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은 6회의 고백과 연결되면서 개인적으로 두 배, 아니 세 배로 좋아하는 장면임.
사실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건 거의 뭐 다른 별에 사는 거나 다름없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왜 소위 종교 다르고 정치성향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지 말란 얘기도 결국 그 얘기잖아,
그만큼 근본적인 가치관과 사고방식의 차이는 좁히기 어려운 문제라는 거.
소년이 소녀를 처음 보았던 열 여덟 살에는
하얀 피부와 긴 머리칼과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파반느 선율에 심장이 쿵 했을지 몰라도,
그렇게 마냥 예쁘고 반짝거리고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 거기서 멈추지 않고
현실 속으로, 서른 하나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와, 나와 모든 게 달라서 사사건건 부딪히는 좌배석 판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한다는 것,
아니, 나를 돌아보게 해서, '그래서' 좋아한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의 극한이 아닐까, 생각했어.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말로 하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현실에서 이거 불가능에 가까울만큼 어려운 일이잖아.
바름이들은 기꺼이 서로의 별로 향하는 다리를 놓고 그 다리 위를 거침없이 걸어간 끝에,
결국엔 서로 여기가 내 별인지 네 별인지 모르겠는, 어디여도 상관 없을, 그런 상태가 된 것 같았어.
내가 럽라충이 된 데는 바름이들의 이런 관계성이 한 60% 지분 차지... (나머지 30%는 바름이들 케미/10%는 내 안의 서사충이라고 해 두자)
거의 매 재판마다 사사건건 부딪히고 끝내 서로를 닮아가는 장면들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