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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함무라비 2화 리뷰 그 비슷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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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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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처음의 속삭임


어서와 이 동네는 처음이지

2화는 오름의 개인영역 일부분을 보여주면서 시작해. 엄마를 만나고 할머니와 시장이모들과 있는 모습을 통한 오름의 소개라고 할 수 있는데, 1화에서 세세하게 보여준 바른의 소개에 비하면 단편적이지. 그 이유라면 '미스함무라비' 제목에 따른 주인공은 오름이기 때문 아닐까. 주인공 이야기를 한번에 다 풀고나면 그 다음은 어떡하라고~ 게다가 오름의 개인사가 상당히 굴곡 있는 편이라, 드라마 초반에 모두 보여주기엔 무거움 혹은 부담일 수 있겠다 싶거든. 그래서 호기심 유발하는 정도로 소개한 것 같아, 오름이 어떠한 모정 때문에 눈물을 보이고 그 모정을 대신하는 듯한 시장속 온정은 어떠한 모습인지.


시장사람들의 모습 중 송사에 휘말린 한 상인과의 대화가 2화 주제 같았어. 평생 사람만 믿고 장사하다가 난생처음 법원에 갔더니 가면 쓴 것 같은 판사가 무섭다는 상인과 그런 판사가 죄라는 마인드로 첫재판에 임하는 오름. 둘 다 법의 테두리에 첫발을 내딛는 셈인데, 각자 입장은 다르지. 일단, 상인처럼 송사에 휘말린 입장은 다양한 사정을 보여주며 나왔어. 베란다 나가는 게 무섭고, 내 아이 심장이 나쁘고, 쟤는 중3이라며. 제각각의 사연은 마지막 수단인 법을 찾아왔을 만큼 절박해서 눈물로 호소하고 울분을 토해내. 하지만 바른은 정말 가면이라도 쓴 듯 좀처럼 표정이 변하지 않고, 법정에서는 인간적인 표정 간간히 보이던 세상도 뒤돌아서서는 짜투리 사건 다 몰아줬다며 투덜댔어. 이런 온도의 차이는 당연한 것 같아. 사건의 당사자는 처음 찾아온 이곳이 낯설기만하니 친절하게 내 말을 하나하나 들어주었으면 좋겠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이미 일상이라서 딱 보면 어떤 사건인지 바로 보이는 거지. 게다가 어느 한쪽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양쪽 말을 모두 듣고 시시비비를 가려야하는 일이기에 표정 하나도 섣불리 흘려선 안 될 거야, 그런 모습이 무서움으로 다가간다 할지라도.

당연히 세상, 바른과 같은 입장이어야할 오름은 아직 일상으로 굳어지기전의 첫재판이라 둘과는 다른 온도차가 있었어. 사연 하나하나에 감정을 이입해 눈물을 보이다 밥이 안 넘어가는가 하면 아는 사람에겐 반갑게 눈인사를 나누기도 했지. 그런 행동에 세상은 법복의 전혀 의미를 모른다며 나무랐어. 그에 바른은 세상이 질책한 의미를 풀어서 전하지, 법복을 입은 판사인 이상 개인감정 드러낼 권리 없고, 사람의 약점은 지워야한다며. 근데 오름은 전혀 동의하지 않았어.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는 판사는 되지 않겠다, 사건 하나하나 내 일처럼 여기겠다며 신인법관의 포부가 남달랐거든. 그리고 그 포부를 행동으로 착착 옮겨갔어. 내 일처럼 알 수 있도록 재판기록은 빨리, 조서는 생생하도록 직원들의 업무패턴을 바꾸고, 마음에 걸리는 사건은 그 다음날 또 들여다보며, 배당사건도 아닌 1인시위 할머니 기록까지 살펴볼 정도야. 2화 초반의 이곳에 화가 나서 왔다는 오름의 말에 비추면, 바깥사람에겐 어렵고 무섭기만 이 조직에 대한 화를 일로써 제대로 불태우는 모습 같아. 기왕 판사 된 거 제대로 해보라는 할머니의 응원을 등에 업은 듯하면서.


