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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호프>의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배우 인터뷰 (스포주의)

무명의 더쿠 | 18:34 | 조회 수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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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는 확실히 캐릭터 플레이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 <곡성>이 연출자의 색채로 응집되는 작품이었다면, <호프>는 등장인물들의 개성 하나하나가 톡톡히 살아나는 영화에 가깝다. 호포항을 지키는 많은 이의 세밀함과 존재감이 더욱더 크게 보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특히 주연 3인인 호포 출장소 소장 범석(황정민)과 순경 성애(정호연), 마을의 사냥꾼 성기(조인성)는 이 세계를 지탱하는 삼각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마을을 수호하며 숱한 액션에 뛰어들고, 특유의 유머도 놓치지 않는다. 국내 언론시사회를 끝낸 직후, 관객의 반응을 한창 궁금해하던 <호프>의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을 만났다. 그들이 지닌 각자의 희망은 과연 무엇일까.

 


※ <호프>의 중후반 내용에 대한 묘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터뷰] 집요하고 정확하게 - <호프> 배우 황정민

 


<곡성> 이후 <호프>로 나홍진 감독과 재회하기까지 10편이 넘는 작품을 선보일 정도로 황정민은 쉬지 않고 변신해왔다. 부패한 시장부터 피랍된 국민을 구해야 하는 외교관, 군사 반란의 우두머리까지, 그가 분한 캐릭터 중 강렬하지 않은 인물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번 <호프>에서 그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강도 높은 연기를 선보인다. 나홍진 감독이 인간 대 인간의갈등이 아닌, 인간과 거대한 외계인이 충돌하는 곳으로 그를 초대했기 때문이다. 호포항에서 그는 압도적 힘의 우위를 지닌 존재로부터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낱 인간이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역 주민을 구하겠다는 책임감을 놓지 않는경찰 공무원, 고강도 폭력에 죄책감을느끼는 윤리적 단독자로 시시각각 변한다. 그는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일뿐 아니라 한 작품 안에서도 다면적인 모습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연기자가 되었다. 집요하고 정확하게 호포항의 출장소장 범석을 구현한 황정민 배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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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영화제 이후로 오늘 다시 영화를 보았는데 어땠나.

 

정신이 없어서 칸에서는 영화를 제대로 못 봤다. 칸에서는 영화에 영어와 불어 자막이 동시에 나온다. 자막이 화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몰입하기 어려웠는데 오늘은 자막 없이 보니까 괜찮았다.

 

 

- 8년 전 나홍진 감독과 함께 준비했던 영화가 잘 되지 않았다. 나 감독이 새 영화 <호프> 시나리오를 건네기 전까지 감독에게 물어보거나 요구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새롭게 준비할 영화가 어떤 장르일지 전혀 몰랐고 나홍진 감독이 알아서 시나리오를 잘 쓰겠거니 여겼다. 믿음이 있으니까 따로 전화를 걸 이유가 없었다. 나는 나홍진 감독의 시나리오를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 감독의 시나리오는 설명적이지 않고 짤막짤막하면서도 여백이 많다. 꼭 시 같다.

 

 

- 그렇게 말없이 기다려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호프>의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 어떤 마음으로 읽었나.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SF 장르영화라고 하니까 더 궁금했다. 긴 이야기를 담은 두꺼운 시나리오를 신기해하면서 읽었는데 그 안에 담긴 서사가 참 좋았다. 한편으로는 “(영화화) 가능한 이야기야?”라며 놀랐다.

 

 

- 다작하는 배우이지만 SF 장르영화는 <호프>가 처음이다.

 

맞다. 한국의 배우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 나홍진 감독이 호포항의 출장소장 범석 역에 황정민 배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다.

 

아마 <곡성>을 연출하면서 나홍진 감독이 나에 대한 믿음이 커졌던 것 같다. 일광(황정민)을 연출자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연기해서 나에겐 어떤 역할을 맡겨도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겠지. 그러니까 시나리오를 쓸 때도 범석을 연기할 배우로 나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범석 대사에 욕밖에 없네? (웃음)

 

 

- 관객으로서는 꼭 10년 만에 나홍진, 황정민의 조합을 보게 되었다. 촬영장에서 나홍진 감독을 다시 만났을 때 어땠나. 첫 촬영 날을 기억하는가.

