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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함무라비 15화 리뷰 그 비슷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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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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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거자필반의 인연과 필연의 회자정리

만남이 있으면 떠남이 있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회자정리 거자필반. 리뷰 쓰려고 찬찬히 본 15화의 느낌이 이거야. 꽤나 거창하다 싶은데 그런 면이 있었어. 온갖 작당모의를 해댄 14화의 떡밥회수와는 달리, 다시 만나서 반가운 사람들과 꾸준히 자리를 지킨 작은 역할의 인물들이 서로 어울리며 인연의 느낌을 주었거든. 또, 바름이들의 과거 서사가 현재에서 무르익으며 이들의 인연은 필연으로 완성되는 느낌까지 있었어. 이런, 여러 인연이 등장하며 정리되는 모습이 15화가 결말이라해도 무방할 정도였어. 다만 세상은 시름에 잠긴 모습을 보여주며, 16화와의 연결고리를 움켜쥐고 있었고.

그럼, 어떤 인연이 어떤 의미로 정리되는지 찬찬히 살펴보자구.



임바른 투어의 의미

사표는 세상이 호통치며 찢어버려도 오름의 고민까지는 멈추지 못해. 일은 하고 있지만 다 지긋지긋하고, 이젠 무책임하고 이기적으로 살고픈 심정을 바른에게 털어놓거든. 이번에도 바른은 오름의 고민을 고민하는데, 요번은 좀 복잡하고 까다로워. 이젠 일 관계 위에서 마음을 나누고 있어서 말야. 실수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 같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바른의 마음은 어떡할 건지 그 거취를 함께 알려줘야 하거든. 그런 맥락에서 오름도 그냥 다 놓아버리면 안 되나, 그러면 안 되냐고 허락 맡듯 물어본 것 같고. 그러니 바른은 이리저리 뒤척이며 쉽게 잠들지 못하지,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좋아서 이러고 저러고들 산다는 엄마의 좀 멋있는 말을 들은 후. 다음날, 뒤척이며 고민한 결과를 오름에게 전해. 인생 뭐 있나, 하고 싶은 대로 다 그만두라는 엄마의 인생철학을 적극 수용한 답을. 평소의 바른과는 거리있는 답과 당장 내일 여행 가자는 말에 오름은 의문이 가득하지. 그리고 지켜보는 나는 바른의 마음이 되게 의문스러웠어, 대체 무슨 작정으로 마지막으로 하나만 같이 하자는 건지 말야. 그렇게 동행하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의문 가득한 임바른 투어가 출발해!

투어의 출발점에서 만난 두 사람은 태도와 차림이 사무실에서와는 사뭇 달라. 바른은 이쁘게 하고 왔다, 집에서도 이쁘게 하고 있구나는 말을 주저없이 던지며 뭔가 유들유들한 태도야. 이 모습에서 언제 봐준 적 있냐는 말이 생각나더라. 일뿐만 아니라 감정에서도 안 봐주고 대했으면 평소에도 꽤 유들대고 적당히 질척댈 수 있겠다 싶어서. 행동이나 말, 시선까지 절제되어있음이 바른의 매력이라 항상 생각했는데 그 절제를 벗어나니...마력이던데?? 말 몇마디에 설레서는, 그 얼굴로 그런 말하는 건 반칙이다 싶고, 이제까지 절제한 건 내 심장을 위한 건가 했어. 사석 바른에게 새삼 반해서 뻘소리 한번 했고, 이제 오름이. 오름은 평소의 다소 갑옷 같았던 옷이 아닌 하늘하늘한 차림이야, 바른과의 만남을 의식하고 기대한 듯. 그리고...어떻게 이러고 자전거 타냐며 바른을 따라가는 오름의 얼굴에선 어느새 미소가 흘러나와.

