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리뷰) 넘나 뒷북인 퀸즈갬빗 리뷰 (심져 5화까지만 본)
104 0
2026.07.02 04:12
104 0

 언젠가부터 나는 사람을 쉽게 단정하지 못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세상을 쉽게 이해하는 사람과 모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을 나누곤 했다. 그러나 첫인상이 뒤집힌 경험을 여러 번 하고 나니, 이제는 단정 자체를 의심하게 되었다. 겉으로 명쾌한 사람이 실은 누구보다 오래 사유한 사람일 수 있고, 끊임없이 의심하는 사람이 반드시 깊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결론만 보고 내면을 추측할 뿐이다. 여전히 “당연”, “원래”, “상식”이라는 말을 쉽게 입에 올리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다. 그 말들이 대화를 닫아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감정과 별개로, 그 사람들의 내면 또한 나만큼 복잡할 수 있음을 인정하려 한다.


 감정은 즉각적이지만 판단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나는 호오보다 시비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피곤하다. 타인을 의심하는 만큼 나 자신의 판단도 의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피로 덕분에 사람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법을 조금은 배웠다. 최근 본 『퀸즈 갬빗』은 그런 생각을 더 단단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체스를 다루지만, 실은 인간의 품위를 이야기한다. 알마 위틀리는 내게 가장 아름다운 인물이었다. 한때 별을 꿈꾸었던 사람.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만큼은 체념도, 술도, 공허함도 잠시 사라진다. 그녀가 베스의 재능을 알아본 것은 단순히 천재를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다. 한때 자신 안에도 존재했던 가능성의 빛을 알아본 것이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몫을 요구한다. 그 장면은 탐욕이 아니라 존엄이다. 베스가 오히려 더 큰 몫을 제안하는 순간, 두 사람은 이해관계를 넘어 서로의 품위를 인정하는 관계가 된다. 


  작품 속 남성들도 인상적이다. 그들은 베스를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사랑을 구걸하지도, 취약함을 이용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아름다운 체스를 위해 경쟁하고, 때로는 욕망보다 더 큰 가치를 선택한다. 현실이라기보다 이상에 가깝지만, 그 이상은 공허하지 않다. 인간은 때로 욕망보다 품위를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작품 전체를 지탱한다. 


  『위플래시』의 플레처도 떠오른다. 분명 잔인한 인물이다. 그러나 재즈바에서 연주하는 그의 모습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겸손하고 아름답다. 사람은 언어로 자신을 꾸밀 수 있지만, 예술 앞에서는 의도치 않은 내면이 드러나기도 한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는 사람을 지배하려는 존재가 아니라 음악을 경외하는 존재였다. 


  김기덕 감독이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림도 잘 그리고 손재주도 뛰어나며 머리도 비상했지만, 결국 아무도 알아주지 못한 사람이었다고. 나는 그 이야기를 오래 기억했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알마도, 이름 없이 사라진 누군가도, 현실의 수많은 사람들도 언젠가는 자신이 별이 될 것이라 믿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대부분의 사람을 별로 기억하지 않는다. 별이 빛나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어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어떤 이는 조용히 살아가고, 어떤 이는 플레처처럼 블랙홀이 되어 타인의 빛을 집어삼키려 한다. 


  그럼에도 나는 한 가지를 믿고 싶다. 사람은 자신의 성공보다, 끝까지 사랑한 것을 통해 기억된다. 알마는 피아노를 사랑했다. 플레처는 재즈를 사랑했다. 베스와 보르고프는 체스를 사랑했다. 그 사랑 앞에서만큼은 모두가 잠시 자신의 가장 진실한 모습을 드러냈다. 적어도 모두는 한때 자신이 별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쉽게 미워하지 못한다. 행동은 비판할 수 있어도, 한때 별을 꿈꾸었던 마음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인간이란 존재는 끝없는 미스터리다.

댓글 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V 컬러링 댓글 이벤트] 🎀리센느🎀 통화 연결 영상 설정 더블 당첨 이벤트 66 07.24 51,777
공지 [🚨필독🚨] 로그인 보안 강화📢시크릿모드 사용자들 필독 (사용안함 옵션 추가)📢 07.13 154,82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3,414,81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816,73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6,769,803
공지 잡담 발가락으로 앓든 사소한 뭘로 앓든ㅋㅋ 앓으라고 있는 방인데 좀 놔둬 6 25.09.11 582,763
공지 잡담 카테 달고 눈치 보지말고 달려 그걸로 눈치주거나 마플 생겨도 화제성 챙겨주는구나 하고 달려 8 25.05.17 1,167,784
공지 잡담 카테 달고 나 오늘 뭐 먹었다 뭐했다 이런 글도 난 쓰는뎅... 14 25.05.17 1,242,327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5/22 ver.) 163 25.02.04 1,839,510
공지 알림/결과 ─────── ⋆⋅ 2026 드라마 라인업 ⋅⋆ ─────── 125 24.02.08 4,670,504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6 22.12.07 5,596,260
공지 알림/결과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ノ =͟͟͞🎟 175 22.03.12 7,183,522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11 21.04.26 5,750,740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8 20.10.01 5,845,763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310 19.02.22 5,990,763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6,147,180
모든 공지 확인하기()
16012400 잡담 내배 차기작 내년꺼 와라 09:29 9
16012399 잡담 내가 장르물볼때 사랑하지 말고 일이나해를 외치는 부류라 오피스로코도 일부터하라 모드가 됨 09:29 12
16012398 잡담 오피스로코는 일이나 해라 감성으로 몰입못하는게 아님 09:29 22
16012397 잡담 멋진신세계 아직 대본집 못받은 덬들 많지? 09:28 10
16012396 잡담 탁수 아형 나오네 연정훈 찬희 오만석 이분들하고 뮤지컬해 혹시? 09:28 12
16012395 잡담 려운 로코가 더잘어울리는것같아 2 09:28 31
16012394 잡담 오피스로코가 진심 뻔한것같아 10 09:26 165
16012393 잡담 어제 핑계고 초창기 핑계고 느낌나서 좋음 1 09:26 76
16012392 잡담 이재욱 꿀알바는 재밌길... 5 09:26 110
16012391 잡담 려운 그래도 영화 나오네 곧 09:25 62
16012390 잡담 김부장 제작사 스튜디오s는 어디 제작사야? 1 09:25 100
16012389 잡담 오싹한연애 둘이 연애하면 각 팀여리 팀강욱 사람들 반응도 존웃일듯 2 09:24 42
16012388 잡담 려운 마동석영화 들어간건 언제나오나 2 09:24 83
16012387 잡담 의보사 원작 카카페에서 보려고하는데 3 09:24 84
16012386 잡담 음문석 봉 영화랑 잘어울림ㅋㅋㅋㅋ 1 09:24 34
16012385 잡담 오싹한연애 여리야 두달안에 약혼해야지 1 09:24 46
16012384 잡담 욕망의불꽃은 왜 ott에 안 풀릴까? 09:23 35
16012383 잡담 군대에서 캐스팅 기사 뜨면 전역 몇개월 전부터 떠..? 2 09:23 92
16012382 잡담 오싹한연애 박은빈 양세종 각자 잘하는데 둘이 조화롭기도해 2 09:23 71
16012381 잡담 혜리드라마 어땡? 지금 하는거 9 09:23 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