신임법관의 투지를 불태우는 오름을 지켜보는 바른은 뭔가 복장 터지는 기분이야. 이곳의 일이 일상이 된 바른에겐 초임으로서의 무리수와 서투름이 훤히 보이거든. 그래서 그때그때 한마디씩 해주는데 아무 소용이 없어. 이 일 오래 하려면 사건과 거리 유지해야 한다고 해봐야 다음날이면 표정만 봐도 무슨 사건인지 알도록 몰입해있고, 자기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인간들이 업무패턴 바꾸는 거 좋아할 리 없다고 해봐야 너무 본인 기준이 아니냐는 대꾸만 돌아오지. 자기 판결은 다 쓰고 남의 사건에서 구멍 찾고 있는지 정말 걱정스러워, 좋은 의도로 실수할 권리 없다고 해봐야.....네네, 알겠대, 씨어머니~ 이 답을 들은 바른의 표정은 앞머리를 후~ 불어대며 제대로 복장텨져 보였어. 개인주의자 임바른이 어쩌다가 간섭과 잔소리의 상징인 씨어머니란 호칭을 들어야하는지, 정체성의 혼란이 오는 복장이랄까. 왜 그럴까?? 빨리 적응시켜야하는 좌배석이라서? 아니면 지난시절의 감정이 자꾸 시선을 향하게 하나? 아마 옆에 좌배석을 두기는 처음일 2년차 판사에게 하필 또라이 첫사랑이 그 자리를 꿰차서는 마음씀씀이를 곤란하게 만들까?

바른에게 보인 무리수와 서투름이 현실로 다가왔어. 맹계장이 찾아와, 갑작스런 업무변경에 대한 불만을, 노조에 문제 제기하겠다는 강경함과 제발 숨 좀 쉬게 해달라는 하소연으로 전달하지. 사건을 내 일처럼 돌보느라 그 일을 처리하는 직원의 사정은 미처 생각 못 한 거야. 또, 마음이 쓰여 전화까지 하며 알아보다 보니 한쪽 편을 든 꼴이 되었고, 오름의 그런 마음을 할머니가 이용했다는 사실을 세상의 노발대발을 통해 알게 되었어. 결국 좋은 의도로 실수한 거지, 씨어머니가 그럴 권리 없댔는대. 세상의 호된 호통에 눈물을 쏟아낸 오름은 법원건물을 올려다보며 착잡한 표정이야. 좀전, 1인시위 할머니를 변호사 선배에게 연결해준 후 당당하게 바라보던 법원과는 완전 다른 느낌이지. 이 조직 차근히 접수해서 완전 뜯어고쳐보겠다는 투지가 첫걸음부터 난관에 부딪히며 만만찮아. 오름이 원하는, 내 일처럼 여기는 판사는 존재할 수 없는 걸까, 신임법관의 마음가짐은 새로 써야할까?

처음이란 건 누구에게든, 어떤 상황이든, 늘 어려워. 이 어려운 처음을 어떤 마음들로 헤쳐나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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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경계의 온정

바른이 출근하자 긴장한듯 벌떡 일어난 오름은 어젯밤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어. 하룻밤 지나고 나자 1인시위 할머니완 별 상관도 없는 바른에게 지나친 말과 눈물을 건넸다는 이성이 다가왔겠지. 오름의 사과를 받는 바른의 반응은 꽤 냉랭해, 시선도 제대로 주지 않으며 누구한테, 뭣 때문에라며 짤막하게 대꾸하거든. 이 장면에서 본격적으로 둘의 관계가 얽히는 것 같았어. 미안함을 전해야하는 일이 생기고, 냉담한 반응을  돌려주고...뭔가 질척대고 거슬린다는 순간,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관계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으니까. 안타깝게도 이번엔 좋은 질척거림은 아니었지, 건투를 빈다는 무미건조한 바른의 빈정거림에 오름이 한숨을 짧게 스쳐보낼 정도로. 쉽게 미운정 한번 들었다고 볼 수 있고.

특히 바른의 태도가 생각 이상이야, 오빠란 호칭 정리에서 느낀 만만찮음 이상이라고. 전날 퇴근길에서 보여준 오름에 대한 이해와 미소가 일의 공적인 관계에선 전혀 드러나질 않거든. 빈정대는 건투는 기본, 삼일째 출근한 초임에게 판사 오래 못하겠다는 악담도 서슴지 않고, 치즈케잌 사랑스럽게 좀 봤다고 정상 아니란 범주에 넣어버리지. 공사구별 명확한 원칙주의 싸가지에겐 미운정 이상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거였나...?