오름의 미소를 보면서 이건가 했어. 그러니까 오름은 다 그만두고 싶다고 심각한 고민 중이었는데, 그런 차림으로 미소를 지으며 누군가를 만날 수 있었어. 사람이 밥 먹고 일만 하는 건 아니니까, 사고와 행동의 전환이 필요한 오름이었나 싶었다고. 오름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듯, 기분좋게 자전거를 타고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기분전환 여행이 고맙다고 해. 그런데 바른은 그게 아니래. 박판사가 그만두기 전에 나를 알려주고픈 임바른 투어라는 바른의 설명을 들으며 잠시 주춤했던 의심이 다시 시작됐어. 마지막으로 하나만, 그만두기 전에..이런 표현에 자꾸만 불안한 추측 생겨나면서. 정 힘들면 그만두어도 되는데 마지막으로 나를 기억해달라? 어쩜 오름을 떠나보내기로 맘 먹었나..? 그래서 회자정리하는 중인가..이런 추측을 떠올리며 지켜보고 있었어.

불안과 의심으로 지켜보는 바른은 자기소개에 열심히야, 여행의 취지에 맞게. 장발장을 세번이나 읽은 책벌레 시절엔 그렇게 높았던 철봉을 이젠 멋있게 휙 돌아보고, 그때부터 걱정없이 먹고살 결심을 해야했던 이유와, 그 꿈을 이룬 지금은 일평생 싸가지일 만큼 약함 따위 인정 안 하는데, 함부로 동의해도 될만큼 이제 여유로이 강하다는 임바른 소개. 그리고 박차오름 넌, 너도 절실한 먹고사는 일을 그만두고 싶을 만큼, 그럴만큼 힘든 건 아는데, 그런 힘듦을 담담히 인정할 수 있는 너도 생각보다 강한 사람일지 모른다고 오름 소개도 곁들여. 처음하는 소개이지만 서로의 약함과 강함은 어느새 알고 있는...


마지막 행선지, 그시절 그곳으로 온 바른은 그애를 소개해줘. 그시절 내가 좋아했던 어떤 여자애, 그때는 정말 약해보였던 그애가 무섭고 힘든 두 주먹을 꾹 쥐고 여기 내 자리라며, 부당함에 절대 밀려나지 않던 모습이 멋있었다고, 자신이 쪽팔린 기분이 들 정도로. 요즘 그 여자애가 생각난다는 말과 함께 오름에게 건넨 건 바로 사직서였어. 그때처럼 포기하지 않고 버텨주었으면 좋겠지만 정 안 되겠으면 판사는 개뿔, 같이 때려치우자는 의미로. 너무 진지하면 부담을 줄까봐, 개뿔 쫄았다 드럽고 치사하다 까짓거..등 유들한 단어와 태도를 곁들인, 일을 벗어난 바른이 주는 가벼움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나도 같이 갈게요, 어딜 가든'은 버티든 그만두던..어느 쪽이든, 열린 선택을 가벼운 맘으로 해보라는 거야. 어떤 선택이든 같이 갈 나는 이런 동네에서 이렇게 자라 이런 생각을 갖고 그시절부터 너를 좋아해온, 이런 사람인데 같이 가도 되겠냐는 의미가 임바른 투어라고 할 수 있고. 흔히 말하는, 네 인생의 오점이 되고 싶다, 호적 좀 더럽혀도 되겠냐는 드립의 참으로 바른 버전이기도 하며. 여기쯤에서 불안했던 내 추측은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꼴이어서 참 다행이었지. 혼자 맘대로 떠나보내는 것과 반대인 인생 별거 있나, 함께 떠나자는 회자정리였으니까.

오름은 사직서를 받으며 잠시 놀라더니 천천히 눈물이 차올랐어. 어디든 같이 가겠다는 말에는 눈물이 맺히고, 사고뭉치 좌배석에겐 우배석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말에는 맺힌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렸어. 오름은 충분히 알았겠지, 바른이 전한 사직서의 무게를. 어릴 적부터의 꿈을 이룬 일인데 그 일을, 그 무게를 자기를 위해선 선뜻 놓겠다는 마음이 일으킨 눈물이었을 거야. 지금껏 연습해서 연주해준 엉망진창 파반느의 감동처럼. 그런 마음이 지금을 살아가게 하는 힘, 나의 우배석이라서, 조금은 더 버터볼까, 훨씬 나약했던 그때도 물러서지 않았는데..이런 생각이 스쳐가며 한번 더 울컥했을 것이고. 바른과 함께한 여행의 의미, 열린 선택과 그 선택의 어디든 함께할 사람이 이런 사람임이 무사히 와닿아 흐른 눈물이었을 거야. 온전히 흐른 한번의 정신적인 교감, 이 감정을 어떡할까. 바른이 내민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마무리할까...?

