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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그라운드 [너의 그라운드] 한효주×공명 더블유 코리아 화보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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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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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거의 쉬지 않았어요. 계속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좋았거든요.” 어떤 근면함은 종종 그 어떤 재능보다 깊은 인상을 남기죠. 배우 한효주와 공명은 이름 앞에 붙은 익숙한 수식어에 머물지 않습니다. 시간과 경험을 양분 삼아 더 많은 얼굴을 발견하고, 매번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증명해 왔으니 말이죠. 나무가 가지를 뻗어가듯 각자의 자리에서 차근히 영역을 넓혀온 두 사람은 연말이면 공개될 <너의 그라운드>에서 서로를 마주합니다. 슬럼프에 빠진 야구선수가 변호사 출신 에이전트를 만나 다시 마운드로 돌아가는 이야기. 서로 다른 시간을 통과해 온 두 배우가 만나, 또 한 번의 새로운 그라운드를 펼칩니다. 9회 말까지도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이 기묘한 스포츠처럼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던 인생의 전환점에 선 두 남녀가 그려나갈 이야기, MBC 드라마 <너의 그라운드>는 2026년 마지막 홈런을 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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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는 빛나는 에너지를 가진 배우다. 화려하지 않게, 서두르지 않고 어느새 우리를 흠뻑 젖게 만드는 빛을 뿜어낸다. 그래서 그녀의 연기를 보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보는 사람들이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갖게 만드는 힘이 있다. 대개 배우들은 자기 안에 작은 단서를 찾아서 캐릭터를 만드는데 <너의 그라운드> ‘희승’은 한효주라는 배우의 내면 어딘가에서 발견되고 확장되어서 나온 긍정의 에너지와 반짝거림이 될 것 같다. 그게 잘 어울린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공명은 이미 많은 작품을 했음에도 때가 타지 않은 순수함과 건강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배우다. 착하고 성실한 이미지 위에 무엇을 더 쌓으면 좋을지 연출가로서 행복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배우이기도 하다. 캐릭터 구축, 피칭 연습, 무엇을 하건 공명은 묵묵히 그걸 해낸다. 슬럼프에 빠진 투수 ‘강해환’과 공명의 말간 눈빛이 오버랩되면 드라마가 시작된다.”


– MBC 드라마 <너의 그라운드> 감독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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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말에 방영될 MBC 드라마 <너의 그라운드> 촬영이 한여름에 시작됐습니다. 창원의 구장을 비롯해 촬영으로 이곳저곳 오가는 건 익숙한가요?
A(이하 한효주). 이렇게 일을 오래 했는데도 현장에 가는 느낌이 또 달라요. 지방 촬영만의 설렘도 있거든요. 맛있는 식당을 찾는 소소한 즐거움, 촬영팀끼리 돈독해지는 면도 있고요. 좋은 점을 더 많이 생각하려고 해요.

 

 

Q. 야구의 매력도 알아가고 있고요? 배우들은 작품 하나를 마칠 때마다 어떤 한 분야의 준전문가가 되기도 합니다.
A. 야구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었어요. 잘 맞아떨어진 게 ‘희승’도 변호사에서 스포츠 에이전트로 갑자기 파견된 경우거든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죠. 스포츠 에이전트의 세계는 들여다볼수록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비슷한 면이 있더라고요. 배우도 선수처럼 주변 전문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니까요. 누군가를 든든하게 서포트하는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Q. 한효주에게도 에이전트 역할을 해주는 동료가 많겠죠.
A. 그럼요.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대부분 스태프 분들과 함께하죠. 어릴 때는 나 혼자 죄다 책임져야 할 것 같았다면 나이 들수록 서로 의지할 건 의지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그림을 더 이상적으로 생각하게 돼요. 상호 작용이 가능한 관계가 나날이 소중해요.