 

나야 너무 좋았지. 첫 촬영은 루마니아 숲속 신이었다. 내가 유탄발사기로 외계인을 겨누는 신이었다. 3년 전에 촬영해서 먼 이야기 같지만 기억난다.

 

 

- <곡성>과 <호프> 사이에 <아수라> <공작> <교섭>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인질> <서울의 봄> <수리남> 등 14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장르나 문법은 다르지만 캐릭터간의 호흡이 중요한 영화들이었다. 반면 <호프>는 외계인과 마주하는 중요한 순간에 오롯이 배우의 상상력만으로 연기해야 했다. 외계인으로 인해 무전기를 잡은 손이 떨리고, 다리가 떨리는 등의 리액션 연기는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시나리오에 몸의 움직임, 소리의 강도가 수치로 정확하게 쓰여 있었다. 내가 표현한 공포의 최고조는 외계인과 처음 대면하는 신이다. 그 순간을 100%로 두고 나머지 신들은 몇 퍼센트의 공포와 떨림인지 역산한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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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석은 혼란스러운 가운데에서도 마을 주민들과 짧게 여러 호흡을 주고받는다. 마을 청년들과 있을 때 범석은 “행님”이지만 어르신들과 있을 때는 “애”가 된다.

 

한 마을의 출장소장이면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다. 범석은 마을 청년 성기(조인성)와 육촌 사이인 걸로 보아 영화의 배경인 호포는 집성촌이다. 그렇다면 마을 내 어르신들도 범석 아버지의 친척일 수 있다. 그러니까 범석은 마을 주민들을 경찰 대 시민으로 딱딱하게 대할 수 없다. 나는 7~8살 때 마산시 내에서도 진동리라는 전체 30~40가구쯤 되는 시골 마을에서 살았다. 그래서 그런 작은 마을의 정서를 잘 안다.

 

 

- 범석은 선배 경찰로서 질주하는 순경 성애(정호연)를 자제시키기도 한다. 분노로 질주하는 성애와 달리 범석은 왜 멈칫했을까.

 

범석이 외계인이 흘린 눈물을 보게 되면서 그 순간 동질감을 느꼈던 장면의 의미가 크다. 그 순간 내가 표현하는 얼굴도 배우로서 정말 중요한 얼굴이었다. 범석은 서로 입장의 차이가 있을 뿐 ‘저 친구들(외계인)이 살려고 하는 행동이구나’라는 동질감을 느낀다.

 

 

- 그 중요한 장면을 어떻게 연기했나. 대상 없이 테니스공만 보고 연기했을 텐데.

 

카메라 옆에 박아놓은 테니스공을 보며 상상하면서 연기했다. 배우니까 해야지. 연기하고 그걸 다시 모니터로 보고 다시 연기하고…. 나도 그 순간 내가 짓는 표정이 어떠한지 잘 모르지만 알 듯 모를 듯한 눈빛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속 같은 장면을 찍었다. 감독의 오케이가 있었는데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몇번이나 계속 하겠다고 했다. 그 장면으로 인해 관객은 범석이 아닌 외계인을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한 장면이었다.

 

 

- 범석에게 따라다니는 질문은 낙연 아저씨(이상희)가 첫 만남에서 일갈한 “놀랐다고 사람한테 총을 쏴?”라는 딜레마다. 범석은 그 윤리적 딜레마를 가장 먼저 느끼고 가장 마지막까지 안고 가는 인물이다. 어쩌면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된 존재가 스스로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픈 범석의 딜레마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그 지점이 이 영화에 깊이 박혀 있는 주제 의식이다. 구태여 우리가 먼저 끄집어내서 이야기하고 싶진 않았고,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느껴주었으면 한다. <호프>는 외계인과 싸우는 큰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작게 보면 지금 우리 지구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과 맞닿아 있다.

 

 

- <호프>의 특징 중 하나는 이런 충격적인 일을 대낮을 배경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쾌청한 날씨를 위해서 기다리는 시간들도 있었을 듯하다.