오름은 고개를 저었어. 손수건 대신 손으로 눈물을 훔쳐낸 후 바른에게 한발 다가가 입을 맞추었어. 가벼운 옷차림으로 일을 벗어난 마음이 감각에 쉽게 흔들리며 전하는 에로스 한 발자국. 이 가벼운 에로스에 바른은 손수건을 쥔 채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아, 눈동자만 겨우 움직이며. 이런 반응의 바른은 오름에게 너무 정신적으로 고취되어있는 느낌이야. 너무 다른데 좋아하고, 좋아하는데 늘상 무슨 일이 터지고, 게다가 바른의 정신 활동은 꽤 차원이 높고. 그 결과, 실수하도록 도와주겠다, 불편해서 좋아한다, 어딜 가든 나도 간다 같은 형이상학적 이유만 구축할 뿐, 뛰는 심장이 직접 행동할 기회는 좀처럼 주지 않아. 이를테면, 바른의 책상을 지키고 있는 정의의 여신상이 오름이랄까. 이 원칙은 정의로운가를 돌아보게 만드는 원칙주의자의 정의의 여신이지. 그 여신이 덜컥 입맞춤을 해오니 굳을 수밖에, 고장날 밖에. 그런 차원에서 오름에게 바른은 천수관음보살이지, 사고칠 때 지칠 때 두루두루 보살펴 살아가게 해주는. 그래서 오름이 더 안정을 찾고 바른이 고취 상태를 빠져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다행히 오름에겐 여자의 직감과 본능이 있었어, 이 순간..이 남자다 싶은. 어쩌면 이런 면에서도 새로운 답을 잘 찾는 오름의 가능성이었던 것이고.

오름의 직감과 가능성으로 인해 무사히 시작한 풋풋한 에로스, 지켜보는 사람이 멀미날 것 같았던 긴 플라토닉을 살짝 벗어난. 이 풋풋한 감각에 바른은 고취되었던 정신이 또 다른 의미로 정신을 차린 듯 오름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어, 같이 집에 가자며 손을 잡아끌었지.

그래서, 임바른 투어의 최종 의미라면...어딜 가든 내 마음의 거취는 너 하나라는 것, 살짝 맞닿은 입술과 마주잡은 두 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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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 시간의 요정과의 인연

임바른 투어 중 귀여운 인연을 만났지. 1화부터 틈틈이 나와 바른의 피아노 실력의 변화를 알려주던 꼬마 말야. 결국 오름에게 바른의 파반느를 들려주기 위한 귀여운 서사였나봐. 그 서사덕에 듣게 된 바른의 피아노 실력은 여전히 신통치 않는데, 그 신통치 않은 연주가 파반느임을 감지하면서는 오름의 표정이 급격하게 흔들렸어. 왜, 지금, 이 순간에, 선배가, 이 곡을, 연주하고 있냐는 듯. 꼬마는 그 의문에 답하듯 저 곡만 연습한다며 이상하다고 해. 그 말이면 오름은 더 이상할 것 없지, 대신 오랫동안 잊지 않고 간직해온 바른의 마음이 시간을 넘어 전해지는 듯한 이상한 감동이 밀려왔어. 놀란 듯, 감동적인 듯, 울컥한 듯, 벅차오르는 듯, 딱 뭐라 표현하기 힘든 오름의 표정이 인상적이어서 옆에 있는 꼬마가 시간의 요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꼬마가 있어 들게 된 연주는 이상한...시간의 감동이 있으니까.

이상한 감동은 상상의 나래를 좀 펼치면 확실히 알 수 있어. 예를 들면...시간의 요정인 꼬마가 이끄는 손에 끌려 오름이 어디론가 가는데, 그곳은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던 도서관의 그 벤치야. 그곳엔 여전히 비를 맞으며 오름이 사라진 곳을 보고 있는 그시절의 바른이 우두커니 멈춰있어. 그렇게 지금의 오름이 그때의 바른을 만나서, 몇마디 건네는 거야. 힘들었던 그때는 이미 지나갔고, 지금은 또 다르게 힘든데 훌쩍 자란 선배와 함께하고 있으니 우린 괜찮을 거라고, 그러니 이젠 걱정 말라고. 그러면 그제야 바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아직도 꾹 쥐고 있는 티켓 두장을 오름에게 건네는 거야, 꼭 함께 가고 싶었다는 말을 전하며. 그 티켓을 받아쥔 오름이 다시 돌아온 지금 눈앞엔 훌쩍 자란 바른이 서툴지만 정성껏 파반느를 연주하고 있어, 마치...함께 가지 못한 연주회를 지금껏 준비해온 듯. 그런..이상한 시간의 감동을 전해주는 꼬마와의 인연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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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한 톨의 의미