 

 

Q. 잠깐 딱 10년 전으로 가보면, 뭘 하고 있었는지 떠오르나요?
A. 와, 10년 전이면 <해어화>와 <W>를 하고 있었죠. 매년 작품을 쉬지 않고 하다 보니 특정 나이대를 떠올리면 그때 뭐 했는지 작품으로 연상할 수 있다는 게 새삼 감사해요. 그즈음 저희 강아지가 하늘나라에 가서 여러모로 마음이 힘들었던 시기이기도 하고요.

 

 

Q.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일본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에서는 시선공포증이 있는 쇼콜라티에 ‘하나’ 역할을 맡았죠. 작품은 일본 1위, 40개국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에 진입하며 사랑받았고요. 보다 편안하고 일상적인 역할에 마음이 끌리는 시기가 찾아온 것 같기도 한가요?
A. 확실히 30대에는 몸을 아끼지 않고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캐릭터를 시도했죠. 미국 드라마인 <트레드스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독전 2> 등 배우로서 도전하던 시기를 한 차례 거치고 나서 보니까 이제 여유가 다시 생긴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아했던 한효주의 모습을 꺼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마음이죠. 어쩌면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물론 그 도전의 시간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 가고 있는 길은 또 달랐을 거라 생각해요.

 

 

Q. <로맨틱 어나니머스> 마지막 화를 보면서 엄청나게 울었다면서요.
A. 처음에는 이 작품이 제게 그 정도로 큰 도전이 될지 몰랐어요. 원래 뭐든 새로운 걸 좋아하니까 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일본에 사는 한인분들께도 뿌듯한 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책임감도 솟고, 여러모로 예상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노력이 요구되더군요. 오래 함께한 현지 스태프들과 이별할 때 언제 또 만날 수 있으려나 싶기도 했고요. 그 후 1년이 지나 작품이 공개되니까 제 안에서 뭐 하나가 ‘훅’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며 진짜 보내줘야 한다는 게 실감 났나 봐요.

 

 

Q. 장르와 배역이 확장되는 시대에 한효주는 그걸 굉장히 잘 활용하는 배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한국형 히어로물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무빙>의 ‘미현’이죠. 특히 ‘두식’(조인성)과의 이야기를 좋아해서 8, 9화를 몇 번이고 봤어요.
A. 정말 잘 나왔죠! 둘의 러브 스토리가 참 예뻤어요. 커피차를 보내면서 시즌2 소식을 물어봤는데, 잘 찍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액션이 워낙 많다 보니 다들 안전에 유의하면서 찍는 것 같은데 쉽지는 않겠죠. 미현이도 잊지 않고, 틈틈이 챙기고 있습니다.

 

 

Q. 배우라는 직업은 경험이 항상 장점은 아닐 것 같아요. 자칫 매너리즘으로 흐를 수도 있고요.
A. 해오던 것 안에 갇힐까 봐요? 그럴 수 있어요. 요즘 제가 그 생각을 종종 하거든요. 나는 한다고 하는데 과연 새로워 보일까, 예전 모습이 겹쳐진 채로 그냥 보이지 않을까하는 고민이요. 이 일은 내가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재미도 있지만 내 한계라는 게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결국은 ‘나’를 계속 확장해나가는 게 관건인 것 같아요. 참 다행인 건 매번 새로운 역할을 맡고, 새 경험을 통해 그게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것이죠. 나라는 사람이 계속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확실히 들거든요. 그 확장이 인간적으로도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도 이어지냐면 그건 별개지만요.

 

 

Q. 어쨌든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군요.
A. “10년 전에 한 역할을 지금 또 해도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왜냐하면 내가 변했는걸?”이라는 마음이죠. 제가 요즘에 하는 말이 있는데요. 내 무의식을 믿는다는 거예요. 20년 넘게 이 일을 해온 한효주가 무의식적으로 잘 해내주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그동안 수많은 사람과 함께 쌓아온 경험과 시간을 믿는 거죠.

 

 

Q. 무의식이 작동한 한효주의 최근 활약은 뭐가 있을지 궁금한데요?
A. 그걸 순간순간 느끼면 너무 간지러울 것 같고요. 20대에 한 영화 <반창꼬> 같은 것을 보면 그래도 어린 나이인데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든 미래의 제가 20대의 저를 이제 와 칭찬하는 거죠.

