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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박정민, 형용하지 않고 형용되지 않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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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3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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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속을 꽁꽁 감추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가볍게 열어젖히는 느낌도 아니다. 매끄러운 화술을 가진 사람이지만 이 대화가 그의 속 어디쯤까지 가 닿고 있는지는 가끔 잘 모르겠다.

어떤 질문을 해도 허투루 답하지는 않는다. 다만 답 이상의 무엇이 자꾸만 궁금해진다. 처음 만난 4년여 전의 대화를 복기해보니 그에게 던질 수 있는 말들의 형태가 아주 조금은 직선에 가까워진 것 같다. 구불구불 설명을 곁들이지 않아도 서로의 행간을 대강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박정민을 처음 만난 것은 영화 '들개'의 개봉을 앞둔 때였다. 그의 이름을 처음 기억하게 만든 영화는 역시 장편 데뷔작 '파수꾼'이었지만, 가까이서 마주한 그의 모습은 '파수꾼'의 배키(희준)보단 '들개'의 효민과 조금 더 닮아 있던 것 같다. 물론 '굳이 따지자면' 그랬다는 이야기다. 효민처럼 거침없이 솔직했지만, 그의 말들 중 알맹이 없는 문장은 없었다. 박정민이 낯을 가리는 사람이라면, 그건 아마 상대에게 '아무 말'을 던지는 데에 조금 시간이 걸린다는 뜻일 것이다. '들개'부터 '변산'까지 수 차례의 만남을 통해 구면이 되어서인지 혹은 그의 '대화 스킬'이 향상되어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박정민의 '아무 말'을 듣는 재미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와의 인터뷰를 떠올리면 매번, 또 유독 아쉬움과 욕심이 남는다. 아마 그간 만난 횟수를 몇 곱절 더해 만남을 반복하거나 시간을 돌려본대도 이 마음은 같을 것이다. 대화를 나눌수록 늘어가는 문장들에 만족스러워지는 대신, 그가 내심 '여기까지'라 여겼을 답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싶어진다. 만남이 거듭되고 상대를 익힐수록 박정민은 그 담 너머의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설레는 순간들이다.

배우 박정민은 그런 사람이다. 들을수록, 볼수록 궁금해지고 그 머릿속에 한번쯤 들어가보고 싶은 인간이다. 인터뷰이로서 그저 '쓸만한 인간'이라기에, 그는 지나치게 흥미로운 대상이다. 박정민과의 만남이 되려 본래의 목적 앞에서 무용해질 때가 있다면 그런 이유 탓이다. 영화에 대한 이야길 나누기 위해 만나지만, 그 짧은 대화들은 늘 인간 박정민, 보통의 사람 박정민에 다시 매료되며 끝이 났다. 그의 최근작 '변산'을 논하기 위해 만난 자리 역시 그랬다.

그날 박정민은 "형용사를 붙이지 않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가 글을 쓸 때나 연기를 할 때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지점이었다. 돌이켜 생각하니 이 말은 박정민이라는 인간 자체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형용이 거추장스러워서라기보다는, 그를 적확히 형용하는 말을 찾기가 끝내 어려워서다. 박정민은 그냥 박정민이다. 세련된 어구로 치장하기에 그 어떤 형용사도 그보다 매력적이지 않다. '형용하지 않는' 연기를 하는 박정민의 현재를 최대한 '형용하지 않고' 기록한다.

이하 박정민과 일문일답

-'변산'의 학수는 박정민에게서 본 적이 있는듯 하면서도 사실 한 번도 보지 못한 느낌의 인물이더라.

"전형적이고 싶지 않았던 면은 있다. 이야기 자체가 특별히 새로울 건 없지 않나. 아버지와 싸우고, 화해하고, 이 이야기에 고향이란 소재가 들어가면서 조금 새로운 느낌이 있는 것이다. 사실 그냥 구질구질한 인생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구질구질한 그대로 보여주면, 조금 '처지는' 영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변산'은 많은 분들이 보며 웃고 즐기면 좋겠다고 생각한 영화였다. 내가 거기 갇혀 '학수를 통해 뭔가를 보여주겠어'라고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편하게 그 관계 속에서 찌질해지거나 폼을 잡거나 하면서 매 관계 다른 모습의 학수를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변산' 이전의 영화에선 그렇게 '찌질한' 역할을 한 적은 별로 없었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선 피아노 천재였고, '동주'에선 말할 것도 없이 멋진 송몽규 선생이었다. '아티스트:다시 태어나다'에서도 성공한 갤러리 사장이지 않았나. '염력'에서도 선한 캐릭터였고.