다행히 바른에겐 테니스의 원칙은 명확히 따를 수 없는 몸뚱아리가 있었어. 공만을 바라보며 달려가다 오름에게 질척거리고 말았거든. 와다다닥...삐긋, 바른이 우발적으로 오름을 껴안던 순간, 둘은 시간이 멈춘듯 움직이질 않았어. 순간 놀란 바른이 떨어진 후엔, 공간이 멈춘듯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지, 테니스공이 머리를 튕기며 시공을 깨뜨려줄 때까지. 음..아직 별다른 감정이 없는 오름이 시공이 멈춘 느낌을 받았다는 건 남녀의 단순 화학적 반응은 괜찮다는 의미일까?? 그 화학적 반응의 대표적인 요소인 심장박동으로 그 순간을 해석하자면. 저 뒷날 오름이 감정을 동반한 심장이 영 좋지 않다고 느낀 그 순간의 기원을 찾아 거슬러갔을 때, 정지한 그 시공속에서 미약하게 뛰기 시작했던 심장소리는 아니었을까? 마치, 미약한 심장의...그 처음의 속삭임을 듣고 있는 듯한 오름의 표정이었어.

반면, 바른은 오름의 연주에서 이미 느낀 시공의 동요를 이번엔 오름도 같이 느끼는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더 크게 심장이 울렸겠지. 큰 울림의 여운이 끝나지 않는 심장박동은 널 향한 신경세포를 하나 빚어낸 것 같았어. 무언가 신경이 거슬려 널 향해 발이 미끄러지고 보니 공을 얼굴로 막아낸 몸뚱아리네. 한번 생겨난 신경세포는 연신 흘깃 바라보며 마음의 소리를 중얼대기 바쁘지, 저 표정은 그 사건, 요 얼굴은 저 사건, 정상 아냐라며. 물론, 변변찮은 몸뚱아리가 빚은 세포라 정작 중요한 사진이 뭐였는지를 놓치는 허당미를 장착했고, 그럼에도 줄곧 흘깃거리며 진화한 신경세포는 어느날 커피와 서류를 드디어 손으로 멋지게 받아내는 육체를 선물해주었지.

테니스 포옹씬의 감정선은 드라마 초반부의 바름이들 관계에 비해서 앞서있는 느낌이야. 그 순간이 둘의 관계에 별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라, 감정이 진행된 후반부의 모습을 끌어와 의미를 부여해본 것이고. 그런데도 버젓이 2화를 장식하는 우발적 포옹은 두가지 측면에서 해석가능할 것 같아. 하나는 1화의 지하철과 니캅 같은 코믹씬과 비슷한 위치지. 옳은 소리와 나댐을 참지 않은 오름이란 캐릭터가 부담스럽지 않도록 재미를 가미한 똘끼로 보여준 것처럼, 다소 교과서적인 직업의식으로 일을 시작하는 오름이 너무 무겁지 않도록 말랑한 감성의 한순간을 곁들였지 않았나 해. 다른 측면 하나는, 바로 바름이들에 대한 소개야. 만나자마자 언쟁해대느라 바쁜 그들이지만 그런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는 가능성, 이 드라마의 로맨스를 소개해준 순간이라 생각해. 둘 사이에 미운정만 줄줄 이어지는 것도 막을 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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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어머니란 말을 들을 정도로 신경쓴 바른인데도 놓친 부분이 있었어. 그점을 보왕이 일깨워주지, 능력껏 자기일만 하지 말고 저녁은 먹고 일하는지 주변을 둘러보라며. 그리고 뚝뚝 떨어지는 오름의 코피 자국이 선명히 알려줘, 얼마나 무리하고 있었는지를. 그에 바른은 취조하듯 몇시에 퇴근했는지 묻고, 무모하게 왜 그러냐며 질책하는 듯한 말투였어. 그치만 일처리에 대한 세상의 단순한 호통과는 다른, 관계에 대한 진심어린 마음이 묻어나는 것 같았어. 이 일 오래 못한다며 악담같이 말했지만 평생 할 일 무모하지 말라는 걱정, 혹은 같이 일하면서 모르고 있었다는 자책의 진심어림. 이런 진지함에 보왕이 눈치를 보며 옆돌게 만들었지, 오호~ 좋은 구경거리 혹은 저 븅~ 왜 저러나 하며. 이어 아프나, 나도 아프다는 말로 눈치를 떠보는데 바른은 이른바 개정색을 보이며 반응이 없어. 니 말대로 주변을 둘러보는 중인데 무슨 헛소리냐는 듯. 그 연장선에서 야근을 대신해주는 결정도 했을 거야. 상속지분만 남았다는 말에서 초임은 밤새도 못 끝내겠다는 통밥이 바로 나오는 선임의, 또 밤새는 무리를 하게 두어선 안 되겠다는 결정. 그렇다고 당연하게 대신해줄 수 있는 관계는 아직 아냐, 프로그램으로 간단하게 끝난다는 핑계를 거쳐야했거든.

