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기분 탓인 줄 알았다. 아니 근데 기분 탓치고는 좀 오래가지 않나. 밥을 먹어도 어딘가 체한 것 같고, 잠을 자도 개운하지가 않고, 누가 나한테 "요즘 어때?"라고 물어보면 "어 그냥 그렇지 뭐"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데, 그 "그냥 그렇지 뭐" 안에 사실 하고 싶은 말이 한 트럭은 있었다.
문제는 그게 뭔지 나도 정확히 모른다는 거였다. 인생 참 재밌는 게, 몸이 아프면 병원 가서 "여기가 아파요" 하고 손가락으로 콕 짚기라도 하지, 마음이 이상하면 짚을 데가 없다. 그냥 전반적으로... 어딘가 삐걱거리는 느낌. 자전거 체인이 살짝 빠진 것 같은데 페달은 계속 밟아지는 그런 상태.
그래서 처음엔 애써 무시했다. "다들 이 정도는 힘들지 않나?" 하면서. 근데 이게 은근 잘 안 먹히는 전략이었다. 왜냐하면 내 안의 나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이거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그렇게 며칠을 흘려보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근데 나 지금 뭐가 불편한 건지도 모르면서 왜 계속 불편해하고 있지?" 이게 진짜 웃긴 포인트다. 원인도 모르는데 증상만 확실한 상태. 마치 와이파이가 갑자기 느려졌는데 라우터를 껐다 켜봐도 안 되고, 통신사에 전화해도 "고객님 댁 문제 아닌데요"라는 말만 듣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일단 종이를 꺼내서 써보기로 했다. 뭐가 불편한지. 근데 이게 또 웃긴 게, 막상 쓰려고 하니까 손이 안 움직인다. 머릿속엔 분명히 뭔가 있는데 그걸 문장으로 바꾸는 순간 갑자기 다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거다. "요즘 좀 지친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에이 이 정도로 뭘" 싶고, "사람들이랑 있어도 공허하다" 이렇게 써놓으면 "너무 오버 아닌가" 싶고.
근데 진짜 문제는 여기 있었다. 내가 내 감정을 계속 검열하고 있었다는 거. 마음이 불편하다고 신호를 보내면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건데, 나는 그 신호를 받자마자 재판을 열었다. "이 불편함, 정당한가? 근거 있나? 남들도 이 정도면 힘들어하나?" 이런 식으로. 마치 내 감정한테 변호사를 붙여준 것도 아니고 검사만 잔뜩 붙여준 꼴이었다.
클로드한테 홍명보글 뒤에 포타스럽게 더 써달라고 해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