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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신세계 이현단심 비 오는 날 상플

무명의 더쿠 | 07-04 | 조회 수 429




한두방울 톡톡 떨어지던 점점 빗줄기가 굵어진다.

할매는 비 조금만 맞아도 감기 걸린다고 큰일 난다고 했지, 그땐 비 맞고 있으면 할매가 놀라서 쫓아오는 게 좋았는데. 단심은 생각한다.


처마 밑에 서서 손을 내밀어 비를 맞는 단심을 보던 현에게 문득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궁에서의 단심은 고뿔에 들까 무서우니 비를 피하라 했고,

유배지에서의 단심은 이제 비를 좋아하게 되었다 했지.


그 상념을 깨는 소리가 들린다.

물 웅덩이를 첨벙이며 마당 한 가운데에 선 단심이 양 팔을 벌리고 비를 맞는다.

옷이 다 젖어가는데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기까지 한다.


그러다 고뿔이라도 들면 어쩌려고.

제가 애입니까? 그런 걸 두려워하게?

그럼, 비 맞고 선 자가 어른이겠느냐?

어른이면 뭐, 비 맞으면 안된대요?

..너는 비를 싫어했지 않느냐.

아, 과거의 저는 그랬나요? 지금의 저는 좋습니다. 산성비도 아니고 진짜 깨끗한 비니까!

산성비?

미래에는 환경 오염 때문에 비도 함부로 맞음 안되거든요. 그러니 지금 실컷 맞아야지.


단심이 웃는 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현의 귓가에 울린다.

현에게도 충동이 일어, 단심의 곁에 다가가 선다.

함께 비를 맞는다. 단심은 예전처럼 손으로 차양을 만들어 현에게 쏟아지는 비를 막지 않는다.

오히려 단심은 나란히 비를 맞는 것이 재밌다는 듯 활짝 웃는다.

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그걸 입술 새로 빗물이 흘러들어와서야 알게 된다.


단심이 물 웅덩이에서 발을 세게 구르자 흙탕물이 현의 옷자락에 튄다.

현도 질새라 되갚아주었다.

옷자락이 더러워져도 뭐가 재밌는지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단심과 함께 있으면 현은 자꾸 어린 아이처럼 굴게 된다. 이상하게 그게 싫지 않다.


-


비가 그쳤다. 온돌을 더 따뜻하게 데운 방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머리칼이 아직 마르지 않은 단심이 코를 훌쩍거린다.


고뿔에 걸린 것이지?

아마도요.

그러니 왜 비를 부러 맞고.

즐거웠다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너는 정말..

이런게 낭만이잖아요. 그쵸?


단심이 웃는다. 현은 대답은 못하고 그저 이불을 단심의 어깨에 둘러준다.

단심의 뒤에 앉아 빗으로 머리칼을 빗어준다. 서툰 손길에도 불평 한 마디 없다.

적당히 마른 머리칼을 한 데 모아주다 현의 손가락이 단심의 귀에 스쳤다.

단심의 어깨가 살짝 움츠러들어, 현도 모른 척 손을 거두었다.


나으리도 머리 빗어드릴까요?

나는 되었다.


단심이 뒤를 돌아 현과 눈을 맞춘다.

현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다거나 다른 할 말이 있는 표정은 아니다.

현은 이제 단심의 표정을 어느정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당연히, 단심의 모든 마음을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아쉽다. 지금처럼, 단심이 무슨 생각으로 저를 바라보는 지 궁금하기에.


에취!


급기야 기침까지 한다. 제 소매로 코와 입을 막고는 기침을 터뜨리는 단심이 슬쩍 현의 눈치를 본다.

걱정스런 현의 얼굴에 단심이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어유, 몸이 암만 젊어도 감기는 못 피하나 보네.

많이 힘든 것이야? 내일 당장 약재라도 구해와야,

아. 약 싫어요, 너무 써.

입에 쓴 게 약이지, 단 약이 어디 있느냐.

있거든요, 미래에는. 그것도 맛없긴 한데.

그 놈의 미래.


현의 말에 단심이 푸스스 웃는다. 묘하게 기운이 없어보여 손을 들어 이마에 댔다.

심하진 않지만 열이 있는 것 같다.

현이 몸을 일으켜 베개를 가져오려는데, 단심이 더 빨랐다.

이불을 손에 쥔 채 현의 어깨를 안는다.

현과 단심이 함께 이불에 싸인 형색이 된다.


나으리도 추울텐데 왜 제 걱정만 하세요.


귓가에 단심의 목소리가 곧장 들린다.

거세게 뛰는 심장이 맞닿아 있다.

단심이 현의 목을 빈틈없이 둘러 안는다.

그제서야 현의 팔도 단심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현이 팔에 힘을 주어 단심의 몸을 제 무릎 위에 앉혔다.

단심이 고개를 들어 현과 눈을 맞춘다.

손에 힘을 풀어 이불이 현과 단심의 무릎 위로 떨어져 내려온다.

단심이 손을 들어 현의 흉터를 조심스럽게 매만지다, 턱을 감싼다.

눈을 감고 조심히 입을 맞추는 단심을 현이 받아들인다.

조용한 방 안에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서로를 붙잡는 손 끝에 힘이 들어간다.

단심이 눈을 떠 현과 눈을 맞춘다.

단심이 조용히 내뱉는 숨이 현의 입술에 닿는다.

이번엔 현이 눈을 감고 입을 맞춘다.


-


눈가를 간질이는 손길에 현이 잠에서 깼다.

단심은 손 끝으로 현의 흉터를 매만지는 감각을 좋아한다.

현보다 먼저 잠에서 깨면, 이때다 싶은지 항상 그런 손길로 현을 깨운다.

평소에 현이 못 만지게 하는 것도 아닌데.


몸은.


단심이 고뿔에 걸린 게 여즉 걱정인지, 잠에서 깨자마자 묻는 현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 그렇다고 하기엔 목소리가 꽤 잠겨있다.

크흠. 헛기침을 해보지만 나아지는 건 없다.


어떡해. 내가 나으리한테 옮겼나봐요.


현의 옆에 누워있던 단심이 벌떡 몸을 일으켜 앉고는 현의 이마와 목에 차례로 손등을 댄다.

그 감각이 퍽 시원한 것이 현에게 고뿔이 든 게 맞긴 한가 보다.


약은 내가 아니라 나으리가 드셔야겠네.

차라리 잘 되었지. 입에 쓴 걸 먹기 싫어하는 너보다야.

..미안해요, 나으리.


드물게 눈썹까지 축 처진 단심을 보니 현의 명치께가 쿡쿡 쑤신다.

단심의 손을 잡고 힘을 주니 저항없이 끌려온다.

현이 팔을 뻗어 단심이 베게 하곤 단심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단심이 현의 허리를 감싸 안아 파고든다.

철 없는 생각이라 입 밖으로 꺼내진 않을 거지만,

현은 가끔 고뿔에 걸리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https://img.theqoo.net/fKZtaX
이 짤에서부터 시작한 상플이라면 믿으시겟습니까

(문제 잇으면 칼삭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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