 

영화 초반에는 날씨가 좋고 쾌청하다. 후반부에서는 해가 뜨면 안되고 구름이 가득 끼어 있어야 했다. 날씨 때문에 재촬영을 거듭했다. 특히 후반부 신을 합천군에서 찍을 때 완전 겨울이라 너무 추웠고 눈도 많이 와서 정말 애먹었다. 눈이 내리면 도로만 하얘지는 게 아니라 주변 산도 다 하얘진다. 며칠을 기다렸더니 다행히 비가 내려 눈이 녹으면서 주변 산에 쌓인 흰 눈을 CG로 지울 수 있을 정도가 되어 계속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 영화 속 인물들이 많은 고초를 겪고도 밤은 찾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멈추지 않고 어디로든 향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관객으로서도 인물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 이 영화의 열린 결말을 어떻게 보나.

 

말 그대로 열린 결말이다. 나홍진 감독의 작품에는 특유의 열린 결말과 비틀림이 있다. <곡성> 때는 출연한 나 자신도 그 결말이 답답했다. 하지만 관객들이 이렇게 저렇게 해석하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쾌감을 느꼈다. 물론 나 역시 답을 정확히 모르겠으나 내가 생각하지 못한 전혀 다른 논쟁을 벌이는 걸 지켜보는 게 재밌었다. 이번 작품도 분명히 논쟁거리가 될 터이니 열린 결말에 대한 해답을 오히려 관객들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나홍진 감독은 이번 작업에 대해 미련이 없고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이 프로젝트를 함께해온 황정민 배우은 어떠한가. 시원섭섭한가.

 

물론이다. 다만, 우리 배우들이 연기한 건 10%밖에 안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특히 SF 장르는 후반작업이 90%를 차지한다. 후반작업에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배우로서 촬영할 때 고되고 촬영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이후에 정말 많은 작업이 이루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홍진 감독이 그 긴 여정에서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텼다는 데 ‘엄지 척’을 해주고 싶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 나홍진 감독이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 압도적인 존재인 외계인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설명하지 않고 공백으로 두겠다고 했다. 배우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황정민이 느끼는 압도적인 두려움은 무엇일까.

 

너무 많다. 특히 나이를 먹으니까 두려운 게 더 많아진다. 요즘은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선배의 입장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한국영화가 예전에는 정말 잘됐는데 지금은 좋은 시기가 아니다. 선배 세대로서 그에 관한 미안함과 두려움이 있다.

 

 

- 영화 막바지에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는 대사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황정민 배우가 개인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것이 있다면.

 

같이 작업했던 영화인들, 가족들, 그리고 회사 식구들. 내가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나를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사람들은 따지고 보면 몇 안된다. 그래서 더 고마움을 느낀다.

 


범석의 디테일

 

(황정민 배우의 신 중에서 나홍진 감독이 집요하게 매달린 장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글쎄, 내게는 딱히 그런 적 없었다. 다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해서 이 장면은 다르게 가야 한다고 억지 아닌 억지를 부리며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 장면은 있다. 예고편에도 공개된 아기 외계인을 목수 양배(음문석)가 보여주는 신이다. 그 장면에서 범석이 양배에게 감정을 폭발시킨다. 대본에 없는 감정과 애드리브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나는 그 신 이전과 이후의 범석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나홍진 감독과 캐릭터의 감정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나홍진 감독이 내 생각을 많이 믿어주었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140/0000058078

 

 

 

 

 

 

[인터뷰] 죽지 않는 남자의 하루 - <호프> 배우 조인성

 

 

※ <호프>의 중후반 내용에 대한 묘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포도 경이도 아닌, 판독 자체가 정지된 얼굴. 숲에서 외계인이 성기(조인성)를 향해 날아올 때의 클로즈업을 준비하면서,조인성은 “흑도 백도, 안도 밖도 없는 상태”라고 해석했다. 경험과 상상 바깥의 존재 앞에서 인간의 연산은 멈춘다. 깊은 산중에 잠입해‘험한 것’들의 진원지를 밝히는 수색자 인성기는 그렇게 단 한번 결정적으로 얼어붙었다가, 이후 단 한번도 쉬지 않고 내달린다. 소일거리를 찾아다니던 사냥꾼이 몇 번이고 내동댕이쳐지고 말과 자동차에 양발을 걸친 채 질주하게 할 정도로 <호프>의 하루는 지독하기 그지없다. <비열한 거리>의 병두로 스크린에 배우의 아우라를 새긴 지 꼭 20년이 되는 해, 조인성은 <휴민트>와 <가능한 사랑>의 고뇌하는 인물들 사이에 이 동물적인 청년을 세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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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순서로 보면 <호프>를 찍고 <휴민트>, 이후에 <가능한 사랑>을 찍었다. <호프>에서 루마니아, <휴민트>에서 라트비아에 머물며 신체적으로도 혹독한 작업을 연달아 한 셈인데 그 시기를 어떻게 통과했나.

