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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사찬 긴글주의-리뷰) 우진이가 심덕에게 끌려가는 건 풍랑에 흔들리던 부표에게 등대가 보인 것과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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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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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써보라길래 용기얻고 써 봄ㅋㅋㅋ
상당히 길어... 그건 감안해주라ㅠㅠ
(나중에 보는 덬들도 있을 것 같아서 스퀘어로 옮김)

1. 첫만남에서부터 심덕은 아리시마 다케오 글이란 걸 눈치챔
-> 우진이 세계의 중심인 문학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소양이 있음


2. 왜 굳이 조선말로 읽냐고 물어봄
-> 첨엔 툴툴대듯 대답 안해줬지만ㅋㅋㅋ
자기 행동의 의미를 궁금해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예술하는 입장에선 반갑고 신기했을 거야


3. 알고보니 심덕이 노래 겁나 잘 해!
-> 동종업계 종사자로 내심 흥분했을 터

여기서 우진이의 세심하달까...
소심한 듯 예민하고 신중한 성격이 엿보여서 좋았어

자기가 잘 아는 분야인 시나 극본이라면
구구절절 따지고 분석했던 것 같은데

잘 모르는 분야인 노래에 대해선
아예 평가를 안 함ㅋㅋㅋ

피아노 좋았다는 말은 했으면서
심덕이 노래에 대해선 칭찬조차 실례라 느낀 거잖아

자기 이해 수준을 넘어선 예술이라면
아예 입을 다무는 게 예의라 생각하는 것 같더라

그게 어떤 의미론 우진이 나름의
심덕이 예술 세계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잖아

참 문학인답다 싶더라고

섣불리 입을 떼지 않고 말을 고르다가
결국 그 어떤 말글로도 표현이 안 되면 차라리 침묵하겠다 그런 의지가 보여서


4. 그러나 심덕이는 궁금한 건 못 참는 적극적 표현주의자 ㅋㅋㅋ
-> 첫만남부터 싫다 좋다 확실하더니
이젠 팔 잡고 못가게 막으면서까지 의사표현이 뚜렷함

조용히 자기 안으로 침잠하던 우진과 달리
심덕은 그 손자국처럼 어디서든 선명하게 자기 목소리를 드러내는 사람이지

그 차이가 순간 우진에게는 눈에 박히듯 각인 되었을거야

이 사람은 거칠 것이 없구나... 싶은?


5. 병문안 와서는 우진의 문학 열정을 다시금 일깨운 심덕
-> 앓을 포인트가 너무 많다 ㅠㅠ

우진이는 아버지의 원조로 먹고자고입고 공부하는 중
그럼에도 아버지의 뜻대로 살기엔 꿈을 버릴 수도 없어

그 갈등이 하숙방 안과 밖의 우진이로 드러난다 보거든

방 안에서는 문학을 뒤켠에 물리고
방 밖에서는 문학에 온 정신을 다 내주는...

그래서 심덕의 뾰루퉁한 마음도 눈치 못챘던 거니까

근데 심덕이 방 안에 들어와 멋대로 우진이의 잠정 분리된 세계를 휘저어버림

문학인 책상에 책이 없는 게 이상하다고 올려주고
혼자 추억하던 시를 읽어주고 음미하고

비 내리던 오후 그 잠깐 새에
우진은 정신이 혼미했을지도 몰라

겨우 경계 긋고 있던 마음에 바람이 부니까

그래서 그토록 애써 정중히ㅋㅋ 심덕을 내보낸 거라 봄

제발 빨리 여기서 나가주세요
제 마음을 더 이상 어지럽히지 말아주세요


6. 너의 세계가 궁금해! 대쉬하는 심덕과
그런 심덕에게 크러쉬온유 해버린 우진

방에서는 심덕에게 선을 그었지만 이미 물꼬가 트인 뒤라

연습하러 나와서는 저도 모르게 심덕에게 웃음 보내고
같이 밤길 걸으며 어머니 얘기도 꺼내고

근데 또 심덕은 이번에도 자기 세계를 인정해 줘

당신 시가 좋았다, 어머니도 분명 행복하실 거다,
극본은 안 써보냐, 극본 좋아하냐 싫어하냐...

"좋아해요."

잠시 침묵한 뒤 튀어나온 그 말은 중의적일 수밖에 없어

우진이니까
말을 고르고 골라 하는 사람이니까


7. 심덕은 우진이가 자신의 공연으로 변화시킨 첫번째 조선인

심덕은 회의적인 현실주의자였음
자신의 안위가 1순위라 계몽이라는 이상은 부질없다 여겼지

하지만 막상 일본순사들이 쳐들어온 뒤에
우진이 편을 들어준 건 심덕이야

심덕이 우진이를 좋아하기 시작해서?
물론 그 탓도 있고ㅋㅋㅋ

난 심덕이 우진이 시와 사연을 듣고
문학에도 효용성이 있단 걸 깨달은 거라고 봐

글에도 힘이 있다 느낀 거지

어머니를 추억하려고 시를 쓴다
공연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위로가 된다

결국 일맥상통하는 얘기잖아
그리움의 대상이 어머니든 조국이든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바꿔줘서 고맙다고,
넌지시 당신의 글이 날 이끌었다고 고백하는 심덕이
우진에겐 희망으로 크게 와닿았을 거야 ㅠㅠ

쓸데없는 몽상가의 백일몽처럼 덧없다 타박받던
눈총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느낌이었겠지

김우진은 시인이자 극작가, 총공연책임자인
예술가의 정체성이 흐릿해지려 할 때

쏟아져내리는 한 낮의 빗줄기처럼
자신의 길을 시원하게 밝혀준 윤심덕에게 끌릴 수밖에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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