 


Q. 한효주가 가진 일상성과 피지컬의 힘을 개인적으로 처음 크게 느낀 것은 <해피니스>의 ‘새봄’을 통해서였습니다. 생활감 있으면서도 상식적이고 따뜻한 경찰특공대 요원이었죠. 배우는 내가 만난 사람이 나를 내 필모그래피 속 어떤 인물로 기억할지 알 수 없기도 한데요.
A. 정말로 그래요. 항상 너무 궁금해요.

 

 

Q. 작품이 뜻밖에 멀리까지 도달했음을 느낀 적도 있을까요?
A. 마침 얼마 전 넷플릭스 일본 관계자분이 인도에서 온 메일을 전해주셨는데요. <로맨틱 어나니머스>를 보고 35세에 새로운 꿈을 꾸게 되어 프랑스로 간다는 거예요. 하나처럼 초콜릿을 받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는 쇼콜라티에가 되고 싶다고, 이 결정이 자신을 어떻게 끌고 갈지 모르지만 당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먼 곳까지 이 이야기가 닿았고, 당신들이 아름다운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전하고 싶어서 메일을 보낸다는 내용까지, 모든 게 정말 감동이었어요. 일을 하다보면 무슨 마음을 갖고 임해야 할지 가끔 그 이유를 잃어버릴 때도 있는데 덕분에 제 안에서도 또 한 번의 변화가 일어났죠.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너무 고맙다고 답장을 전했어요.

 

 

Q.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고 싶어서 만든다’라는 표현은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결국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은 다 그런 기대를 품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너의 그라운드>로는 어떤 걸 전하고 싶나요?
A. 힘을 북돋아주는 이야기였음 좋겠어요. 에이스였던 야구 선수가 어떤 사건으로 인해 침체에 빠진 상태에서 서희승이라는 에이전트를 만나 다시 마운드에 서는 과정을 보고 시청하는 분들도 든든하게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정말 커요.

 

 

Q. 한효주는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나요?
A. 좋은 영화는 항상 인생의 교과서와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무래도 전 좀 따뜻하고 정의로운 이야기를 좋아하나 봐요. 세상이 아직 아름답다는 걸 알려주는 이야기요.

 

 

Q. 그동안의 어떤 선택들이 납득이 가는 답이네요. 미현과 두식도 서로의 휴머니스트적 면모를 알아챘기 때문에 사랑하게 됐으니까요. 연기하지 않게 되면, 그건 내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하나요?
A. 네? 연기를 안 해도 저는 너무 저죠!(웃음) 물론 연기하지 않은 시간보다 하고 산 인생이 더 오래됐고, 너무 사랑하는 일이니만큼 잃을 게 두려워 방어적으로 행동한 때도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정말 쓰일 수 있을 때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잘 쓰이고, 그러지 않은 순간이 온다면 그것 또한 나의 인생이구나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상태가 자연스레 된 것 같아요. 연기할 때의 나도, 그렇지 않은 나도 많이 사랑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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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너의 그라운드> 촬영이 여름에 막 시작됐죠? 어릴 때부터 여러 스포츠에 능했지만 프로 스포츠 선수 역할은 처음이네요.
A(이하 공명). 운동선수 배역은 연기 시작 때부터 꿈꿔왔어요. 그 갈망을 해소해줄 인물을 드디어 만나서 매일매일 즐겁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운동을 워낙 즐기는 편임에도 기술적으로 확실하게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은 있더라고요. ‘해환’이는 특히 구속이 빠른 선수라는 설정이 있거든요.

 

 

Q. 승패가 공정하게 갈리는 스포츠의 세계는 냉혹하기도 해요. 그 세계에서 2년째 재활 중인 에이스 강해환과는 어떻게 친해지고 있나요?
A. 해환이랑 친해지려면 운동선수로서 기술을 빠르게 체득하는 게 최우선이더라고요. 무엇보다 요즘 ‘엄청엄청’ 많은 분들이 야구를 아주 좋아하잖아요. 그런 분들이 봤을 때 이게 좋은 야구 드라마구나, 해환이라는 선수가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고 느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이 가장 커요.