 

<모가디슈> 때 모로코 올로케이션을 경험한 게 도움이 됐다. 처음이어서 오는 힘듦이라는 게 있다. 한번 경험하고 나니 ‘이쯤 되면 이런 힘듦이 오지만 그건 곧 끝나기 마련’이라는 경험으로 직감하게 되니 견딜 수 있었다. 끝을 아는 자에게 생기는 평정심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오듯이. (웃음)

 

 

- 나홍진 감독과는 첫 작업이었다. 격렬한 에너지와 집중을 요구하는 현장임을 익히 예상했겠지만, 그럼에도 막상 겪어보니 다른 점도 있던가.

 

나홍진 감독뿐만 아니라 류승완 감독, 이창동 감독 등 모두 영화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한다는 점에서 똑같다. 그래야만 그만한 역량의 작품이 나오더라. 그 과정을 강렬하게 끌고 가느냐, 뾰족하게 가느냐, 온화하게 가느냐 같은 표현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포기하지 않는 에너지는 같다. 그런 현장일수록 어떤 면에서 배우가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심플하게, 주어진 것에 몰입하면서 그냥 한다. 분별심이 들면 오히려 괜한 괴로움을 끄집어내는 셈이 된다.

 

 

- 호포 마을을 이루는 남성들의 사회 계급도가 흥미롭게 읽힌다. 성기는 또래 무리 중 큰형으로 보이는데, 그 위엔 어촌계 ‘형님’들이 있는 식이다. 공동체 안에서 성기의 위치를 어떻게 보았나.

 

서열로 보자면 범석(황정민)이 제일 위에 있고, 그 아래 어촌계 형들, 그 밑에 성기와 일당들이 있는 구도다. 그러니까 성기는 마을 청년회의 리더 격이랄까. 그런 작은 단위의 존재다. <휴민트>의 조 과장이 정제된 책임감을 보여주어야 하는 남자였다면, 성기에게선 동네 친구들과 낄낄대는 소년성을 읽었다.

 

 

- 외계 함선을 발견하고 들어가느냐 마느냐를 고민할 때, 성기가 “저거 다 돈 되는 거다”라고 말한다. 초현실적 사건 앞에서 인물이 세속과 맺는 끈을 보여주는 대사다.

 

그 대사는 시나리오엔 없었는데 현장에서 감독님과 이야기하며 만들었다. “다 먹고살려고 하는 거 아니야. 저거 서울에 팔면 돈 받아, 인마” 같은 말들을 주고받았다. 어촌계 형들은 입는 옷이나 풍기는 분위기 면에서 여러모로 매끈하고 목에는 금붙이도 두르고 있다. 미지의 존재 앞에서 두렵고 긴장되는 한편 우리도 노력하면 저 형들처럼 더 멋진 차를 타고 더 잘살 수 있다는 성기의 욕망이 건드려지기도 했을 것 같다. 그런 양면이 공존하는 게 곧 인간이라고 자연스럽게 이해했다.

 

 

- 숲속에서 마베이요와 처음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의 클로즈업이 인상적이다. 범석이 외계인의 눈물을 목격하고 낯선 감각을 느끼듯이, 성기 역시 적이기 이전에 미지의 존재로서 그것과 눈을 맞추는 셈이다.

 

공들였던 장면이다. 숲에서 호랑이를 만나면 죽는다는 건 우리에게 데이터로 전해져 있다. 야생동물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으니 일단 총을 쏠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호프>의 외계인은 내게 어떤 경험과 지식도 없는, 완벽한 미지의 영역이다. 저들이 날 공격하려는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 무지가 만드는 지연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다. 흑과 백, 안과 밖이 없이 그저 ‘이건 뭐지’ 하고 멍하니 질문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봤다. 경계가 무너진, 혹은 경계가 사라진 채 대상을 바라보는 얼굴이었으면 했다.