그저 우직한 관계로 야근하는 것 같던 바른이 세수를 한 후, 거울속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봐.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시 한번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 건 아닐까, 같은 합의부라는 이유로 긴 개인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이 낯선 개인주의자는 누구인가? 어쩌면 그 답을 찾았을까, 다음날 상속지분표를 보내는 바른의 대답 한마디가 무심한듯 시크하게 평온했어. 그리고 답의 정체는 족구대회를 찾아가 오름에게 건네는 그것에 있지, 명색이 우배석이면서 무리하는 것도 모르고 미안했다며 전하는. 그러니까 거울속에서 처음으로 우배석이란 방패를 찾아낸 것은 아닐까. 매번 복장 터지면서도 간섭하고, 야근까지 대신해주는 마음 씀씀이의 위치를 우배석의 자리에서 찾은 거야. 이 위치는 1화의 할 일을 알려주고 조언해주던 우직함을 넘어 합의부내에서 더 진전된 관계에서도 계속 유의미한 자리지. 스스로 한번 정리하고픈 정체성의 타당성이기도 하고. 우배석이란 타당성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개인 영역의 경계를 허물어 또라이 첫사랑 좌배석을 경계선 안으로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어. 그러고 나면 이젠 개인 영역의 일이 되었기 때문에 밤새 야근한 후에도 덤덤하고, 생각 있으면 오란 한마디에 글쎄라던 발걸음이 움직이기도 하지. 즉, 개인주의의 경계를 허문 관계란 답이 담긴 치즈케잌이고, 그 케잌을 건넨 시점부터 오름에게 일어나는 일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거야.


오름은 케잌에 담긴 의미를 알았을까? 난 알았다고 생각해. 보왕를 통해 바른이 해준 야근의 강도를 알게 된 후, 인간은 자기편을 위해 움직이고 합의부는 팀으로 일한다는 바른의 말을 떠올리잖아. 결국 바른이 오름을 자기팀으로 받아들였다고 느끼는 흐름이지. 그리고 안 올 것 같더니 와서 내미는 케잌에서 또 하나 떠오르지, 실은 허당미 가득한 누군가의 모습이 일으킨 웃음이고 그 허당미로 공을 막아주던 모습이 떠올라 가득했던 미소였는데. 즉, 경계를 허문 관계란 바른의 답이 오름의 마음에서 매정하게 보였던 바른의 숨은 온정을 알게 되었다 정도로 흐르지 않았을까. 할머니와 시장 속 온정을 통해 반성하고 깨친 표현으론, 내 편으로 믿어야 함께 하는 사람들이고. 그리고, 그렇게 깨친 온정을 처음의 서투름으로 폐 끼친 직원들에게 전하기도 했어, 눈물의 독촉편지를 쓰고 장난감을 건네고 족구대회를 함께하며. 퇴사 이유의 1순위가 인간관계였던 기억을 떠올리면 괜찮은 답을 찾은 오름이지.

