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담아 말씀드리는데, 우선 작가님이 글을 너무 잘 쓰셨다. 완급 조절과 구조가 대본에 이미 완벽히 설계되어 있었다. 감독님 역시 재기발랄한 연출적 장치들로 극을 더욱 살려주셨고, 임지연 선배를 비롯한 모든 배우가 각자의 자리에서 정말 잘해주었다. 나중에 완성본을 보며 카메라, 조명, 연기 템포를 살려주는 편집, 감정을 극대화하는 음악의 힘이 진짜 전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다들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만들어준 결과물이다. 그에 반해 내가 한 건 정말 별로 없어서 '로코 장인'이라는 수식어는 솔직히 민망하다. 그저 주어진 연기만 했을 뿐이다. 요즘도 본방을 보면서 연출과 편집에 감탄하며 시청자 모드로 보고 있다. 내 힘으로 된 것이 절대 아니다.
로코 속 차세계의 맛깔스러운 대사나 독특한 톤은 어떻게 소화했나. 어투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주변에 매력적인 사람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말투를 캐치해 따라 해보는 편이다. 차세계가 쓰는 거친 말투는 어릴 적 시골에서 일할 때 주변 어르신들께 들었던 말투를 차용했다. 사투리를 잘하는 분이 표준어를 섞어 구사할 때 나오는 묘하고 매력적인 톤이 있지 않나. 실제로 그런 말투를 써본 경험이 있어서 대사할 때 어려움 없이 자신 있게 구사할 수 있었다.
차세계를 연기하며 스스로도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나. 특별히 그런 면이 두드러진 장면을 꼽는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내 안에 있는 어떤 찌질함이나 아기 같은 모습을 직관적으로 보게 됐다. 평소에는 내 모습을 영상으로 볼 일이 없지 않나. 화면 속 내 모습이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시청자분들이 '귀엽다'고 해주시는 걸 보며 나를 정확하게 봐주셨구나 싶었다. 특히 신서리를 대하는 모든 순간이 그랬다. 흔히 말하는 '하남자 중의 상남자' 같은 느낌이다. 5화부터는 끝까지 내 문제는 아니라고 우기며 질척대지 않나. 서리에게 "너 진짜 후회한다"라고 대사 치는 내 모습을 보며 '내 안에 저런 면이 있구나' 싶었다. 연기로 극대화하긴 했지만 내 안의 새로운 단면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상대역인 임지연 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새롭게 느끼거나 배운 점이 있다면.
임지연 선배를 화면으로만 접했을 때는 어떤 성격일지 감이 안 잡혔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정말 착하고 유한 사람이었다. 보통은 자기 연기 챙기기도 바쁠 텐데 상대방의 장면까지 다 배려해 줬다. 지금 반응이 좋은 신 중에서도 선배와 상의해서 더 좋아진 장면이 많다. 현장이 힘들어도 늘 웃으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고, 체력적 한계가 와도 묵묵히 열심히 하더라. '연기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더 치열하게 노력하는구나'를 뼈저리게 배운 뜻깊은 현장이었다.
<멋진 신세계>는 배우 허남준에게 최종적으로 어떤 의미를 남긴 작품으로 기억될까.
너무 많은 것을 남겨주었다. 어떤 작품은 철저히 '비즈니스적인 일'로만 대하게 되거나 심신으로 오는 부담감이 엄청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매 촬영 과정 자체가 정말 소중하고 중요했다는 걸 깨닫게 해 주었다. 현장의 좋은 에너지는 보는 사람에게도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것을 배웠는데, 이는 내 개인의 연기 기술이나 몰입만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영역이다. 현장에서 저희가 서로 너무 사이가 좋았고 각자 자기 몫을 프로페셔널하게 해낸 덕분에 작품이 빠짐없이 좋게 완성됐다. 스태프분들과 감독님들이 내 캐릭터를 애정해 주신 게 화면에 다 보이더라. 사람끼리의 소중한 챙김, 힘들어도 서로 보며 웃었던 사소한 한마디와 위로들... 연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 함께 좋은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려준 최고의 모범 예시로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벼운 질문이다. 연말 시상식에 대한 기대감도 솔직히 있을 것 같다. 인생 캐릭터를 남겼으니 신인상 욕심이 나지 않나. (웃음)
전혀 그런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보지 않았다. 다만 나는 우리 작품 팀원들이 상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나는 무대 아래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박수치고 축하해 주고 싶다. 신인상은 진짜 생각만 해도 긴장되고 손에 땀이 난다. 내가 그 무대 위에 올라간다는 상상만으로도 너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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