 

 

- 변신한 마베이요가 성기를 추격하다가 물어뜯기 직전의 순간에 어촌계 인물이 백마를 타고 뒤에서 성기를 낚아채는 장면은 일찍이 포스터로 공개되었고 메이킹 티저가 풀리기도 했다. 그 밖에도 고강도의 신체적 헌신이 필요한 장면들이 많은데 나홍진 감독은 어떤 요구를 하던가.

 

감독님이 종종 현장에서 다가와 독려할 때 하는 말이 있었다. “꺾이지 말라”는 거였다. 한번 기세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건질 수 없으니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거였다. 그 말을 되새기면서 기운이 꺾이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던 게 큰 에너지로 이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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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마니아 숲에서의 촬영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

 

8월 말에 들어가 1, 2주간 적응 기간을 가졌다. 말 훈련을 하고, 헌팅한 장소에 A, B, C, D 네개의 스폿을 베이스로 두고 최종 리허설을 순서대로 진행했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슛에 들어갔다. 단계별로 하나씩 성공시키면서 넘어갔고, 숲에서 빠져나오는 장면은 제주도에서 찍은 뒤 도로 위에서 클라이맥스가 펼쳐지는 장면을 찍기 위해 합천으로 넘어갔다.

 

 

- 말 한쪽과 차 한쪽에 양발을 걸치고 달리는 도로 위 액션 시퀀스가 완성됐다. 상당 부분을 직접 소화했는데.

 

배우가 직접 소화한 원본이 좋을수록 그 안에서 VFX의 결과물도 잘 나온다. <무빙>에서 하늘을 나는 장면을 찍어보니 시작점과 착지점을 배우가 잘 연기해두어야 중간에 공중을 날아가는 동선을 VFX로 처리하는 것이 수월한 것이더라. <호프>의 경우 끊임없이 앞으로 달려나가는 움직임이기 때문에 또 다른 게 사실이었다. 확실히 고강도의 액션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처음엔 어떻게 구현할지 막막했던 게 사실이다. 승마 연습을 꾸준히 하고, 현장에 상주하는 피지컬팀이 내 몸의 컨디션과 안전을 계속 세심히 살펴준 덕분에 소화해낼 수 있었다.

 

 

- 합천 촬영은 한겨울이었다고.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쯤이었는데 날씨가 정말 추웠다. 차에 매달려 촬영해야 하니까 바람이 살을 에는 듯했다. 극 중에서 인물들이 달리는 다리 위 가드레일이 차 높이를 기준으로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말을 탄 사람의 위치에서는 가드레일 너머 낭떠러지가 고스란히 보인다. 일종의 고소공포까지 이중으로 느끼면서 촬영했다. 바들바들 떨며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면 식당을 운영하는 마을 주민분들이 따뜻한 국물을 챙겨주곤 했다. 그분들이 지금도 생각난다.

 

 

- 저마다 홀린 듯 추동되는 <호프> 속 여러 인물 중에서도 성기가 뿜는 아드레날린은 남다르다. 아무리 내동댕이쳐져도 다시 일어나는, 불사조적인 면모가 있는데.

 

되살아난 성기가 겪는 고통을 단계별로 표현하려고 감독님과 노력했다. 처음엔 맞장도 떠보려 하고, 안되니까 허세도 나온다. 어차피 질 걸 알면서도 “안 아파, 덤벼, 이 개새끼야” 하고 지르고 보는 남자의 이상한 객기다. 장르적 톤이 중요했고 현실적이냐 아니냐를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성기가 느끼는 아픔의 단계를 어떻게, 이 친구답게 표현할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나중에는 흙바닥의 풀때기를 쥐어 뜯으며 일어나려고 발악해본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인간이 괴수 앞에서 얼마나 미약한가. 풀이라도 잡고 싸우려는 그 덧없음, 나약함이 좋았다.

 

 

- 도망가는 와중에 감자도 먹는다.

 

살려고. 그 와중에도 배는 고프니까. 인간이 참 웃기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채플린의 말이 <호프>에도 적용되는 게 아닐까.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성기가 하나의 군상으로 보이는 순간이 있다. <호프>의 유머라는 게 곧 이런 부분이기도 한 것 같다.

 

 

- 범석과 성애(정호연)에겐 직업적 의무가 있지만 성기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니는 책임감 반, 호기심 반으로 상황에 합류한 뒤 문자 그대로 걷잡을 수 없이 휩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휘되는 초인적인 힘의 원천을 배우 조인성은 무엇으로 해석했나.

