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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수빈)은 작은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열일곱 소녀다. 아이들 특유의 가볍고 투명한 몸짓을 아직 간직한 소녀는 동네의 소소한 일상과 함께 여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의 장례를 위해 섬으로 돌아온 어릴 적 친구 두재(김어진)와 재회하게 되는데, 홀로 섬으로 돌아온 두재는 속사정에 관한 아무 말이 없고, 진은 마음의 거처 없는 고립무원의 소년에게 연약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 사이 둘에게 미묘한 시간이 흐르며 조용하던 소녀의 세계는 은밀하게 균열을 일으킨다. <첫세계>는 소녀와 소년의 옷자락을 올리는 사소한 손짓, 쭈뼛대는 몸짓, 서로를 살피는 눈짓 하나하나에 손끝이 저릿해지는 긴장과 설렘이 감도는 영화다. 성애와 순결한 마음, 욕망과 연민과 이해 사이에 아무런 간극이 느껴지지 않는 놀라운 작품이다. 아찔하고 아득한 두 친구의 시간을 바라보는 동안 보는 이의 마음도 함께 동하고, 소녀와 소년이 꿈결 같은 첫 세계에서 온몸이 부서질 듯 깨어나는 순간 보는 이의 마음도 함께 무너져 내린다. <남매의 여름밤>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윤단비 감독의 차기작이자, 보기 드물게 아름답고 관능적이며 아픈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