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미디어 리뷰]
‘교육’이란 것은 결국 지금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것이리라. 그 과정에서 가르침을 주는 스승의 역할은 크다. 하지만, 아직도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는 말이 현실적일까. <참교육>의 광풍이 휘몰아친 빈자리에 넷플릭스가 또 한 편의 학원드라마를 내놓았다. 이번엔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참교육’을 전수하고, 제자는 스승의 큰 뜻을 가슴에 새겨 사회에 나가 동량지재가 될 것인가.
● 전지적 작가시점: 완벽한 관찰일지
연서대학교 국문학과 허문오 교수(최민식)는 학생들에게 작문수업을 하며 분통을 터뜨린다. 강의실은 맥 빠진 학생들로 가득하고 제출하는 과제물은 하나같이 쓰레기이다. 그런데 어느 날 눈에 번쩍 띄는 작문을 하나 보게 된다. 강의실 맨 끝줄에 뾰로통하게 앉아있던 공대생 이강(최현욱)이 쓴 작문이다. “세윤이 집에 갔더니 아름다운 엄마와 인자하신 아빠가 있었다. 그의 친구가 되고 싶었다.” 문학적 절망에 빠져있던 허 교수는 학생에게 특별한 개인수업을 제안한다. 교수는 학생에게 좋은 이야기, 읽히는 소설, 진실한 작문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세윤이 집에는 선민희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수상하다...” 교수는 학생을 채근한다. “소설은 관찰이 필요해. 그 캐릭터에 한 발자국 다가가는 용기가 필요해”라고. 이강은 교수의 지도하에 일필휘지, 일취월장 뒷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선민희와 세윤이 아빠의 관계가 수상하다. 문을 열어보니...(다음에 계속)” 교수는 짜증을 낸다. ‘넌 왜 맨날 다음, 다음, 다음이야... 빨리 후속 이야기를 써내란 말야.
그런데, 맨 끝줄 소년이 써내려간 소설에는 허문호 교수와 김수훈 작가(허준호)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강의 관찰과 추적을 통해 ’우리 은주‘(김윤진)의 정체가 드러나고, 교수의 집착이 계속 되면서 아내 현숙(진경)은 남편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휘몰아치듯 다음 이야기가 계속되고, 등장인물의 정체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캠퍼스 작문수업에서 치정극, 그리고 마침내 이야기의 시발점에 다다른다.
넷플릭스 6부작 <맨 끝줄 소년>은 스페인의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2011년 희곡이 원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 공연된 이 작품은 ’작문수업‘을 매개로 제자와 스승 사이에 일어나는 미묘한 포식관계를 다룬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문학적 열정으로 가득한 교사가 배움에 무관심한 학생들을 경멸하며 노력의 부재에 분노하다가 창의적이며 관찰력이 뛰어난 한 학생을 만나면서 활력을 얻는다. 교사와 학생은 작문이라는 지적인 수업을 통해 가까워지고, 관객들은 곧바로 그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 뛰어난 희곡은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오종 감독은 관찰하는 학생과 지켜보는 교사가 펼치는 ’관음증적 쾌감'을 극대화하면서 중산층 가정의 위선과 권태를 정교하게 풍자한다. 연극과 영화를 통해 창작과정이 얼마나 위험하면서도 매혹적인지, 얼마나 은밀하고도 개인적인지를 제각기 보여준다.
이 이야기가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또 다른 변주를 보여준다. 데뷔소설이 마지막 작품이며, 인기 작가에게 열패감을 느끼는 교수가 젊은 학생을 만나, 그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어 저도 모르게 가스라이팅 당하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어느새 역전되고, 제어하지 못하는 열정과 욕망으로 이야기 속 이야기는 폭주하는 구조이다. 결국 겉보기에는 창작적 열등감과 슬럼프가 태생적 결핍의 아이의 탈출구이자 복수드라마에 희생 당하는 것이다. 최민식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열패감 연기와 최현욱의 알 수 없는 시선, 그리고 그들을 맴돌며 완벽하게 미스터리를 증폭시키는 인물들이 작품을 끝까지 긴장감 있게 몰고 간다. 김규태 감독은 문학이라는 고상함과 창작이라는 고통 사이에 첫사랑의 아련함과 훔쳐보기의 아찔함, 그리고 고아원의 슬픈 사연을 드라마틱하게 구성하여 완벽한 문학적 복수극을 완성시킨다. 넷플릭스 드라마 <맨 끝줄 소년>은 뜻밖의 IP에서 수확한 풍성한 K-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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