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불아 [씨네21]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정은경X박수린 작가 인터뷰

- 두 작가의 공동 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 정은경_오래전 영화 시나리오로 써둔 작품이 있었다. 아이들이 사고를 치면서 서로 친하지 않았던 두 가족이 얽히는 내용이었다. 묵혀두었던 작품을 시리즈로 다시 작업했고 제작사에 제안을 했다. 박수린 작가와는 내가 웹드라마 연출을 할 때 스크립터와 감독으로 만났다. 드라마 취향이 비슷해서 <킬링 이브> 얘기를 하면서 친해졌다. 내가 드라마 작업은 안 해봤기 때문에 공동집필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작사 김지연 대표의 제안에 박수린 작가가 생각났다. 때마침 수린 작가도 자기 글을 쓰려고 준비할 때라 시기가 잘 맞아서 공동으로 하게 되었다. 신 리스트는 함께 쓰고 여기서 누가 이런 대사를 한다 정도까지 정해둔 상태에서 각자 초고를 쓴 후 온라인으로 만나서 회의하는 식이었다. 구글독스를 켜놓고 서로 써온 것을 샅샅이 분해하는 작업이었다.
- 제목을 잘 지었다. 불륜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등장해 시청자를 놀래킨 후 타이틀이 뜨는데, ‘아, 그래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니네 정말’ 싶더라.
= 정은경_처음 제목은 정말 재미없는 거였다. 김지연 대표가 어느 날 이 제목을 던져줬는데 듣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대본 쓰는 시간이 좀 길었는데 김혜수선배님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서 티셔츠를 입에 물고 막 날뛰었다. 누가 안 봐서 다행이지. 정말. (웃음) 경희가 일하는 장면이 극 중 길지 않다. 리서치를 많이 해서 대사를 썼지만 이게 잘 구현이 될까 했는데 김혜수 선배가 대사를 하는 순간 바로 이 여자가 얼마나 프로페셔널한지 보이더라. 이게 배우의 힘이구나 싶었다.
= 박수린_캐스팅이 우리가 원했던 일순위 배우들이 돼서 감사했다. 수정은 경희와 반대의 매력이 있었으면 했다. 한쪽이 카리스마 있는 비즈니스 우먼이라면 한쪽은 단아하면서 귀여웠으면 했다. 수정이 미움받으면 큰일 난다 싶었는데 조여정 배우가 그 사랑스러움을 연기로 채워주었다.
- 처음엔 불륜이 충격이었지만 아이들 사건 등 더 큰 것들이 연속적으로 밝혀진다. 인물간 관계나 사건이 매회 새로 등장하는데 이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더라.
= 정은경_드라마에서 불륜이 등장하면 블랙홀처럼 불륜이 모든 사건을 빨아들이고 사람들은 그것만 본다. 또, 인물이 성정체성을 밝히면 모두 그 생각만 한다. 그런데 현실 세계는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 것 같다. 감정적으로 격한 일이 벌어져도 살아야 하면 자기가 하던 일들을 계속 하는 게 현실 세계의 삶이다. 그런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퀴어영화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는 게 길게 나오는데, 우리까지 그걸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봤다. 경희가 딸에게 “너희 둘이 더 단단해야 해. 너희 둘이 헤어지지 마”라고 말하는 장면도 나는 그녀가 하루를 꼬박 고민했다고 생각했다. 경희는 무슨 일이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한지를 판단했을 거다. 그렇게 사건이 있을 때 이 캐릭터라면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슨 선택을 할지를 정하는 게 필요했다. 경희는 다 망해도 그 불행을 이용해 <이혼숙려캠프>에 나가서라도 다시 일어설 사람이다. 그만큼 강인하다. 처음엔 경희의 감정을 따라가도록 설계되어 있기에 시청자 입장에선 수정이 미울 수도 있다. 재홍과 수정은 불륜 당사자이기 때문에 너무 미움받지 않도록 사랑스럽고 허술한 장치들을 해두었다.
- 사건 발생 시 인물의 선택을 시청자가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했을 것 같다.
= 정은경_처음엔 민서와 예지가 나도를 찾아 다니게 하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근데 그렇게 하니까 아이들이 너무 민폐처럼 느껴지더라. 애들이 사고 쳐서 부모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더 들쑤시고 다니면 시청자가 아이들을 민폐처럼 볼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의 불륜을 본 다음에 그냥 별장으로 떠나게 했고, 거기로 인물들이 모이게 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어떻게든 모든 인물을 최종장에 별장에 모이게 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인물의 행동이 이해가 안되는 장면은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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