그러면, 바른이 개인주의자인 건 알았을까? 이것도 알았다고 봐. 1인시위 할머니 눈 마주치지 말고 가자는 말, 회식 싫어하는 눈치에 집에나 가지 뭔 회식이냐던 주정, 자기책임의 원칙 등 매사 칼같은 언행 등. 어렴풋이 알았을 거야. 그랬기에 야근이나 케잌이 더 감동이고 기분 좋았겠지. 개인주의자와 가까워졌다는 상징적인 의미일 테니까. 생각해봐, 한 개인주의자의 테두리 속에 내가 포함되었다는 것! 어떤 악감정이 있는 관계만 아니라면 꽤 짜릿할 것 같지 않아? 오름도 그 짜릿함을 확인하고 싶은 듯 슬며시 다가갔어. 눈 좀 보고 얘기하자면서, 이 정도까지 받아주나? 호기심 가득, 음..곤란해하네 흥미 가득, 아~ 거리에 민감해서! 이해 한번. 그간의 미운정들이 그냥 정으로 슬슬 자리 잡아가는 듯하면서.

그리고...이 우배석이란 위치가 참 오묘해. 일관계 위에 그 이상의 마음이 슬쩍 섞여 흘러가도 별로 티가 안 나거든.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대신 야근을 해주는 마음씀씀이는 단순 동료이상일 것 같은데 바른은 그런 마음을 눈치챌 생각을 하지 않아서 말야. 바른이 모르니 오름 또한 알 리 없는 건, 일로 희석되어있는 마음이라 그저 챙겨주는 온정쯤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겠지. 그러니까 바른에겐 지난 시절 감정을 지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낼 통로가 된 우배석이고, 오름에겐 나중에 언제부터였는지라고 깨달을 수 있는 기반이 된 우배석이지. 우배석의 관계와 경계의 오묘한 틈에서 피어난 로맨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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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정의에 대한 긍정

불판사건의 피해자가 조정 중에 한 말, 자초지종을 얘기하면 다 알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고. 이 말이 꽤 와닿더라. 뭔가 문제가 생겨서 공권력을 찾았을 때 한번씩 겪는 착각 같아서. 나한텐 너무 큰 일인데 해당 담당자는 수없이 많은 일 중 하나로 무미건조하게 대할 뿐이지. 세상이 보아하니 차림새가 청담동이라며 조정해보라고 하는 것처럼. 위에서 말한 온도의 차이이기도 하고. 이 온도의 차는 수많은 경험의 축적에서 발생한다고도 볼 수 있어. 그래서 세상은 사채업자의 요건을 훤히 꿰뚫은 반면, 섣불리 사채업자로 여겼다가 큰 실수를 한 오름이었지. 그러면 이번엔 어떨까, 한번 실수한 오름은 경험이 촉이 앞서는 세상의 무미건조..다소 형식적인 사건 처리에 이제 순순히 따를까.

마음이 앞섰던 실수를 반성한 오름이지 법관의 마음가짐을 아예 포기한 건 아니야. 하긴 한번 넘어졌다고 포기한다면 그건 소신이라 할 수도 없지. 그래서 진심으로 승복하지 않는 당사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조정을 포기하고 사건의 진실을 더 알아보고자 해. 이 과정에서 오십보백보, 똥 묻은 개와 겨 묻은 개의 차이라는 세상의 경험치에 오름은 긴장한 듯하지만 또박또박 자신의 소신을 펼쳤어, 적당한 타협이 아니라 백보만큼의 잘못을 가려내는 정의를 선언하고픈 법관의 마음을. 따박따박 대드는 오름에게 세상은 눈먼 정의의 칼끝이란 지나친 비유를 흘러냈을 뿐, 완전히 막아서진 않았어. 바른도 비슷한 태도지. 과잉대응하는 사건 당사자나 비교적 가벼운 사건에 매달리는 오름이 지나치다고 여기면서도 오름의 선택을 인정했어, 각자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며. 그러니까, 단순한 사건에 대한 합의가 아니라 각각 독립된 사법 활동을 보장한다는 의미의 합의부가 아닌가 해. 숙련된 노하우로 사건을 둥글게둥글게 끌고 가고픈 세상, 한정된 정의의 자원이 모든 사건에 적용되도록 신속함을 놓치지 않고픈 바른, 때론 선택과 집중으로 초등학생에게도 이해받을 수 있는 시시비비를 밝히고픈 오름. 이렇게 뚜렷한 성향을 가졌기에 독립 활동이 필요할 것 같고, 그만큼 합의 역시 필수겠지.


