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비 스토리 너무 슬프고 안타깝고 감동적이고 재밌는데 딱 하나, 매끄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음
왜 금마리는 돌아가신 엄마의 인격을 재구성하는 대신 멀쩡히 살아있는 아빠의 인격 프로그램을 만들었을까?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 아빠가 어딘가 망가졌다고 느꼈고 그런 아빠를 고쳐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으면 엄마를 만들어서 아빠의 상실감을 메워야겠다고 생각하는게 더 자연스럽지 않나?
엄마의 존재를 아예 지워버린 인격을 만들어드려야겠다는 사고의 흐름이 다소 극단적인 것 같음;;
엄마가 너무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기억이 별로 없다든가, 아님 엄마의 죽음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바람에 기억이 흐지부지 되었다는 이유로 엄마의 인격을 디테일하게 프로그램화하기 어려웠다고 보기에는 딱히 갓난아기 때 돌아가신 것 같지도 않고, 과거회상에서 금마리가 엄마와의 소중한 추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음.
엄마가 가르쳐준 노래인 산나비를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삽입한 것만 봐도 그렇고
금마리가 워낙 조숙한 천재였기 때문에 엄마가 가르쳐준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의 이치에 대해 8세 무렵 이미 이해하고 있었고, 그래서 죽은 사람은 대체할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기에 살아있는 아빠에게 집중해서 엄마를 지우고 아빠를 살리는 쪽을 택한 거라고 하기에는... 18세의 금마리는 전혀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앞뒤가 안 맞는달까...
엄마도 폭탄 테러로 갑작스레 돌아가셨고, 아빠도 비슷한 방식으로 습격 당해서 비명횡사했으니 둘 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죽음이라는 사실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말이지
쓰다보니 생각났는데, 또 다른 의문점은 대체 아빠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아빠의 인격 프로그램을 하나 더 만들어서 뭘 어떻게 할 작정이었냐는 것임.
그걸로 아빠를 치료해주고 싶다고는 했지만, 아빠가 엄연히 살아 있잖음? 뇌에 칩을 삽입해서 인격을 갈아끼우나? 차라리 기억 변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하면 또 모르겠는데...
굳이 아빠의 인격을 프로그래밍하는 전개가 필요했다면 차라리 아빠는 엄마의 복수를 하다가 돌아가셨고, 그 상실감을 견디지 못한 금마리가 아예 엄마의 존재를 잊게 만든 아빠의 인격을 재구성해냈다라는 흐름이 더 납득하기 쉽지 않나 싶음
스토리가 막 허술하다거나 허접하다는 건 아니고 오히려 반전 연출이랑 복선 회수 같은게 되게 잘된 작품임
다만 내가 오타쿠 기질을 참지 못하고 자꾸 내용을 곱씹으면서 이런저런 궁금증을 키워나갈 뿐....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