 

 

Q. <내가 죽기 일주일 전>, <금주를 부탁해>, <광장>과 <고백의 역사>가 공개된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남편들>, <은밀한 감사>에 이어 <너의 그라운드>까지. 꾸준히 달리는 거로는 공명을 이길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데뷔 초 인터뷰를 봐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같은 문장이 빠지지 않더라고요. 부지런히 만난 작품 속 뜻밖의 좋은 이야기를 들은 인물이 있다면요?
A. 올해 <은밀한 감사>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 예상보다 많고 피드백이 있어서 기쁨이 좀 컸던 것 같아요. 그동안은 <극한직업>이나 <멜로가 체질>로 절 기억해주는 분이 많았거든요. 숫자가 전부는 아니지만 방영되는 동안 시청률 수치도 좋았고, 재미있게 봤다는 반응을 정말 많이 체감했어요. 특히 처음 시놉시스와 대본을 봤을 때, ‘노기준’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던 터라 더 기쁘고 뿌듯했습니다.

 

 

Q. 노기준에 대해 처음부터 자신 있었던 건 아니군요? 상사인 ‘주인아’(신혜선)와의 ‘혐관’으로 시작해 사내 연애, 연상연하 등 쉽지 않은 설정이 있었는데 잘 해냈어요.
A. 말씀하신 요소들도 그렇고, 미워 보일 만한 부분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준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감독님, 작가님과도 계속 걱정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걱정하지 말라고, ‘공명 몇 스푼’만 얹으면 시청자들이 그렇게 보지 않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용기가 났죠.

 

 

Q. 그런데 ‘공명 몇 스푼’이라는 건 어떤 특징인 건가요?
A. 글쎄요. 좀 귀엽고 러블리한?(웃음)

 


Q. 역시 본인도 알고 있군요(웃음).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들은 말 중에 마음에 남은 게 또 있어요?
A. 제가 전체 대본 리딩 때 “제 눈만 보고 따라오십시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선배님들 앞에서 했어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사실 저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었거든요. 너 잘해, 선배님들 앞에서 똑바로 해야 한다고. 그런데 혜선 누나와 재욱 선배님이 나중에 촬영하면서 네가 한 그 말이 생각났다고, 네 눈을 보면 정말 기준이로서 열심히 하는 걸 확신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셨어요. 지금 그 말이 많이 생각나네요.

 

 

Q.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의 ‘람우’나 <고백의 역사> 속 ‘윤석’처럼 순수한 사랑을 표현한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누구도 싫어할 수 없는 러브 스토리 아닐까 해요.
A. 두 작품 덕분에 저도 정말 오랜만에 풋풋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어느덧 30대로 들어서면서 이제 저보다 어린 배우들과 함께할 때면 나름 선배가 된 것 같다는 기분도 들고, 여러 가지를 느끼게 돼요. 한편으로 영화 <킬링 로맨스>의 ‘범우’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Q. 순수한 열정으로는 범우를 빼놓고 말할 수 없죠. <킬링 로맨스>는 정말 독특한 로맨틱 판타지라 극장에서만 두 번 봤어요.
A. 정말요? 맞아요. 이원석 감독님의 감성과 이 작품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참 많다고 느꼈어요. 저 또한 그 감성의 팬이었고요. 범우는 어떻게든 ‘여래(이하늬)’ 누나를 구하고 싶어서 말도 안 되는 시도를 하는데, 사실 누구도 죽일 수 없는 심성을 가진 친구잖아요. 조나단 월드를 구하러 갔다가 또 잡히고, 도망치다가 타조도 구해주고, 그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결국 이 인물을 잘 보여줬구나 싶어요.

