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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크킹3) 열등감이 빚어낸 자매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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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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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는 아일랜드의 백작이었어.
초상화를 보니 죄송하지만 음... 못생기셨더라구. 그래두 마음만은 카사노바이고 싶으셨다는데 외모때문이었는지 남자들한테 유혹을 걸어도 잘 안 통하더래. 아무리 열심히 유혹을 해도 번번이 퇴짜를 맞아서 딸들한테는 이런 서러움을 겪게하고 싶지 않았대. 그래서 잘생긴 남자를 물색하기 시작했지. 할아버지는 비록 미천한 출신이었지만 외모가 뛰어나셨어. 그래서 동맹에 도움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남편자리에 앉히셨지. 느즈막에 한 결혼, 그리고 우리 엄마가 태어났어.

엄마는 다행히 못생긴 외모는 아니었어. 할머니는 안도하셨지. 얘는 이제 나같은 서러움은 겪지 않아도 되겠구나. 곱게 키워서 좋은 곳에 시집보내야지하고 생각하셨대. 그리고 아들을 낳으셨더라면 차라리 엄마 인생이 평탄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다음에 또 딸이 태어난 거야. 그것도 할아버지를 닮아 예쁘장한 아이가. 할머니는 너무 기뻤대. 내가 이렇게 예쁜 딸을 낳다니! 하면서.

그래서 어디든 딸들을 데리고 다녔대. 연회에도 데리고 가고 신하들을 대면할때도 데리고 다니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이모가 정말 예쁘다고 칭찬을 했어. 엄마한테도 예쁘다고 하긴했지만 어린 엄마는 눈치가 없진 않았지. 이모한테만 예쁘다고 하기 뭣하니까 인사치레로 칭찬했던 걸 알았지.

혼기가 다가올 무렵 사춘기가 찾아왔는데 엄마는 이모를 지독히도 질투했어.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났는데 왜 쟤만 이쁘지? 남자들도 다 쟤만 좋아하잖아! 하면서.
할머니는 그래도 후계자는 너라고 내눈엔 다 똑같이 예쁘다고 달래주셨지만 엄마는 그때마다 방문을 걸어잠그고 울었대. 보다못한 할머니는 또다시 사윗감으로 잘생긴 청년을 물색하기 시작하셨어. 강력한 동맹을 포기하고 엄마 마음에 들법한 남자를 찾기 시작한거야. 결국 우리집안 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꽤 잘생긴 청년을 엄마의 짝으로 맺어주셨어. 그리고 이모한테는 평범한 외모의 청년과 맺어주셨지. 그제야 엄마는 만족했대.

각자 결혼해서 자식도 낳고 (드뎌 나도 태어났어!) 그렇게 평탄한 나날을 보내는듯...했으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상황이 많이 복잡해지더라. 그동안 할머니는 영토를 넓히는데 집중하셔서 땅이 꽤 커졌어. 후계자인 엄마가 왕국을 물려받고 이모는 작은 옆 땅을 물려받게 됐어.

즉위를 하고 몇년간 착실히 나라를 다스리던 엄마는 이모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듯 보였어. 당연하지. 어차피 여왕은 엄마였으니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어수선한 나라를 정리하는데만도 바빴는걸.

이 나라는 사실 여왕을 싫어해.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더 반란도 많이 일어나고. 뒷말도 많고. 좀 우습게 본달까? 암튼 그래.

그러던 어느날 엄마는 듣고 만거야.
신하들 몇 명이 주고 받는 은밀한 대화를.

이왕 여자가 왕인거 얼굴이라도 반반한 둘째가 여왕이었으면 오죽좋냐고.
키득키득 거리며 둘째를 왕으로 추대해볼까? 하더라는거야.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엄마의 열등감이 폭발해버렸지. 여왕까지 되고 아이도 낳았는데 또 동생과 비교당할줄이야.
그때부터였던거 같아. 엄마가 폭주했던게.

엄마는 그 파벌에 가담했던 신하들을 모조리 감옥에 쳐넣고 이모도 반란을 주도했다며 감옥에 쳐넣어버렸어. 그리고 분란의 씨앗을 없애겠다며 이모를 처형해 버렸지.
반역죄라곤 했지만 난 알고 있었어. 엄마는 다시는 그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싶지 않았던 거야.

너무나도 급발진이어서 그랬을까. 모두가 공포에 질려서 아무말도 못했어. 그 이후론 엄마를 여자라고 무시하는 신하들은 없었어.

자매를 처형했다는 것만 빼면 엄마는 꽤 좋은 왕이었어.

엄마가 왕관을 쓰던 날을 똑똑히 기억해. 착실히 후계자 수업을 받았던 엄마는 지고여왕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훌륭한 여왕이었어. 저게 미래의 내 모습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약간 설레기도 했다니깐?

나는 옆에서 나와 같은 눈빛을 하고있는 여동생 손을 꼭 잡았어. 우리는 마주보고 웃었지. 나와 똑같이 생긴 여동생. 아 참, 우린 일란성 쌍둥이야.

우리가 태어나자 모두가 아들이 아니라고 아쉬워했지만 엄마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대. 외모가 똑같으니 자기같이 열등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잖아. 그래서 엄마는 우리가 행여나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신경써서 키우셨어. 똑같은 옷, 똑같은 헤어스타일. 교육도 똑같이.
모든걸 똑같이 공유하며 자랐지.