"그렇다.(웃음)"

-'들개'에서도 멋졌고, '파수꾼'에서도 찌질하진 않았다.

"'파수꾼'에선 외모가 조금 찌질했던 것 같다.(웃음)"

-'변산'은 소소하면서도 괜히 마음이 가는 영화였다. 누구에게나 그런 영화가 있지 않나.

"그게 이준익 감독 영화의 장점 중 하나 같다. '변산'은 '올드스쿨보다 더 올드스쿨'이지. 어떤 촌스러움에서 나올 수 있는 사랑스러움 아닐까. 이준익 감독님이 잘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기교를 부리지 않는 대신 '이게 사람이야' '이게 청춘의 이야기야' 하고 보여줘버린다. '변산'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분이라 그런 마음이 느껴진다. '변산'을 보며 '이준익스러운 영화'라고 생각했다."

-선미(김고은 분)에게 고백하는 마지막 장면은 특히 마음에 남더라. 시사 때 '이 순간 김고은이 되고 싶다'는 동료들이 있었다.

"내 인생에 이런 말을 듣다니.(웃음)"

-선미를 향해 '정면을 바라보게 해 줬다'고 언급하는 엔딩 무대 장면 랩 가사도 인상적이었다. 가사를 직접 쓰지 않았나.

"나도 내가 썼지만 마음에 들었다. 그 곡은 영화를 정리하는 랩이고, 학수의 마지막 고백이기도 하다. 1절은 아버지에 대한, 2절은 선미에 대한 고백이다. 마지막 날 촬영했다. 가사는 굉장히 오래 썼는데 완성에 걸린 시일은 오히려 며칠 안 된다. 계속 쓰고 버리고를 반복했다. 막바지에 그간 촬영했던 것을 복기하며 금방 썼다. 나는 글도 금방 쓴 글이 좋더라. 그 가사도 그랬다. 어쨌든 학수로서 느꼈던 모든 것이 젖어있는 가사이다보니, 내가 썼지만 좋아한다. 마지막 촬영이기도 했으니 울컥울컥하더라. 선미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학수로서 선미의 마음을 너무 늦게 알게 된 것이 미안했다는 뜻인가.

"그렇다. 감독과 이야기하면서 얻은 소스인데, 학수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주지 못하는 것이다. 가사에도 '받아본 적이 없어 줄 수 없던 사랑이야. 미안해'라고 하는데, 랩이 슬프지 않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줄 수도 없다니."

-학수와 선미는 아슬아슬하게 영화에선 해피엔딩이었지만, 현실이라 상상해보면 정말 쉽지 않은 관계다. 학창시절엔 선미에게 관심이 없던 학수가 뒤늦게 선미를 좋아하게 되고, 이를 또 뒤늦게 알아챈다. 실제로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바로 알아채는 편인가, 늦게 알게 되는 편인가.

"나는 쉽게 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구나'라는 마음을 쉽게 아는 편인 것 같다. 모든 것이 빠른 21세기 아닌가.(웃음) 나는 그렇지 않은 편이지만 친구들 중엔 뒤늦게 알아채 좋은 인연을 놓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가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빨리 쓴 글이 좋다'고 했다. 오랜 시간 글을 연재했고 이를 책으로 펴내기도 했는데 한 편의 글을 쓰는 데 얼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는지도 궁금했다.

"한 시간 안에 쓰는 것도 있고 이틀 간 쓰는 것도 있다. 그런데 주로 내가 좋아하는 내 글은 거의 한 두 시간 안에 쓴 글들이다. 퇴고도 없이. 내가 쓴 글은 소설도 아니고 뭣도 아닌,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 해주듯 MSG를 쳐서 이야기해주는 글 아닌가. 그건 오래 생각하면 재미가 없지. 내가 할 말이 있거나, 어떤 계기가 있거나, 어쨌든 할 이야기가 정리돼 있으면 금방 쓴다."

