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전화 엄청 많이 하셨네요? 제 걱정 진짜 많이 하셨 나봐요
오해하지 말아요 누구나 걱정할 만한 상황이었잖아요 밤도 늦었고 혼자 영화 보러 간다는 사람이 연락도 안 되니까
아 그러시구나 그래서 하경이한테까지 막 전화하시고 저 찾으러 영화관까지 가보신 거구나 알았어요 오해 안 할게요
앞으로 혼자 다니지 말아요 사람들 조심하고
사람들이요? 아 저분들 되게 좋은 분들인데 저한테 되게 잘해주셨어요
하진 씨한테 잘해준다고 다 좋은 사람인건 아니에요 사람 너무 믿지 말아요
알았어요 조심할게요
늦었는데 조심히들 들어가요
벌써 가시게요? 참 도착하면 문자 드릴게요 앵커님 또 걱정하실까 봐
네 연락줘요
네?
그럼 가볼게요
나 진짜 싫어 하경아 다들 아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거
앞으로 밤길 조심하시고 되도록 혼자 돌아다니지 마시고 문단속도 잘하시고요 그리고 걱정되니까 뉴스 끝나고 집에 도착하시면 문자 꼭 남겨주세요 아셨죠?
하경 씨한테 얘기 들었어요?
스토커 얘기 다 들었어요 사진도 봤고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저보다 앵커님이 더 위험한 상황인 것 같아서요 사진 보낸 사람 저 말고 앵커님한테 화가 난 거잖아요 앵커님 얼굴 그렇게 해놓고 그 사진도 앵커님한테 보내고
그건 아닐 거예요 그자가 원하고 집착하는 건 하진 씨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좀 신경 쓰이긴 한데 알았어요 조심할게요 그럼 같이 조심합시다 전 경호원들도 생겼고 앞으로 당분간 위험한 스케줄은 안 하기로 했어요 싸인회도 취소했고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행이네요
아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 하경이 말고 저한테 직접 얘기해주세요 저 어린애 아니에요 나름 프로페셔널해요
알았어요 미안해요
미안하다는 말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아무튼 오늘부터예요 집에 도착하시면 문자 주세요
그럴게요
하진이 참 예쁘죠
예 예쁘죠 제 눈엔 특히 더
신경 많이 써야 될 거예요 하진이가 원래 열정적인 만큼 쉽게 정착할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뭐 그래서 스캔들도 끊임없이 난거고 어지간한 남자 아니면 감당하기 힘들어요
앵커님 술 좀 해요?
아니요 잘 못 합니다
에이 남자가 그러면 재미없지
같이 한잔해요
예
건배
흑장미 흑장미요
아이 뭐야 매너 없이
앵커님 술 진짜 못하시거든요 감독님이 이해해주세요
저는 대신 이걸로 할게요
하 되게 재미없는 사람이네
예 제가 좀 그런 편입니다
음? 아닌데 앵커님 되게 재미있어요 감독님도 몇 번만 만나보시면 아실 거예요
네 여기요 여기요
그런데 어쩌려고 그랬어요? 진짜 술 마시려고 했어요?
아니요 하진 씨 스킬 좀 쓸려고 그랬죠
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 스킬이 아닌데 잘 못 하면 걸려서 엄청 망신당해요
감독님 술 좀 취하신 것 같은 데 오시면 그만 가자고 할까 봐요
망 좀 봐요
네? 망이요?
지감독 오면 바로 알려줘요 빨리 빨리요 빨리
갑자기 망은 왜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설마 훔치려고 아니죠?
아니에요 사람 뭘로 보고 망이나 봐요 빨리
와요 와요 어떡해 빨리요 빨리 빨리 빨리 어 다 왔는데 다 왔어요 앵커님 빨리요 눈 마주칠 거 같은데 앵커님 지금 거의 다 왔어요 거의 다 왔어요
뭐해요 앉아요 빨리
그런데 아까 왜 그런 거예요? 가방도 막 뒤지고 감독님한테 화도 내고
지감독 요즘도 자주 만나요?
영화 찍을 땐 매일 봤었고 홍보 일정 많을 땐 자주 봤었는데 요즘은 아니에요 만날 일이 없어서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요?
지감독이 하진 씨 좋아하는거 몰랐어요?
저를요? 에이 아니에요
누가 봐도 알겠던데 의외로 그런 쪽에 눈치가 없네요
아닌데 저 눈치 되게 빨라요 혹시 그 사진 보낸 사람이 감독님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감독님 같은 분이 왜요 감독님 진짜 아니에요 그럴리가
그거야 알 수 없죠 그런 사람들 행동엔 어떠한 이유도 없으니까 내가 말했죠 사람 너무 믿지 말라고
그럼 앵커님은요? 앵커님은 믿어도 돼요?
글쎄 너무 믿지는 마요 그래도 하진씨 스토커는 확실히 아니에요
오늘 앵커님이랑 같이 있어서 좋았어요 그래서 이 얘기를 하면 다 망쳐버릴까 봐 겁나는데 그래도 말해야 될 것 같아서요 더 늦으면 영영 말할 기회를 놓칠까 봐
무슨 얘기요?
이런 얘기 앵커님한테 처음 하는 거예요
실은 제가 정상이 아니거든요 머릿속이 당연히 알아야 할 것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고 전혀 모르는 것들이 순간순간 떠올라요 그러면 이상한 거잖아요 괜찮은 게 아니잖아요 이상한 건 저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앵커님이요 앵커님은 늘 물음표투성이었거든요 처음 만났던 그 날부터 오늘까지도 왜 내 행복을 빌어주는 걸까 왜 내일에 이렇게까지 걱정을 하고 예민하게 구는 걸까 날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면서 알고 싶어요 앵커님은 왜 그러는 건지 제가 잊고 있는 것들과 관계가 있는 건지 앵커님은 뭔가 알고 있는 거죠 혹시 예전부터 날 알았어요? 우리 알던 사이인가요?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시간 속에 앵커님이 있냐고요 대답해주세요
하진 씨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처음 만난 건 인터뷰 날 방송국 대기실에서예요 제가 하진 씨를 걱정하는 건 실은 비슷한 일로 사고를 당한 친구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하진 씨가 걱정되고 예민하게 굴었던 거고요 이제 대답이 됐어요?
걱정했잖아요 그렇게 혼자 쫓아가서 뭐 어쩌려고요? 진짜 나쁜 사람이었으면 앵커님 당해낼 수 있겠어요?
내가 그렇게 못 미더워요?
그런 건 아니고 위험하니까 그렇죠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요 난 스토커보다 앵커님 다치는 게 더 무서우니까
들어가요 들어가야 내가 집에 가죠
알았어요 그리고 아까 했던 얘기는 다 잊어버리세요 이게 심각하게 얘기해서 그렇지 그렇게 큰일 아니에요 뭐 어디가 엄청 아프다거나 사는데 지장 있는 거 아니니까
맞아요 별일 아니에요
당사자는 그럴 수 있다 쳐도 앵커님은 너무 남의 일이라고 쉽게 얘기하시는 거 아니에요?
지나간 일은 잊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기억이란 게 원래 시간이 흐르면 바래지고 흐릿해지는 거니까 그러니까 괴로워할 필요도 억지로 노력할 필요도 없어요 중요한건 지금이니까
고마워요 여러가지로 그리고 앵커님도 그 친구분 일 너무 마음에 두고 있지 말아요 정확한 사연은 잘 모르지만 앵커님 잘못 아니에요 나쁜 건 그 스토커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