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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리뷰북 동의] 갠적으로 울드는 극의 장치를 자연스레 잘 사용한 극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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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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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장치에 대해서 설명하는 용어 중에 체호프의 총이라는 말이 있음.


이게 무슨 말이냐면 '극의 1막에 총이 벽에 걸려 있었다면 2막이나 3막에서는 반드시 총을 쏴야 하며, 만약 그것을 쓰지 않을 거라면 과감하게 치워 버려야 한다' 는 말인데, 한 마디로 초반에 무언가 중요하게 여겨질 만한 걸 보여줬다면(복선 내지는 떡밥) 후반에는 그걸 반드시 회수해줘야 한다는, 그리고 만약에 그걸 회수하지 않을 거라면 과감하게 그걸 버려야 한다는 개념임.


갠적으로 울드 보면서 느낀게 뭐냐면, 이 체호프의 총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잘 구현한 극이라는 것.


초반에 단순히 던져 두었던 대사를 후반에 데칼로 회수하는 복선 회수도 그렇고, 초반에 정직을 추구하는 정훈이를 좋지 못하게 본 상부에 대한 걸 후반에 정훈이가 앵커직을 내려놓게 되는 전개로 회수하는 거나, 또 초반에 드러났던 악녀 이미지의 하진이를 후반에 드러난 이야기들로 인해 무너지게 되는 하나의 계기로 쓰는 것도 그렇고. 이야기의 모든 요소들이나 장치들이 등장인물의 특성과 맞물려서 유기적으로 스토리를 풀어 나가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도록 만든...한 마디로 극 내에 배치해 둔 장치들을 잘 활용한 극인 거 같음.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정훈이가 진실을 추구하기 때문에 기자가 되었고 그 출신으로 앵커가 되었으며, 신뢰도가 높은 이미지의 앵커였기 때문에 역으로 상부의 미움을 샀고(실제로 초반에는 이런 부분을 확실하게 드러냈지) 그걸 커버하는 국장님도 그렇고 둘 다 상부의 압박이나 미움을 받았기 때문에 후반에서 하진이와의 관계로 인해 이미지가 조금씩 나빠지는 걸 이용해서 상부에서 정훈이를 내려오게 만드는 전개.


그리고 초반부터 쭉 악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하진이가 영화 한 편으로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하면서 좋은 작품을 받았지만 그게 엎어지고 나서도 -엎어진 이유 중에 하나도 하진이를 걸고 넘어지는 부분이 있었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드러나며 초반의 이미지가 다시 부각되면서 결국 정훈이와의 이별을 택할 수 밖에 없게 된 전개. 또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이별을 택할 수 밖에 없던 이유가 과거의 서사랑 연결되는 것. 재회 후에도 이별의 감정으로 인하여 서로를 더 소중하게 여길 수 밖에 없게 된 감정선의 연출.


이 모든 게 정훈이와 하진이라는 인물의 특성과 맞물려서 이야기의 모든 요소와 서사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선이나 요소가 하나도 없다는 게 작가가 이 글을 정말 잘 썼다는 하나의 반증인 거 같음.


또 극 중에서도 시안녕이라는 극중극의 요소가 중요하게 나오면서 시안녕 자체가 극을 이끌어 나가는 하나의 장치로서 위치하고, 중간에 나온 반사운의 대사까지도 후반에 완벽하게 회수했다는 게 나는 정말 울드가 초중반에 뿌려놓은 장치의 회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 지가 여실하게 잘 드러난 거 같음.


단순히 드라마의 대사 연습씬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드라마 연습에서 나오는 대사들을 통해 후반의 전개를 미리 예측하게 하고, 또 하진이가 시안녕에 대해서 정훈이에게 물으면서 정훈이가 우연과 운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레 드러나게 하는 것. 그걸 하진이가 운명이라고 말하며 이후에 '과잉기억증후군' 을 가지고 있는 정훈이이기 때문에 그걸 그대로 기억하며 하진이에게 되돌려주며 운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재정립하게 된 걸 보여주는 거.


