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너무 재미있게 봤던 걸까? 김도영 감독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아서 일까? 러닝타임은 길고 재미도 그닥이다. 패션스타트업 회사는 어떤 분위기이고 조직문화가 펼쳐지는 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K-오피스물이라고 하기엔 오피스로망물에 가깝다. 원작을 안 봤을 예비관객도 있을테니 장면마다 원작과의 비교는 하지 않겠다. 그냥 이 영화만 놓고 본다면 스타트업의 영한 분위기에 뛰어든 실버 인턴의 적응기는 뚝뚝 끊어지고, 스타트업 대표가 만들어 낸 기업 위기는 너무나 유치해서 회사의 위기를 걱정하는 동료의 마음은 이해가 된다.
리메이크 작품으로 2연승의 기록을 세운 김도영 감독인데 이번에는 좀 안일했던 것 같다. 원작과 한끗 다르게 우리만의 감정이나, 원작을 안본 사람들도 끌어당기는 마력이 이번 영화에서는 최민식-한소희임에도 크게 통하지 않는다. 마음을 울리거나 기억에 오래 남는 대사가 없고 최민식의 활용법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저 은퇴하고 재취업에 성공해 영크크와 소통하려 애쓰는 늙크크 정도로만 보여준 것이 가장 안타깝다.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 + 뜨거운 열정 조합이 살았어야 했는데 오지랖과 예민함의 만남만 남았다. 패션 업계를 다루는 영화인데 등장인물의 패션도 그냥 그렇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장점을 찾아보자면 세트와 미술은 꽤 예쁘다. 오피스 뿐 아니라 주인공의 집들도 정갈하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다. 건물들의 선정에도 엄청 신경 쓴 티가 난다.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남산의 풍광도 아름다와서 저런 공간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잘 살아있다. 주연 뿐 아니라 조연들조차 개성이 분명해서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장면에서는 지나가는 대사 한마디로도 캐릭터성을 살릴 수 있을 정도. 아기자기한 맛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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