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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출근 [정덕현의네모난세상] 기꺼이 추천하고 싶은 서인국·박지현의 이 설렘, 일일까 사랑일까('내일도 출근!')

무명의 더쿠 | 18:25 | 조회 수 72


‘내일도 출근!’, 일과 사랑 사이의 애매한 경계를 넘나드는 짜릿함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알았다. 진실의 미간. 맘에 들면 미간을 찌푸리시는 거죠? 아 난 그것도 모르고 저보고 자꾸 찌푸리셔가지고 엄청 긴장했었잖아요." tvN 월화드라마 <내일도 출근!>에서 차지윤(박지현)은 자꾸만 미간을 찌푸리는 강시우(서인국)를 보고는 그렇게 말한다. 초콜릿 좋아한다면서 입에 넣고는 미간을 찌푸려 왜 그러나 싶었던 그였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직원 회식이라며 단둘이 간 삼계탕집에서 맛을 보고는 또 강시우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그제야 차지윤은 그것이 마음이 든다는 표현이라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그런데 차지윤의 그 말에 강시우가 툭 던지는 말이 걸작이다. "제가 차선임 보고 자주 찌푸렸나요? 자주 마음에 들었나 보네요." 그 말에서 '마음에 들었다'는 표현은 그 의미가 모호하다. 차지윤이 해낸 일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일까. 아니면 차지윤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일까. 그래서 차지윤의 얼굴은 묘해진다. <내일도 출근!>은 바로 이 일과 사랑 사이의 애매한 경계를 슬쩍슬쩍 넘나드는 지점에서 생겨나는 설렘과 짜릿함을 멜로의 정경으로 가져온다.

생각해 보면 직원 회식이라며 단둘이 삼계탕집을 찾은 것도 그 경계가 애매하다. 굳이 강시우가 치킨집도 아닌 삼계탕집에 차지윤을 데리고 간 건, 프레젠테이션 발표 전날 지독한 생리통으로 힘겨워했던 그녀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곳에 간 이유를 강시우는 이렇게 말한다. "머슴은 아프면 안 되죠. 커피도 줄이고 운동도 하고 음식도 가려먹고 병원도 꼭 가보세요." 또 "영양제는 챙겨 먹냐"며 다음에는 영양제를 같이 공구하자고 제안한다. 우연히 마트에서 만났던 두 사람은 '1+1'을 공구하는 사이가 됐다.


강시우의 그런 말들에 차지윤은 속으로 생각한다. '내 인생에서 내몸을 이렇게 걱정해 준 남자가 있었나?' 강시우의 말과 차지윤의 생각도 수상하기 이를 데 없다. 이건 그저 TF팀에서 유일한 부하직원인 차지윤의 건강을 걱정하는 상사의 마음일까, 아니면 차지윤의 생각처럼 일의 영역을 넘어서 자신의 몸을 걱정해주는 유일한 남자의 마음일까.

<내일도 출근!>은 우리가 흔히 '사내연애'라고 부르는 오피스 로맨스의 색다른 변주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물론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 벌어지는 연애 관계라는 점에서는 유사해 보이지만, 보통의 사내연애와 다른 점은 그 과정이 특별한 사건을 계기로 벌어지는 관계의 진전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 애매해지는 관계의 변화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그건 일 때문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일은 핑계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픈 마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차지윤이 낸 아이디어를 강시우가 실행해 투명한 스피어 아이스 냉장고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과정도 그 설렘이 일 때문인지 사랑 때문인지를 알 수 없는 애매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건 회사와 개인,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의 공적인 관계가, 여러모로 남녀 간의 사적인 사랑의 관계와 유사하다는 걸 이 드라마가 알아채고 있어서다. 첫 출근 할 때만 해도 모든 게 설레고 꿈에 가득했던 직장 생활이 갈수록 권태로워지고 설레지 않게 되는 것처럼, 연애 관계도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적당히 일하고 칼출근, 칼퇴근을 직장인의 유일한 덕목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차지윤은 일에 있어서도 또 사랑에 있어서도 권태를 느낀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강시우는 일과 사랑 둘 다에 있어서 다시금 설렘을 주는 존재라는 점에서 완벽하다. 그 경계가 애매해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늘 그와 함께 있을 때 설레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닌가.


이건 무얼 말해주는 걸까. 일과 사랑 사이에서 그 많은 오피스 로맨스나 로맨틱 코미디들이 그려온 건 양자 사이의 선택이었다. 일을 선택하면 사랑이 멀어지고, 사랑을 선택하면 일이 멀어지는 식이다. 하지만 지금의 직장인들은 양자택일이 아닌 둘 다를 원한다.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모두 설레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그저 욕심일 뿐이라고? 글쎄. 어차피 현실이 아닌 판타지를 꿈꾸는 드라마에서 왜 어느 한 쪽만 선택해야 할까. 둘 다 설레면 안 되는 걸까. 어째서 일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버텨야 하는 월급 주머니 정도여야 하고, 사랑은 그 지독한 밥벌이에서 잠시간 벗어나 숨 쉴 수 있는 판타지지만 그것 역시 시간이 지나면 일상에 녹아버리는 그런 일이 되어야 할까.


이 일도 사랑도 모두 설레는 설렘 두 배의 오피스 로맨스에서 칭찬하고 싶은 인물은 박지현 배우다. 사실 서인국이야 이미 멜로 장인이라 이런 선을 넘나드는 설렘을 완벽히 소화해내는 게 그리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박지현의 연기 변신은 눈에 띈다. 늘 어딘가 미워할 수 없는 얄미운 역할들을 주로 연기해 왔던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한껏 텐션을 내려놓음으로써 너무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구현해내고 있다. 그녀가 힘을 빼서 보여주는 차지윤의 사랑스러움이 있어 일과 사랑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이 로맨스가 더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저마다 버거운 하루를 보내고 그래도 그 하루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을 때로는 드라마를 보며 얻을 수도 있을 게다. 그런 점에서 <내일도 출근!>은 그 달달한 설렘으로 권태로운 삶에 적절한 자극을 더해 주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연인과 헤어지고도 다음날이면 출근하는 직장인들처럼,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도 월화의 저녁이면 본방사수하게 되는 그런 한 편의 드라마로 <내일도 출근!>을 기꺼이 추천하고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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