기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제작 비하인드와 창작 디테일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하이퍼그리프의 더 많은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여러분과 공유할 예정이며, 다음 편 역시 이미 준비 중입니다. 혹시 보고 싶은 주제나 궁금한 제작 뒷이야기가 있다면 댓글로 꼭 알려주세요!
다음에 또 만나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