 

인간이 자기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강력한 힘의 상대를 만났을 때, 어차피 죽는 거라면 인간의 존엄성을 알리려는 것. 그렇게 부딪히고 떨어져도 살려고 하는 의지가 강렬하다면, 매번은 아니겠지만, 신이 기회를 한번 더 주실 수도 있지 않겠나.

 

 

성기의 디테일

 

“성기가 범석 일행과 합류해 벌인 전투 끝에 ‘한방’을 해내고 환호하는 장면이 있다. 시나리오에는 격렬한 기쁨으로 묘사돼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연기하는 순간에는 장면의 시작점에서 울컥하며 감정이 올라왔다. <호프>는 모두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이다. 성기의 입장에서는 숲속의 존재가 이 정도로 무시무시한 외계인인 줄도 모르고 들어갔다가 졸지에 친구들을 모두 잃었다. 성기에게 마침내 어떤 승리감 혹은 안도감이 찾아올 만한 시점에 지난 하루가 주마등처럼 스칠 거라 생각하니 감정이 벅차올랐다. 사명감이란 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전쟁에 나갔다가 혼자 살아돌아온 사람이 전쟁 영웅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이 모든 것이 성기로서는 뜻모르고 치른 일이라는 게 슬펐다. 환호의 순간, 성기가 회한에 젖어드는 찰나를 녹인 건 그래서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140/0000058079


 

 

 

 

 


[인터뷰] 청량한 선의 - <호프> 배우 정호연

 


※ <호프>의 중후반 내용에 대한 묘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애(정호연)는 나홍진의 비극적 세계관에 떨어진, 낙관이란 이름의 변수다. <추격자> <황해> <곡성>까지, 피할 수 없는 악운을 품었던 나홍진 월드의 뼈대는 <호프>에서도 이어진다. 그러나 성애의 존재로 인해 <호프>는 한결 더 희망에 가까운 이야기로 완성됐다. 호포 출장소의 순경으로서, 소장 범석(황정민)의 부하로서, <호프>라는 세계의 희망으로서 성애는 유탄발사기를 장착한 M16을 어깨에 짊어지고 등장한다. 마을을 초토화한 외계인의 존재와 그로 인한누군가의 죽음을 “운명의 장난”이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희망과 인간의선의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성애의 성정은 “인간이 선의를 포기하는 순간, 그것은 진정한 비극일 것”이라 말하는 정호연의 마음과도 무척 비슷하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이례적 성취를 이룬 뒤, 자신과 똑 닮은 캐릭터로 첫 한국영화 출연작에 본인의 이름을 새겨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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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미디어에서 보여준 평소의 모습과 성애의 성격이 꽤 비슷해 보인다.

 

좋은 점일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머리에 레이더를 세우고 다니는 편이다. 주위의 눈치를 많이 보고, 사회생활도 열심히 하려 하고, 어느 상황에서나 도움이 되려 노력하는 타입이다. 아마 첫째와 셋째 사이에 낀 둘째라서 그런가보다. (웃음) 성애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마을의 대소사를 다 챙기려 이래저래 부단히 움직이는 친구다.

 

 

- 성애의 특성이 대번에 드러나는 장면은 보건소 시퀀스였다. 다친 주민들을 치료하려 동분서주하면서도 마을 어르신들에게 아주 살가운 태도를 보여준다. 해술(임현식)의 다리가 크게 다친 것 같은데, “어머, 다리가 예쁘세요”라며 해사하게 다가가곤 한다.

 

성애라는 캐릭터를 정말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고, 연기적으로도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해술 아저씨랑 대화할 때를 세밀하게 보면, 초반에는 성애가 상대의 눈을 쳐다보질 않고 있다. 해술이 자기 이름을 잘못 부른다거나 이상한 말을 꺼내도 특별히 리액션하지 않는다. 성애는 어르신들의 장황한 이야기를 한두번 들어본 아이가 아니니까 이 상황이 익숙한 거다. 그러다가 중요한 정보가 들어왔을 때야 눈을 마주치기 시작한다. 이렇게 작은 디테일들을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놓치지 않으려 했다.