이제껏 오름이 뿌린 밀알들이 15화에 대거 등장했어. 물론 오름이 뿌리려고 한 건 아니고 그저 자신의 소신대로 살아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지.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지면, 어딘가에서...어쩌면...이란 바른의 독백에 비추면 오름 자신도 한 알의 밀알인 셈이고. 그렇게 땅에 떨어져 언젠가 푸릇한 싹을 틔울 밀알들을 바른이 잠시 불러들였어. 사람 좋아하는 오름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은 기운을 받도록, 법원식구들과 시장이모들로도 모자라 교회 아이들과 가온까지 불렀더라고. 아무래도 오름의 기분전환도 신경쓰고 있는 듯.

각자 무리의 관계일 뿐이고 다 같이 모인 건 처음인 사람들이 다 같이 수박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주말연속극의 되게 뻔한 감동코드 같아서 평소의 나라면 대충 보고 넘겼을 장면인데 몰입해서 보다 울컥하는 감동까지 밀려왔어. 그 이유가..작은 역할이지만 뚝심있게 줄곧 엮어온 작가님의 진정성이 목석같은 내게도 통해서라 여기고, 그런 관계의 진정성에 오름도 기운이 나길 원한 바른의 바람이 아닐까 해. 여기에 더 큰 감동이 찾아오지.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는 바른의 위로가 헛되지 않은 천륜의 거자필반, 오름의 엄마 기억이 돌아온 거야!! 자랑스러운 내 딸이란 말을 들은 오름은 내일 아침이면 기운 차리겠지? 그건 안 봐도 기분좋게 뻔해!


이제 제법 싹을 틔우고 있는 밀알들도 있어. 내부고발자에서 기자가 된 다인과 1인 시위를 하던 할머니 말야. 할머니 사연을 알게 된 다인이 그 사실을 기사로 알리며, 튀는 판사로 호도된 여론에 맞서는 정의로운 판사라는 흐름이 서서히 싹을 틔우겠지. 할머니는 그 싹을 기다리지 못하고 오름을 비난하는 시위대에게 맨몸으로 부딪히기도 해, 선의가 늘 외롭기만 한 건 아니다는 바른의 독백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싶은 듯.

법원내에서도 선의를 외롭게 두지 않으려는 흐름이 일어났어. 오름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것이 알려지자 모두 모여, 흥분하고 걱정하며 대신 눈물을 보여주기도 해. 이런 분위기가 아닌 실제 행동하려는 움직임은 보왕에게서 일어나. 누구와도 싸우고 싶지 않다던 예전의 보왕이 아니라, 비를 멈출 수 없을 땐 함께 맞아야한다는 소설을 읽고 있는 연인을 둔 지금의 보왕, 박판사가 온 뒤로 많이 달라졌으니 이제 우리가 달라질 때라고 인식하는 보왕말이야. 법원의 여러 밀알 중 보왕에게서 가장 먼저 싹이 돋아날 줄은 생각지 못해서 뭔가 재밌는 기분이었고, 바른과 미친놈~ 븅~을 주고받으며 그 행동의 의지를 다지고 있어 진짜 웃겼다구.


일생 한결같은 싸가지가 함께 가겠다 하고, 좋은 사람들과 기분전환을 하고, 엄마가 제자리에 돌아오고, 자신의 선의가 외롭지 않음을 느끼는 오름은 한껏 당당할 수 있어. 시위대에게 밀린 할머니를 감싸며 내가 대한민국 판사 박차오름이라며 온몸으로 맞서고, 바람피운 여자는 그냥 맞아 죽어야 하냐며 열번을 토하지. 그 열변에 바른은 돌아온 걸 환영한다며, 이제야 박판사 같다며, 오름의 열린 선택을 바로 눈치채지. 함께 떠나겠냐는 회자정리에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거자필반으로 답한 건데, 그리 거창할 필욘 없고 '칫~' 대꾸 한마디에 주고받는 미소면 이미 이심전심. 그렇게 제자리에서 흔들리지 않으면 징계위원회도 기꺼이 마주할 수 있어. 법관이면서 대법원을 상대로 싸울 각오까지 하는 대한민국 최강 계란으로 거듭나는 거지.