-'이번 편에서 뭘 쓰지?'라는 생각에 뭔가 막힐 때도 있지 않았나.

"그럼 산으로 가는거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도 모르니까. 혹은 하고 싶은 이야기지만 내가 배우라서 쓰지 못하는 글도 있다. 그런 경우는 돌려돌려 써야지. 아무도 못 알아채게 써야 할 수도 있으니 그럴 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예를 들면 나는 화가 나서 쓰는 글인데 화났다는 걸 보이고 싶지 않은 거다. '잘 알아주세요' '행간을 읽어주세요' 하고 쓰는 글은 오래 걸린다. '제가 오늘 화가 났거든요. 여러분들, 제가 그렇습니다. 굳이 알아차리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냥 쓰는 겁니다' 할 때는 조심해서 써야 하니까. 연재를 그만두게 된 이유에는 그런 압박감도 있었다."

-취미로 쓰던 글에 마감노동자의 압박을 묻히고 싶지 않았던 걸까.

"그렇지. 어느 순간 일이 된 거다. '난 작가가 아닌데 글쓰는 걸 왜 일로 생각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재를 하며 4년이 지났는데, 그러다보니 '그만 할 때가 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할 말도 없다. 나중에 할 말이 있으면 쓰겠지.(웃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글재간'이 있어야 하지 않나. 어릴 때부터 어떤 것들을 읽고 보았기에 그런 글을 쓰는지 궁금했다. 넘겨짚기에 뭔가 치열하게 읽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타고난 면이 있나.

"난 '잡식'이다. 책들을 통해 뭔가 얻으려 하지도 않는다. 활자중독까진 아니지만 읽는 걸 좋아하는 거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아, 그렇구나' 한 뒤 뒤돌아 까먹고.(웃음) 그 순간들이 재밌어 책을 읽는 거다. 글을 쓰려 책을 읽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쨌든 영화과에 입학하니 수업이 있었고 산문이든 짧은 단편이든 시놉시스든 글을 써야 했다. 아무것도 모를 때니까 그냥 멋있는 글이 좋은 글인 줄 알고 그런 글을 쓰려 했었다. '오늘 나무가 파랗다. 저 파란 은행나무는…' 그런 것 있지 않나.

어느 순간 너무 재미가 없어서 내가 보고싶은 글, 웃기는 글을 쓰고 싶더라. 생각이 많아지는 글, 혹은 철학적이거나 한 문장을 두 번 읽어야 하는 글은 쓰기 싫어졌다. 안그래도 힘든데 문장을 해석해 읽고 있어야 한다는 데에 어느 순간 지치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글은 재밌는 글이다. 재밌는 영화를 좋아하듯이. 내가 보고 싶은 글을 쓰다 보니 그렇게 쓰게 됐다.

그리고 (내 글은) 내가 연기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글이란 생각도 든다. 어쨌든 내 글엔 큰 따옴표, 즉 대사가 많다. 작은 따옴표, 독백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고. 연기하는 사람들은 그런 걸 집중적으로 보는 사람들 아닌가. 어떤 호흡이 웃긴지도 연습해본 적이 있으니 그런 호흡이 몸에 자연스럽게 남아있어서 글 쓸 때도 묻어나는 면이 있다. 웃기려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내가 가지고 있는 호흡으로 쓴 글이 웃기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웃기는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 당시엔 장진 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했다. 슬랩스틱이 아니라, 말로 엉뚱하게 웃기지 않나. 이 대사가 나올 타이밍이 아닌데 나오고, 그런 식으로."

-장진은 정말 엄청난 매력과 재능을 지닌 극작가다.

"그렇다. 장진이라는 극작가를 너무 좋아해 그 글에 빠져 있을 때가 있었다. 그런 글들, 영화들을 좋아했다. 예를 들어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같은 B급 코미디 영화를 보며 웃는 게 너무 좋았다. '난 이런 게 재밌는데 왜 '파란 은행나무' 어쩌구 하는 글을 쓰고 있을까. 내가 더 잘 쓸 수 있는 글은 따로 있는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문체라는 표현은 조금 거창하지만 문체를 바꿔나가게 됐다."