 

 

- <호프>의 주연들은 인간이 지닌 것들의 일부를 각각 담당하는데, 성애는 ‘선의’를 도맡고 있다. 떠올려보면 <오징어 게임>에서 연기했던 새벽이도 점차 사람의 선의를 알아가는 인물이었다. 배우의 결과 맞는 배역이 찾아오는 것일까.

 

스스로 메타인지를 잘하려고 노력하며 살긴 하지만, “감독님들이 제 이런 면을 보고 섭외하신 것 같아요!”라고 확신해서 말하기는 어렵겠다. (웃음) 어릴 때부터 정의감이 강한 쪽에 속했지만, 커가면서 내 선의나 정의의 기준만이 정답이 아니란 점을 느끼게 되고 삶을 허무하게 여긴 적도 있었다. 마침 전작인 <디스클레이머>에 이어 <호프>에서도 이러한 고민에 빠진 인물을 연기하게 된 터라, 혼자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선의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 이것을 포기하는 순간이 비극이되, 나 자신의 선의가 무엇인지도 늘 경계해야 한다”라는 결론이었다.

 

 

- 성애가 지닌 선의의 기준은 무엇일까.

 

아주 크고 단순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릴 적부터 살아온 마을이 큰 사건 사고 없이 평화로운 것. 마을 사람들이 잔잔하고 평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굳게 믿는 아이다. 그 믿음의 크기만큼 분노와 슬픔, 기쁨의 감정 표현도 적극적이다. 덕분에 맞는 건 맞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시원시원한 캐릭터가 탄생한 것 같다.

 

 

- <오징어 게임> 때는 새벽이의 입장에서 일기를 쓰며 캐릭터의 서브텍스트를 구축했었다. 성애를 준비하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쳤나.

 

이번엔 일기라기보다 업무 일지에 가까운 걸 쓰게 됐다. <호프>가 어떤 시대를 특정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1980년대쯤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근무하셨을 여성 경찰분을 직접 뵙고 인터뷰하면서 당시 경찰의 일과와 업무를 습득했다. 실제로 M16으로 훈련했다는 사실, 체육 특기생 등 일부 경찰들은 유탄을 다루는 특수 훈련을 받기도 했다는 사실 등도 배우게 됐다. 성애의 액션이 마냥 비현실적인 설정이 아님을 알고 나니까, 더 거리낌없이 준비하고 연기할 수 있었다. 액션신을 소화하기 위해서 총기 숙달, 웨이트트레이닝, 운전 연습 등 물리적인 훈련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렇게 일과표를 작성하면서 캐릭터의 외적인 측면을 다잡고 난 뒤에는, 성애의 내부로 더 파고들어갔다. 다른 주민들과 성애의 관계성을 정리해보기도 했다. 성애에게 해술 아저씨는 어떤 존재일까, 양배(음문석)의 정체를 알았을까, 낙연(이상희)은 원래 주민일까 이사 온 사람일까 등등을 나름대로 고심했다.

 

 

 

aiDBfi

 


- 가장 자주 붙어다니는 소장 범석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리했나.

 

기자간담회에서 황정민 선배님의 욕설 연기를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는데, 정말로 농담이 아니다. (웃음) 성애가 범석과 지내는 시간이 길 테니, 자연스럽게 범석의 말투를 배웠을 것이고 욕설의 뉘앙스나 톤도 비슷해졌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황정민 선배님이 전작에서 욕설 연기를 자주 하셨기에, 그 작품들을 보면서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호프> 찍으면서 욕설이 너무 입에 붙은 나머지, 평소에도 욕을 자주 쓰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었다…. 고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 지금은 완치됐는지.

 

글쎄. 아직 한 10%는 남아 있는 것 같다. (웃음) 아, 범석과의 관계성을 더 설명한다면 기본적으론 서로에 대한 신의가 두터운 관계라고 생각했다. 다만 성애는 범석을 착하고 정이 깊지만 부족함도 많은 소장이라고 여긴다. 범석이 마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담당한다면 실무는 성애가 다 보는 느낌이랄까. 초반에 범석이 죽은 소를 발견한 일도 본격적으로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기보다 성기(조인성)와 동네에 마실 나갔다가 엮이게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전으로 대화할 때 성애가 시큰둥하게 듣고 답하고 만다. 성기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판단내리지 못했다. 뭐, 영화 초반까지는 동네에 무리 지어다니는 사고뭉치 오빠 중 하나로 여기고 특별히 생각하진 않았을 거다. 하지만 함께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 뭔가 짧게나마 깊은 감정을 느꼈을 것 같기도 하고….