오름의 선택과 집중이 밝혀낸 모습은 우리 사회의 마음 아픈 단면 하나야. 밥 먹을 친구가 없어서 배를 곯게 만드는 따돌림, 그래서 아침밥을 많이 달라는 아이가 불판사건의 이면에 존재하고 있었어. 스친 불판이 일으킨 나비효과에 그제야 내 손톱밑에 가시만 돌보기 급급했던 마음들이 진실을 털어놓고, 괜찮냐는 한마디를 뒤늦게 전해주었어. 자초지종을 다 들어주는 재판과정에 마음이 풀린 원고는 소송을 취하했고. 이 결말의 모습이 지나친 감동코드, 눈물바다라는 의견에 대해선....어느 정도 인정은 하겠는데 완전히 인정하고 싶진 않아. 만약 그 상황에서 고깃집 사장은 천장 바라보며 딴청 피우고 있었다면, 흡사 비슷한 사연의 뉴스에 공감지능 뚝 떨어지는 댓글 몇개를 보는 것 같지 않았을까나. 그런 댓글에 사이코패스라 힐난하는 댓글이 주를 이루듯, 가끔은 물아일체의 감동도 괜찮지 않아? 힘들고 아픈 사회에 소속되어있는 우리들끼리말야.

물아일체의 눈물이 넘쳐난 법정에서 세상과 바른은 담담한 편이었어. 하지만 법복의 격식이 차린 표정일 뿐, 마음에서는 비슷한 감동 혹은 그 이상의 의미가 흐르고 있었어. 수고했다는 말로 오름의 사법 활동에 긍정적인 의미를 전한 세상은 법복을 넣으며 자신의 처음을 떠올렸어. 오름의 정의 운운하는 패기에 자신의 패기는 어땠는지 생각났겠지, 옳고 그름을 판단하겠다는 세상에게 판단하기 전에 끝까지 잘 듣는 판사가 되라던 처음의 조언까지. 자칫 소홀할 뻔한 듣는 일을 오름을 통해 새삼 느끼고, 이 자체를 경험의 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야, 이십년이 지나도 남의 얘기 듣는 게 참 힘들다는 말과 옅은 한숨을 뱉어내며.

바른은 법관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는 눈치야. 사람의 표정을 지우더라도 사람의 마음까지 지워서는 안 된다는 걸 느끼거든. 마음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일은 정의를 신속하게 배분하기 바쁜 바른은 하기 힘든 일이라...오름의 가능성을 깨달았다는 표현이 맞겠지. 10화에서 오름을 새로운 답을 찾을 수 있는 실수라고 했는데, 그 실수와 새로운 답을 2화에서 처음 목격한 거야. 그리고, 실수를 극복하고 답을 찾은 오름에게 바른이 보낸 건 미소였어, 법관의 소명 하나를 무사히 이룬 감격으로 법복을 걸고 있는 뒷모습을 향해. 1화의 끝에서 추억속 오름을 향해 흐르던 미소가 2화의 끝에선 판사가 된 지금의 모습을 향하고 있어. 과거와 현재의 오름을 이제 동일한 대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느낌인데, 이 인식의 동력은 일에 있는 것 같아. 판사의 첫걸음을 내디딘 오름의 가능성에 대한 긍정과 애정이 한 움큼 자리잡는 미소 같거든.

아직 미소를 주고받을 사이는 아니라, 오름이 돌아보자 얼른 인공지능 표정을 짓는 바른. 그러나 오름은 이미 알아챘지, 씨어머니같은 말 툭툭 뱉어내는 싸가지 속에 숨어있는 온정을, 그 미소를. 헛기침하며 아닌 척하는 미소에 다 안다는 듯한 미소로 답하는 오름, 배석씨 표정 들키는 것도 민감하구나.

아직은 제 목소리를 가지지 못하는 관계의 작은 속삭임들이 시간차로 오가는 미소 속에서 흐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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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1. 운명공동체 44부