쌍둥이라 그런걸까? 우린 눈빛만 봐도 통했어.
무엇보다 서로가 소중했지.
또래파티에서 동생에게 첫눈에 반한 귀족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고백하는 날 동생은 장난으로 날 대신 내보냈어. 그놈도 깜빡 속더라. 집에 와서 둘이 어찌나 깔깔 웃었는지.

어쨌든 우린 자랐고 엄마는 늙어갔지. 우리도 각각 결혼을 했고 엄마가 돌아가시자 우리도 땅을 물려받았어. 내가 후계자였기 때문에 내가 여왕 타이틀은 물려받았지만 동생도 소중했기때문에 동생에게도 많은 땅을 나눠주었어.

우린 동맹을 맺고 서로 열심히 도와줬지. 전쟁할때도 항상 일빠로 달려와주는 동생. 진짜 든든하더라.

근데 동생은 나를 생각해서일까? 결혼한지 꽤 오래됐는데도 애를 낳지 않는거야. 나는 아들도 몇 낳았는데 동생은 애가 없어서 그애가 죽고나면 최우선 후계자가 항상 나였어.

보통 부모대까지는 동맹이지만 그 자식들대로 가면 서로 치고박고 싸워서 나라가 개판나기 일쑤거든. 그래서 그 문제때문에 모든 왕들이 골치아파해.

나는 괜찮다고 너도 아이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보라고 했지만 동생은 그냥 씩 웃을뿐. 늘 묵묵히 내 뒤를 봐주고 도와주곤 했어.

그런데 어느 날 내 아들이 죽어버렸어.

그 아이를 묻어주던 날, 나는 남편이 아니라 동생 품에서 엉엉 울었어. 그래도 동생 덕분에 힘든 시간을 이겨냈던거 같아. 아이는 또 낳으면 되니까.

그리고 시간이 흘렀어. 여왕으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건 정말 힘든 일이더라. 몇 년이 훌쩍 지나있었고 나는 또 새로운 아이도 낳았지.

그럭저럭 잘 해나가고 있는 와중에 첩보장이 나를 찾아왔어. 내 아들을 죽인 범인을 알아냈다고. 드디어 알아냈구나. 내 철천지 원수를! 당장 목을 따버릴거야. 누구냐고 다그쳐 물었지만 첩보장은 머뭇거렸지.
범인은 내 여동생이라는거야. 말도 안돼. 그애가 왜?

근데 그때 전쟁이 터졌어. 반란군을 이끌고 쳐들어온 자가 있었는데 동맹군을 긁어모아 겨우 진압을 하고 주동자를 생포해 감옥에 가뒀어. 주동자는 놀랍게도 내 쌍둥이 동생이었어.

아니 니가 왜? 내 땅 절반을 나눠줬는데 왜?
아니, 것보다 우린 특별한 사이잖아.
늘 똑같이 생각하고 같이 시간을 보낸 영혼의 단짝이잖아!

소리지르며 동생 얼굴을 보았는데 그 애의 눈빛은 놀랍도록 차가웠어. 내가 알던 동생이 맞나?싶을 정도로.

그애는 조용히 말했지.

우리가 같다고? 아니, 그건 너의 착각이지.
같은 부모, 같은 얼굴을 가졌지만 넌 후계자고 나는 아니었지. 똑같이 후계자 교육을 받았지만 어디까지나 난 너의 스페어일뿐. 진짜가 아니었어.
신하들이 우릴 대하는 시선도 달랐어. 분명히 달랐다고. 넌 느끼지 못했겠지만. 그건 네가 가진자였기 때문이야.

내 머릿속은 멍해졌어.

내 아이는? 진짜 네가 죽인거야? 왜 죽였어?

나는 반쯤 미쳐서 물었어.

네가 나한테 그랬지. 이제 아이를 가져보라고.
너에겐 뭐든지 당연했겠지. 임신마저도 말이야.
난 말이야, 결혼하고 오랫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어. 그동안 너의 아이는 하나에서 둘, 둘에서 셋으로 늘어나더라. 하나정도 없어져도 되잖아? 넌 또 낳으면 되니까.

동생의 입에서 나온말이라고는 좀처럼 믿기지 않았어. 주변에서는 싹을 잘라야 한다며 처형을 권했지만 나는 그럴수가 없더라. 그냥 감옥에 몇달 가두기로 했어. 너무 괴로워서 면회도 가지않았어. 그러던 어느날 동생이 감옥에서 애를 낳았대. 그리고 며칠 있다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 이후로 난 사람을 믿지 않아. 지금도 다른 자매와 사촌들이 벌이는 반란을 진압하느라 정신이 없어. 내 인생의 반은 자매들과 전쟁하면서 지냈던거 같아.

이제 나도 늙어서 죽음을 바라보고 있어. 내앞에서는 친하게 지내는 아들 녀석들도 내가 죽고나면 서로 피터지게 싸우겠지. 분란을 줄이기 위해 후계 정리는 하고 가려고 해.

권력 앞에선 친구도 가족도 없어.
사람을 믿지마. 늘 의심해라.
이게 내 유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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