일의 자리로 돌아오면서, 오름은 다시 갑옷같이 싸맨 복장이야. 바른은 무슨 있었냐는 주변의 추궁에 훗 비밀이란 듯 유들대던 표정도, 가온에게 대놓고 부리던 질투도 없어. 꽤 풋풋했던 둘의 기운은 다시 일속에 묻히는 걸까. 일단 표면적으로는 그래보여, 하지만 둘만이 알 수 있는 신호가 있어. 판사는 법으로 할 때 힘이 있음과 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달은 오름은 바른만이 알 수 있지, 자신이 건넨 밀알 하나가 어느새 싹을 틔웠음을. 어쩌면 이젠 정말 제대로 된 원칙주의자의 정의의 여신이 된 것 같은 오름이야. 오름은 아직 모르지만 바른에게서도 푸릇한 싹이 돋아나고 있어. 정의의 여신이 외롭지 않게 장외 투쟁을 하고 있거든, 그 대쪽같은 원칙주의자가 오름이 돌리던 연판장을 쥐고 뛰어다니고 있다고, 오름을 장외에서라도 지켜내고자 하는 천수관음보살의 보살핌인 양. 선의를 위해 원칙을 살짝 벗어난 바른의 행동을 오름이 머잖아 눈치챈다면, 바로 알 거야, 자신이 건넨 밀알의 그 싹임을. 이렇게, 다시 일속에서 서로 절제되어 있는 감정이지만 둘만의 푸릇한 신호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그렇게나 달랐던 그들이 이제 상대방 책상 위의 조각상을 닮아가고 있다니, 다름과 바름과 옳음이란 공익광고를 찍어도 괜찮을 건전함 아냐?. 그.치.만 둘에겐 오랜 서사가 있고 그 서사가 현재에서 무르익으면 둘만의 서정으로 자리잡지, 건전함을 살짝 밀어내며. 창가 뒤편에 서서 꽤나 관음보살 같은 미소를 짓는 바른이 그 여자애가 저기 있다는 독백을 흘러내면, 드디어 둘의 서사가 완성되는 것 같은 감동을 전해줘. 어디 출마 소감을 열변하는 듯한 오름이 마지막 재판이 될지라도 언제나 그랬든 법정에 서겠다며 바른을 한번 바라볼 땐, 당신이 좋아하던 그애..지금도 바로 곁에 있다는 듯 완성된 서사의 서정이 흘러나와. 과거와 현재, 두번의 인연이 필연으로 무르익은 서정이랄까.

그래서, 밀알 한 톨의 의미라면...선의를 외롭게 두지 않기 위한 거자필반의 인연 혹은 누군가에겐 완성된 서사의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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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상 투어의 의미

바른 투어가 한창 진행 중 일때 세상은 감부장 면회를 갔었지. 그래서 여긴 한세상 투어 중인가 했거든. 그러면...세상 투어의 의미를 미리 정리하면...서럽 한 켠에 자리잡은 사직서의 예정된 회자정리일 수도 있고, 자신의 배석을 향한 미안함과 무능력함을 쉬이 떨치지 못해 스스로 필연성을 욱여넣는 회자정리이기도 해.

투어의 첫장소에서 만난 감부장. 지난 사건에 휘말인 인물로 스쳐가도 무방할 텐데 현재의 모습과 심경을 보여주며 작은 서사를 구축해줬어. 감성 넘치던 판사에서 푸른 죄수복을 입은 모습이 인생무상 같은데, 감부장은 인생무상의 의미, 법복 벗으면 아무것도 아닌 인간임을 깨달으며 죗값을 치르고 있었어. 세상은 감부장의 그런 됨됨을 알기에 한번씩 찾아와 자신이 쇠고랑 채운 안타까움을 푸는 것 같았고. 진정한 남자 으른들의 속내 깊은 의리 같아서 무게감을 주더라.