-처음부터 그런 글을 쓰진 않았다니 의외다.

"처음에 내가 썼던 글을 공개한다면…(웃음) 말도 안된다. 그 글 때문에 학교에서도 한 번 떨어진 사람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영화과 시험을 보러 갔는데, 예술학교니까 자기소개서도 예술적으로 써야 할 것 같지 않나. '바닷가를 걸었다. 밀려오는 파도를…"

-에잇.

"(웃음) '파도를 보니 바다가 어머니의 양수와 같이 느껴졌다' 뭐 이런 식으로 썼다. 그 때 김성수 감독님이 감독관이었는데 '넌 자기소개서가 뭔지 모르니?' 하셨다. 난 '예술학교인데 이렇게 쓸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자꾸 멋을 부리니 떨어지지 않았을까? 책을 봤으면 좀 나았을 텐데, 책도 안 봤던 때였다. '어떤 책을 읽느냐'고 묻는데 '안 본다'고 하면 떨어질테니 그냥 '책을 좋아한다'고 했다. '어떤 작가를 좋아하냐'고 묻기에 어제 학교에서 친구가 보고 있던 책의 작가 이름을 말했다. 요시모토 바나나였다."

-요시모토 바나나라니. 앞뒤가 하나도 안 맞네.

"그러니까! 감독관은 '요시모토 바나나를 좋아하는데 글을 이렇게 쓴다고?' 하고, 나는 '아, 좋아하는 작가와 저의 문체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웃음)"

-그렇게 맞닥뜨리며 얻은 것들이 연기자가 되고 나서도 영향을 줬을까? 글을 쓸 때 '멋부리지 말고, 좋아보이는 것 하지 말고, 내가 진짜 보고 싶은 걸 쓰자'고 했던 결심이 연기에도 적용됐는지 궁금하다.

"그건 잘 모르겠다. 보는 분들이 내 연기를 어떻게 보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나는 최대한 뭘 잘 안하려고 노력한다. 형용사를 붙이는 연기를 안 하고 싶어 한달까. 그런 연기를 좋아하지 않는 거다. 지금도 부족하지만, 형용사가 없는 연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런 면은 내가 쓰는 글, 내가 좋아하는 글과도 닮아 있다. 문장이 복잡하고 어렵고 있어보이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글이 있지 않나. 책이라면 어려워도 바로 다시 볼 수 있지만 연기는 그렇지 않으니까. 형용사 가득한 연기를 한다면 내가 담고 싶은 고민들을 (관객들이) 캐치하기 어렵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계속 하려 한다. 최대한 많은 걸 하지 않으려 하는 셈이다. 그런데 또 반대로, 많은 걸 해줘야 하는 영화도 있다. 영화와 장르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이번에 '사바하'를 하며 느꼈다. 장르물의 연기와 드라마 연기는 접근 방향이 또 다르더라."

-차기작 '사바하'에서의 연기도 궁금하다. 이 영화 작업 때문에 염색모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사냥의 시간'까지 끝나고 바로 그 다음날 검정색으로 염색했다. '사바하'와 '사냥의 시간' 두 영화를 같이 찍어서 '사냥의 시간'에서도 노란 머리로 나온다. '사냥의 시간'에선 모자를 많이 쓰고 나오긴 한다. 7개월 간 그러고 있었으니 머리카락이 상하는 건 둘째치고 너무 멋이 없어. 뭘 해도 멋이 없어. 그 당시 인터뷰 사진이 올라가면 상황을 잘 모르는 분들은 '멋 없다'고, '그 머리 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이셨다. '제가 영화 촬영중이라서…'라고 댓글을 달 뻔했다."

-행사에도 많은 팬들이 응원을 오고, 팬덤이 생긴 것 같다.

"팬들이 있다. 뭐랄까, 아주 조금씩 늘고 있는 느낌이다. 아주 조금씩 체감한다. 팬덤까지는 아니지만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다."

-어떨 때 팬들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드나.

"GV나 행사에 갔을 땐 예전에도 우리 소수정예 팬들이 감사하게도 와 주셔서 흐뭇하게 팬들께 감사함을 전했었다. 하지만 예를 들어서, 나는 아직도 길을 걸어도 너무 편하게 다니고 있다. 예전엔 200m 걸어가야 한 분이 알아보셨다면 이제 150m에 한 분이 알아보시는 정도?"