 

 

Q. <극한직업>에 이어 진선규 씨와 만난 뚝심 있는 코미디물 <남편들>에서도 아내를 너무나 사랑하는 수의사 ‘민석’을 연기했고요. ‘맑눈광’이라는 표현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이런 특별한 인물들이 어쩌다 나에게 왔는지 신기할 것도 같은데.
A. 코미디 영화의 매력은 현장이 너무 재미있다는 거예요. 함께하는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저를 내려놓으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엄청난 동기 부여이자 즐거움이죠. 하지만 <남편들>을 하면서 코미디의 어려움을 새롭게 느끼기도 했어요. <극한직업>을 촬영한 8년 전에는 뭔지 잘 모른 채 선배님들을 따라서 막 했거든요.

 

 

Q. 예전에 한 영화평론가가 공명 씨를 ‘적재적소에서 역할을 잘 해내는 오브제 같은 배우’라고 표현한 게 떠올라요. 극 전체를 보고 상대방의 연기를 잘 받쳐주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평소 연기관과 이어지는 면도 있나요?
A. 딜레마가 있죠. 이 장면은 분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연기할 때도 있는데, 제가 가진 연기에 대한 신념은 ‘어떻게 해야 상대방과 서로 배려하며 맞추고 리액션할 수 있을까’이거든요. 지금도 해환이의 서사가 중요한 장면이 있지만, 해환이가 살려면 희승이도 살아야 하거든요. 결국 앙상블을 고려할 수밖에요.

 

 

Q. 아직 촬영 초반이니 한효주 씨와는 가까워지는 중이겠네요.
A. 존댓말에 반말을 슬쩍 섞어 쓰는 상태입니다(웃음). 시상식이나 영화제 같은 행사에서는 종종 봬서 심적으로 친근해요. 특히 <독전 2>를 운 좋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스크린으로 볼 수 있었는데, 선배의 새로운 모습이 기억에 강하게 남았어요.

 

 

Q. 항상 앙상블을 중요시하는 당신이지만 그럼에도 나 또한 잘 가져갔다고 생각되는 시퀀스가 있나요?
A. <고백의 역사>가 먼저 떠올라요. ‘세리’(신은수) 중심의 이야기에서 윤석이의 서사를 한 번에 납득시킬 수 있는 장면이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거든요. 윤석이의 개인사와 세리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큰지 보여줄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연기할 때도, 결과물도 잘 나온 것 같아 기억에 남아요.

 

 

Q. 어른스러워 보이던 윤석이가 정말 아이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운 장면이죠. 독립영화부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어요. 사회적 사각지대를 조명하고 적은 예산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현장을 겪은 뒤, 상업물의 주연 역할까지 올라온 30대 초반 배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A. 제게 엄청난 자양분이죠. 그런데 정작 그 사실을 깨달은 건 얼마 안 됐어요. 그냥 나는 하나하나 작품을 해낸 거고, 시간이 흘러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경험들이 제가 지금까지 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줬더라고요. 돌아보면 첫 작품인 옴니버스 영화 <얼음강>을 찍은 순간부터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선보인다는 사실에 마음속 깊이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걸 느꼈어요. 저예산 인권영화이다 보니 현장 통제가 썩 잘된 상태가 아니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춰 구경하고, 흥미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제가 즐기고 있더라고요. 길해연 선배님이 “너는 이런 걸 좋아할 줄 아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사람들의 시선이 제게는 두려움이 아니더라고요. 과거의 작품을 틈틈이 다시 보는 편인데, <얼음강>은 최근에 또 봤어요. OTT에 없어서 보관하고 있던 CD를 꺼냈죠.

 

 

Q. 시선을 무서워하지 않고, 과거를 응시할 줄 아는군요. 오래 연기했어요. 연기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 드나요?
A. 그러게요. 어느덧 14년 차가 됐는데 선배님들이 “오래 해도 잘 몰라. 이제는 알 것 같다는 게 없어”라고 한 게 점점 이해가 가요. 앞으로도 정답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결론은 하나예요.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해야겠다는 것. 같이한 그 시간을 돌아봤을 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어 행복했고 좋았다, 그것 하나쯤은 확실히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촬영장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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