진짜 극 내의 장치 하나하나 빠짐 없이 인물의 특성과 어울리도록 신경써서 배치하고 그걸 공들여서 보여주고, 인물의 서사에 장치들이 자연스레 적용될 수 있도록 쓴 것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체호프의 총' 개념을 확실하게 구현함.


울드는 또 단순히 저 개념만 구현한 게 아니라 반대되는 '맥거핀' 개념마저도 유용하게 잘 썼는데...참고로 맥거핀이란 '언뜻 극 내에서 중요하게 보여지지만 실은 줄거리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 극적 장치' 를 뜻함.


그리고 이 맥거핀 하면 자연스레 울드에서 떠오르는 게 하나 있지? 바로 극 후반이 되며 자연스레 존재가 사라져 버린 늑대다큐임.


나는 개인적으로 늑대다큐도 맥거핀적인 역할을 적절하게 잘 수행하도록 썼다고 생각하는데, 늑대다큐의 경우 초반 정훈이와 하진이가 서로 시안녕-늑대다큐를 통해 일종의 거래를 하게 만들고는 자연스레 언급도 없이 사라짐. 왜냐하면 바로 늑대다큐는 그 순간 딱 그 역할을 수행하고 나서 퇴장해야 하는 극 중 맥거핀 적인 장치니까.


그리고 울드에서도 실질적으로 후반이 될 수록 극 중에서는 편토커에 대한 것과 쓰창이로 인해 둘의 이야기가 변질된 채로 전해지고, 그로 인해 둘이 무너져야만 하는 멜로적 서사로 넘어가면서 늑대다큐의 존재는 줄거리 상에서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 존재가 됨. 분명 초반에는 언뜻 보기엔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은 장치이지만 극이 점점 극적으로 치닿을 때가 되면 늑대다큐는 줄거리에 더이상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함. 그야말로 맥거핀의 정석적인 사용 방법임. (물론...늑대다큐 존버러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극의 구성을 찬찬히 뜯어보다 보면 정말 이렇게까지 극 내에 있는 장치들을 하나하나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인물의 특성과 서사에 연결짓고 또 주변 인물의 서사마저 세심하게 공들여서 연출하면서 그 서사들이 메인 주인공과도 확실하게 연결될 수 있게끔 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임. 내가 울드의 대본집이 정말 기대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일단 기본적으로 인물들의 각 서사에 대해 보여주는 걸 보면 정말로 윤주작가가 각 인물에 대해서 애정이 있고, 하나하나 세심하게 어떻게 하면 그 서사가 이 극의 메세지와 확실하게 연결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모든 메세지의 총집합을 어떻게 하면 메인을 통해 보여줄 수 있을지, 극 내의 장치가 어떻게 하면 유기적으로 인물들과 서사와 결합될 수 있을 지 신경쓴 게 보임.


그래서 울드의 감정선이 촘촘하고 전개를 자연스럽게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극 내의 장치와 전개적인 부분, 그리고 인물의 특성을 모두 하나하나 세심하게 연결지을 수 있도록 신경써서 만든 이유가 제일 큰 것 같음. 극의 장치를 자연스레 인물과 연결될 수 있도록, 그리고 전개마다 복선과 연결될 수 있도록 신경써서 만든 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정말 윤주작가가 기깔나게 잘 썼기 때문에, 그래서 1차적으로 우리가 이 드라마에 처돌 수 밖에 없는 밑바탕을 탄탄하게 깔아준 게 제일 크다고 생각함.






물론....늑대다큐가 맥거핀인 건 이성으로는 이해하지만....그래도 말이야...맥거핀을 이렇게 매력적인 장치로 쓰다니 정말 너무한 거 같음....왜 하필이면 늑대고 다큐였는지...맥거핀이란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내 마음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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