 

 

- 초반부의 무전 이후, 본격적인 첫 등장까지 성애가 나오지 않은 공백이 있다. 얼굴에 피와 흙이 묻어 있는 것을 보니 범석과 합류하기 전에도 나름의 전투를 치른 것 같은데.

 

그 공백에 대해서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성애의 성격상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신고에 가만히 있진 않았을 거다. 창고에 있는 온갖 무기를 모아서 전투 준비에 나섰을 테고, 중간중간에 주민들을 구조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이 다치진 않았겠지만, 여기저기에 쓸리고 까지는 정도의 부상을 입었겠다는 설정으로 분장을 조절했다.

 

 

- 첫 등장부터 고난도의 액션 연기를 보여줬고, 아주 매끄러운 경찰차 드리프트가 특히 백미였다. 훈련 과정은 어땠나.

 

수동 면허를 따고 바로 드리프트 훈련에 돌입했는데, 차량마다 클러치 감도가 다르다 보니 도로 연습에서 자꾸만 시동을 꺼트리곤 했다. 2시간 동안 수많은 실패를 거친 뒤에 너무 우울한 상태로 <호프>팀을 만났다. 알리시아(조르 역을 맡은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편집자)가 한국에 온 날이었는데, 내가 너무 시무룩하게 있으니까 왜 그러냐고 묻더라. “시동이 자꾸 꺼진다. 너무 무섭고,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울먹였다. 그랬더니 알리시아가 예전 경험을 말해주면서 “절대 연기를 무서움이라는 감정으로 접근하면 안돼. 한 사람이 한 인생을 산다면 웬만하면 못해볼 체험을 배우이기에 누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해. 네가 또 언제 총을 쏴보고 드리프트도 해보겠니”라고 조언해줬다. 그다음부터는 모든 훈련과 연습이 다 재밌어졌고 더 감사하게 느껴졌다. 드리프트도 더 잘 풀렸다. (웃음)

 

 

- 그 즐거움과 밝음이 성애라는 캐릭터에도 고스란히 스며든 것 같다. 겁에 질린 사람들이 잔뜩 등장하고 꽤 비관적인 이야기인데, <호프>의 분위기는 왠지 낙천적이다. 이 기조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이 바로 성애라고 느꼈다. 영화의 전반적인 성질을 완전히 주도하는 캐릭터였다.

 

그런 역할로 느껴졌다면 정말 다행이다. 감독님이 해줬던 말씀 중에서 가장 기분 좋았던 게 “호연이가 나오면, 성애가 나오면 아주 사이다 같아! 청량해! 영화가 청량해져!”라는 거였다. (웃음) 그런 성애의 매력이 결과물에도 잘 드러날지 요 며칠 동안 정말 많이 걱정했는데, 질문을 듣고 나니 큰 응원이 됐다. 칸에서 받았던 박수만큼, 그것보다 더 힘이 된다! 관련해서 또 생각나는 감독님 말씀이 있다. <호프>의 캐릭터들이 너무 사랑스럽지 않냐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다들 어딘가 조금씩 부족해 보이는데 정이 가고, 악해 보이는데 선해 보이고, 욕심꾸러기 같기도 한데 사랑스럽기도 하다. 이런 캐릭터들을 더 보고 싶지 않나! <호프>후속편이 꼭 나오면 좋겠다.

 

 

성애의 디테일

 

성애의 주요 무기는 유탄발사기가 장착된 M16이다. 유탄발사의 훈련 과정과 사용 방법 등을 묻자, 정호연 배우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호프>의 포스터 앞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이내 포스터를 교보재 삼아 사격 자세를 시연하며 이런저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일반 총탄을 쏠 때는 여기 조준경을 쓰는데, 유탄을 쏠 때는 이 위에 장비를 열어서··· 이렇게 위로 보고 쏴야 한다. 사실 실제 유탄은 포물선으로 뿅 날아가서 펑 터지는 느낌이라 크게 극적이지가 않다. 총기 반동도 거의 없는 편이다. 그래서 최대한 영화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반동도 조금 가미하고, 카메라앵글에 따라서 견착하는 각도를 조금씩 다르게 하는 등 미세한 조정을 거치기도 했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140/000005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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