둘의 대화 중, 세상의 막말 기사에 부장이 더 또라이래더라고 한 뒤, 가만 근데 혹시..라며 감부장이 의문을 드러내는데 세상은 그만 간다며 말을 끊었어. 여기서, 나도 거하게 폭발하는 세상의 막말을 보며 품었던 의심이 떠올랐어. 그러니까, 주목받고 있어서 참아야할 시기임을 바른이 아는데 세상이 모를 리 없고, 국민참여재판에 역시 시끄러운 인터넷 여론을 보며 수심 가득했던 세상을 떠올리면 혹시... 오름에 대한 시끄러운 관심을 자신의 막말로 한번 돌려보려던 심중은 없었을까...? 계산적으로 짜맞춘 건 당연히 아닐지라도 그런 흐름이래도 상관없겠다 싶어서, 예민한 마음 그대로 폭발시킨 막말 아니냐는 거지. 그렇게라도 풀고 싶은 오름에 대한 아낌과 미안함이고. 그런 세상의 됨됨은 감부장이 잘 알고 있어 말조심, 몸조심하라며 거듭 당부를 하지. 반복되는 조심이란 단어는 무슨 일이 생기겠다는 필연성의 밑밥 같으며.

두번째 장소는 세상의 집이야. 기죽은 모습이 꼴보기 싫어서 꿀물을 전하고, 오랜 동반자로서의 포옹으로 기를 살려주시는 마나님. 근데 지켜보는 나는 왠지 그러지 말라고 싶더라. 기 살지 말고 그냥 따개비처럼 딱 붙어있을 생각만 했으면 좋겠어서. 자꾸만 뭔가를 짊어지는 행보 같아서, 불안해서 말야. 그런데도 세상은 늘 기분좋은 웃음만 흘러야할 두 딸을 보면서도 수심을 한번 흘러냈어. 이 아이들을 생각하면 따개비가 딱인데, 하지만... 그런 수심은 다인의 기사를 보면서도 흘러나와. 정의로운 판사란 좋은 흐름을 감지하면서도 이내 미소를 거두고 수심 가득 생각이 많아 보이지. 좋게 흘러가니 더더욱 나도 무언가를 해야지 않냐는 듯...


투어의 마지막 장소에서 세상의 수심은 망설임 없이 행동하고 거침없는 언어를 뱉어내. 성공충을 향해 멱살부터 잡으며 선배로서 후배한테 할 짓이냐며 소리치고, 수석부장에게 조직을 위한 핑계로 젊은 후배를 희생시키는 당신은 무엇을 희생했냐, 부끄럽지 않냐며 호통으로 따지고 들지. 세상의 수심은 단순한 배석에 대한 미안함과 조직의 무능력함만은 아닌 것 같아. 그런 조직이 되어버린 시대에 대한 책임과 점잖게 희생만 요구하며 해준 것 없는 젊은 세대에 대한 부채의식이 깔려있어. 그런 깊은 통찰을 하느라 좀처럼 수심을 떨쳐내지 못했을 것이고.

세상이 꼭 가져야할 책임과 부채의식은 아냐. 자신의 성공만 좇아 뿔난 송아지 솎아낼 궁리밖에 못하는 성공충이 있고, 조직만을 바라보며 우아하게 소극적인 수석부장이 있으며, 무엇보다 감부장의 언급대로 혼잣몸이 아닌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세상이니까. 보왕의 아쉬움처럼, 그저 함께 어울려 힘든 배석들 감싸주는 것만 해도 자기 역할은 충분히 하거든. 그리고 나는, 점점 다가오는 사표의 복선이 싫어서, 세상 없는 44부는 절대 싫어서, 계속 불안하게 지켜봐야했지. 그럼에도 세상은 스스로 필연성을 욱여넣은 후...배석을 위해, 조직을 향해, 세상을 향해, 세상 바르고 옳은 소리를 힘껏 내질렀어.

그래서, 한세상 투어의 의미라면...시대의 책임과 세대의 부채의식을 짊어진 결단과 그 결단이 가져올 회자정리가 못내 싫은 44부에 대한 내 애정.

Jcv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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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라서 되게 좋다ㅠㅠ 여유있게 짤도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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