싸가지 언어 1호가 기록된 2화야, 어떤 가시는 진짜 아프다며. 그런데 딱히 누군가를 향한 공격성은 없고 허공을 향해 마음의 소리를 읊조리는 모양새지. (물론, 알콜바보 상태에서 퍼부은 폭격도 있었으나 바른이 기억 못 하는 것 같으니 무효처리!) 44부의 일상에 적응하며 입이 풀리는 중이라 볼 수 있는데 더 풀리진 못해. 왜냐면 바람 잘날 없는 분(노).조(절).장(애) 재판부거든. 할머니한테 전화했냐며 부장이 버럭버럭하며 뛰쳐들어오고, 갑자기 큰소리 들리면 일하다 말고 뛰쳐가야하거든. 박판사 그만해요, 말씀이 지나치다며 말려봐야 소용도 없고. 그러니까 싸가지 기질 좀 부리려면 44부가 무탈한 일상이어야 가능하다는 건데...이 말의 의미는 무슨 일이 생기든 안 생기든, 독자적으로 존립하기 힘든 운명체의 느낌이야. 예를 들면 변호사에게 아는 척하는 오름을 보며 심기불편한 세상은 바로 바른을 슬쩍 바라봐, 옷의 의미를 모른다고 한 후에도 보며 니 좌배석 또 뭐냐는 듯 같이 질책하는 눈빛이지. 좌배석의 행동 하나에도 연대책임을 져야하는 우배석인가봐. 또, 세상이 노발대발한 큰 이유는 단지 오름의 실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부 판결 못 받겠다고 난리피는 망신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지. 한사람의 실수는 곧 합의부의 실수인 거야. 각자 독립된 헌법기관인 동시에 결과는 같이 책임져야하는, 생각보다 끈끈한 운명의 끈으로 묶인 44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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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2. 니가 맞는데 널 만나고 싶어

바름이들 언쟁 2호는 진실과 증거의 선후 관계라 할 수 있어. 서류나 증거가 미비해도 진실을 밝히는 게 먼저라는 오름과 진실을 알기 위해서 증거가 먼저 필요하다는 바른. 일단 판사가 가져야할 덕목은 바른일 것 같지, 우리 헌법도 증거재판주의를 지지하고. 그래서 예외가 많으면 바뀌지 않는 게 사람이므로 증거 없으면 무조건 지는 원칙을 확실히 해야한다는 바른의 말에도 수긍이 가. 이 말에는 오름도 딱히 반박을 못 할 정도로 맞는 말이기도 해. 근데 곰곰이 생각하면 나는 증거주의를 우선하며 살고 있지 않더라고. 만약 내가 송사에 휘말린다면 들이밀 증거를 얼마나 꼼꼼히 챙겨두고 있나...자신감이 뚝 떨어지는 가정이야. 많은 사람이 나같지 않으려나 안일하게 생각할 때, 온정주의로 흐르는 오름의 생각이 우리 현실이고, 증거 칼같이 남기라는 바른의 원칙이 나아가야할 이상 같아. 그래서 둘의 현실과 이상이 적당히 타협하는 내 마음의 지점은...바른이 네 말이 구구절절 맞지만 내 송사에서는 오름이 같은 판사 만나고 싶다는 이기심 정도?!


덤3. 기적과 파격의 ○○씬 (※주의-대본집 스포가 있음!!)

대본집의 2화에는 바름이들 감정선이 더 선명하게 보였어. 바른은 본문에서 말한 눈치챌 생각을 안 한다는 자신의 마음을 벌써 깨닫고 있어. 그래서 보왕에게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말이 맞음을 돌려서 말하거든, 나도 모르는 걸 알려줘서 고맙다며. 오름은 보왕이 보낸 바른의 사진을 본 후 바른과의 포옹을 떠올렸어, 공을 막아주던 모습이 아니라. 단순한 심장의 반응을 넘은 마음의 동요가 이미 시작된 느낌이지. 야근과 포옹에 마음이 일렁이는 대본과 별 감정 없이 순화시킨 드라마, 결과론인데 드라마가 옳아보여. 2화에서 벌써 입질이 와서는 그렇게 더디게 진도 나갔다면 보는 우리는 얼마나 더 속터져겠냐고ㅋ 지금 생각하면, 포옹씬이 참 기적적이고 파격적이란 기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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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 일 있어서 건너뛰고 나니 2주 텀이네ㄷㄷ
그럼에도 간간히 보이는 함무라비 카테 글이 반갑더라ㅜㅜ

11화 빼고 모든 회차가 다 쓰기 어려웠는데 2화도 그래ㅋㅋ
일단 러닝타임이 다른 회차보다 길고, 감정과 일을 딱 구분하기 힘든 시점이라 뭔가 애매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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