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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호프' 이런 미친(p) 영화를 봤나(종합)

무명의 더쿠 | 07-06 | 조회 수 303
칸영화제 개최 전 공개된 1분 30초 분량의 첫 번째 클립으로 오프닝을 시작한 '호프'는 이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치 브레이크 고장 난 레이싱카와 같은 전개로 보는 이들의 숨통을 쥐고 흔든다. 초반 약 45분까지 외계인은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지만 급격하게 스산해진 마을 분위기, 긴장을 끌어올리는 사운드, 정체를 알 수 없는 총성까지 더해지면서 관객의 승모근을 잔뜩 성나게 만든다. 평범한 시골 마을에서 순식간에 피 칠갑이 된 호포항은 '피극지왕' 나홍진 감독의 전매특허 '피맛'이 낭자하다.

물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따금 예상치 못한 순간에 터지는 나홍진 감독의 숨겨진 유머가 터지면서 보는 이들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든다. 액션, 코미디, 휴먼, 드라마에 공포, 호러, 스릴러, SF까지 장르를 총망라한 대통합 세계관을 선보인 나홍진 감독은 관객과 제대로 밀당을 하며 '호프'를 인도한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활약도 두말하면 입 아프다. '호프'의 기둥인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으로 변신한 황정민은 마을을 지키려는 책임감과 미지의 존재를 향한 두려움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원천적인 모습으로 전체적인 서사를 이끈다. 마을을 초토화한 악의 축 외계인을 향한 분노와 동시에 자식을 잃은 외계인을 향한 연민을 동시에 꺼낸 황정민은 '호프'의 화자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호포항에서 잡다하지만 돈 되는 일은 다 하는 동네 청년 성기 역을 맡은 조인성도 지금껏 본 적 없는 변신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날 것 그 자체의 야생적인 매력은 물론 단단한 코어 힘으로 펼친 강도 높은 액션 연기로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낸다. 말을 타고 숲을 질주하며 총기 액션을 펼치는 조인성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홍진 감독이 성기 역으로 186cm의 조인성을 낙점한 이유도 영화를 끝까지 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호프'의 유일한 홍일점, 정호연의 맑은 눈의 광기도 압도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제 할 일하는 호포항 순경 성애 그 자체로 '호프'에 녹아든 정호연은 가녀린 체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총기 액션을 소화해 '호프'의 보는 맛을 더했다. 황정민, 조인성 사이에서 카체이싱과 드리프트, 유탄 발사기 등 각종 액션을 섭렵한 정호연.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새벽은 예고편일 뿐, 만개한 정호연의 본 게임이 '호프'를 통해 시작됐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외에도 '호프'에서는 K-드라마, 영화에서 빠지지 않았던 신 스틸러들이 대거 등판해 완벽한 앙상블을 이뤘다. 황정민의 치부를 공유하게 된 낙연 역의 이상희는 물론, 외계인을 마을에서 가장 먼저 발견한 진실만 말하는 해술 아저씨 역의 임현식, 호포항 지옥의 시발점이 된 양배 역의 음문석까지 환상의 균형으로 '호프'를 멱살 잡고 이끈다.

원본 이미지 보기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칸영화제에서 불호로 작용했던 시각효과(VFX)는 낯선 비주얼 때문에 종종 몰입을 방해하는 지점을 만든다. 자연광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외계인 비주얼이 너무 실험적이었던 탓에 '호프'에 겉도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할리우드 배우들을 외계인 역할로 대거 기용한 지점도 특별하게 와닿지 않는다.

이러한 아쉬움 속에서도 '호프'는 확실히 신선하고 충격적이며 기이하고 파격적인 영화임은 틀림이 없다. 100여년이 넘는 한국 영화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진짜 미친 영화가 탄생했다. 15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도, 불호인 외계인 비주얼도 결코 '호프'의 리스크가 될 수 없다. 연출, 스토리, 촬영, 액션, 사운드, 그리고 극한까지 짜낸 배우들의 열연까지 육각형 영화가 탄생했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076/0004422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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