-그 정도면 굉장히 많이 알아보는 것 아닌가. 사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지만 모른척 지나가는 거겠지.

"그런 경우도 있다. '앗, 누구다'가 아니라 '누구지? 아, 맞아, 맞아' 하는 것. 그럼 이미 난 그 사이 저기까지 가 있지.(웃음) 예를 들어 너무 아는 척을 하고 싶은 분은 와서 아는 척을 해 주시고 아니면 그냥 가신다. 옛날보다는 많이 알아보신다."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건 본인을 늘 평범하고, 특별히 잘난 것 없는 사람으로 포장해 말한다는 점이다.

"포장이 아니다. 난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팬이 많다는 것은 당연히 고맙고 감사한 일이겠지만, 감히 추측하자면 박정민이라는 사람은 인기를 배우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요소로 생각할 것 같지는 않다.

"인기가 중요한 건 아니다. 그것에 목맸다면 난 진작 관뒀어야지. 뭐랄까, 그냥 내게 중요한 단 하나가 있다면 내가 나오는 영화를 보신 분들의 마음에 '박정민'도 아니고 '박정민이 연기한 캐릭터'가 얼마간 남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금방 까먹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아, 그 사람 아니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쌓여가면 되는 것 아닐까. 지금은 그렇게 연연하지는 않는다. 인기가 없어도 이렇게 주연을 시켜주는 감독님이 계시니 나는 정말 복 받은 거다."

-전에 '동주' 인터뷰로 만났을 때, '동주' 이전 슬럼프를 겪으며 도피유학까지 고민했다고 말했었다. '동주'로 호평을 받은 뒤에도 '연기를 해도 되나 싶다'고 했었고. 확신이 없어보이는 느낌이었다. 이젠 조금 자신감이 드는지도 궁금하다.

"지금도 그렇다. '이 일이 내게 맞는 일인가'에 대해 반복적으로 고민한다."

-아마 박정민에게 그 고민은 영원할 것 같다.

"영원히. 그만둘 때까지 고민하겠지.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오랫동안 이 일이 흥미로웠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항상 암초에 부딪힌다. 촬영을 하고 왔는데 '아, 이거 아닌 것 같은데. 다시 찍고 싶은데' 싶고."

-그렇게 고민이 많다는 건 사실 배우로서 미덕이기도 하다.

"그 다음날 조금 잘 풀리는 것 같으면 '아, 재밌네' 한다.(웃음) 그게 반복된다."

-배우 일이라는 것이 일희일비하지 않기가 어려운 직업이다.

"얼마 전 모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고쳐 먹어 볼까 생각했다. '정민아, 너는 배우야. 배우가 꿈인 사람이 아니고 이미 네가 뭐라고 하든 네 의지와 상관 없이 배우가 됐어. 그럼 네가 배우로서 뭘 해나갈지 고민해야 해. 배우 일이 네게 맞는지 아닌지 고민하는 건 이미 끝난 문제야. 이미 배우가 돼 버렸고 작품도 많이 했잖아'. 이 이야길 듣고 나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게 더 발전적인 고민일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여러 고민을 복합적으로 하는 단계다. 그렇다고 당장 (배우 일을) 안할 건 아니니까. 그냥 '고민의 방향을 조금 바꿔볼까' 하는 의지가 있으나, 두뇌가 따라주지 않고, 가슴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인 거다."

-그 선배의 말이 박정민의 현재에 어떤 영향을 준 셈이다.

"그렇다. '네가 배우가 '됐으니', 배우가 '되려는' 고민을 하지 말고 그 다음 스텝을 고민하라'는 말인데, 일리가 있다. 어쨌든 내 영화를 본 분들은 나를 배우라고 생각할 테니까. 그렇다면 다음 단계를 생각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 그러면 '또 다음 단계는 뭐야?'라고 고민하게 되겠지. 도돌이표다. '너는 그런 것도 모르다니, 배우할 자격이 없어!' 할 테고. 끝이 없는 고민이다.(웃음)"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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