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내 인생에 내 의지라는 건 없는 줄 알았는데
겸아, 네가 울 때는 나를 부르며 울더라
마치 처음부터 세상에는 우리 둘뿐이었던 것처럼
아마 그때였던 것 같다
처음으로 나에게 의지라는 게 생긴 날이
나의 선택은 너였어, 겸아
그 책임 가끔은 버겁기도 했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었어
날 살도록 하는 건 늘 너였거든
놀라운 순간도 많았고
크게 기쁠 때도 많았어
너 몰래 화도 많이 내고 다녔고
좋아하는 것도 욕심내는 것도 많았어
아주 마음 맞는 친구도 있었고
겸아, 가끔 내 인생은 물에 빠진 거 같은 때가 있었어
가라앉는 중인지 떠오르는 중인지도 모르고
그저 막막하기만 한
그리고 그때 내가 한 어리석은 실수는
너한테만은 꼭 숨기고 싶었어
매일 아침 다시 눈을 뜨는 이유는 하나야
난 정말 한 번 더 살고 싶어, 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