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가 등을 툭하고 맞대는데, 잊고 있던 기억들이 물밀듯이 밀려든다.
로비 계단에서 떨어질 뻔했을 때,
커다란 나무 둘레를 따라 돌고 있을 때,
또, 능소화 속에서는 포목점에서 하루와 등이 부딪혔다.
그리고 능소화 노리개를 선물하던 하루와
함께 별을 보며 마음을 나누었던 하루의 모습까지 떠오른다.
단오가 자신의 손을 살펴보고 천천히 돌아본다.
백경이 아닌 하루가 서있다.
하루와 마주한 단오의 두 눈에 눈물이 핑 돈다.
하루가 희미하게 웃어 보인다.
"단오야...
마지막으로 널 보고 싶어서 왔어."
단오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른다.
"내가 지워져도 괜찮아...
난 너만 행복하면...
지금 이 순간을 기억 못 해도... 나는..."
"난 시한부 여고생,
넌 이름도 없던 엑스트라 13번,
너 덕분에 내 운명이 바뀌었고
내 하루하루가 특별해졌는데..."
단오가 하루의 팔을 잡는다.
"이제 아무 데도 안 간다며
다시는 혼자 두지 않기로 했잖아..."
하루가 가슴 아픈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단오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울음을 토해낸다.
하루가 단오를 꼭 안아준다.
"단오야...
내 모든 순간은 너야...
내 마지막 장면에서도 널 기억할게..."
단오도 하루를 꼭 끌어안는다.
색색으로 물든 나무들이 애달픈 눈물을 쏟아내는 두 사람을 위로하듯 포근히 감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