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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산책] 이야기를 탐한 사람의 얼굴, ‘맨 끝줄 소년’

무명의 더쿠 | 17:03 | 조회 수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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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산책] 이야기를 탐한 사람의 얼굴, ‘맨 끝줄 소년’

이다혜 기자


최민식·최현욱, 창작을 둘러싼 욕망과 심리전

한 학생의 문장이 흔든 한 교수의 욕망


좋은 이야기를 알아보는 일은 때로 위험하다. 오래전 잃어버린 재능과 자존심을 건드릴 때는 더 그렇다.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은 한 학생의 글에 마음을 빼앗긴 교수가 결국 그 이야기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심리 서스펜스다.

'맨 끝줄 소년'은 20년 전 소설 한 권을 낸 뒤 더 이상 쓰지 못하는 국문학과 교수 허문오(최민식)에게서 시작된다. 강의실 맨 끝줄에 앉은 공대생 이강(최현욱)의 글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면서다. 동명의 스페인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창작과 욕망, 현실과 허구가 뒤섞이는 과정을 좇는다.


허문오는 오래된 패배감에 붙들린 인물이다. 스타 작가가 된 대학 동기 김수훈(허준호)을 향한 열패감, 자신의 문장을 부정당했던 상처는 여전히 그를 따라다닌다. 그런 허문오 앞에 이강이 나타난다. 무심한 얼굴로 강의 오류를 짚고, 작문 과제에서는 교수조차 다음 문장을 기다리게 할 만큼 선명한 글을 내놓는다. 허문오는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둘만의 수업을 제안한다.


하지만 이강의 글은 순수한 상상력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그는 친구 김세윤(이진우)의 집을 드나들며 가족들의 일상과 감정을 지켜보고, 그것을 자기 이야기로 옮긴다. 현실은 소설이 되고, 사람들은 누군가의 문장 속 인물이 된다. 학생의 재능을 키우려던 교수는 어느 순간 이강의 글을 기다리는 독자가 된다.


작품은 천재적인 학생보다 그 재능을 탐하는 욕망을 더 오래 바라본다. 김규태 감독은 사건보다 인물의 마음과 관계의 흔들림을 먼저 들여다본다. 현실과 이강이 써 내려간 이야기의 세계를 교차시키는 구조도 몰입을 돕는다. 시청자는 허문오의 시선을 따라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다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함께 의심하게 된다.

초반부는 사건을 몰아치기보다 허문오와 이강 사이의 힘의 균형과 욕망을 드러낸다. 이강의 창작이 타인의 삶을 관찰하고 침범하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점은 불편한 긴장을 남긴다. 다만 작품은 그 불편함을 자극으로만 쓰지 않고, 창작의 윤리와 욕망의 경계를 끝까지 붙든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심리를 받친다. 허준호, 김윤진, 진경, 이진우, 한지은 등 주변 배우들도 이야기의 밀도를 더한다. 최민식은 허문오 안에 뒤엉킨 자존심과 열등감, 질투와 동경을 밀도 있게 풀어낸다. 최현욱 역시 천재성과 위험함을 함께 품은 이강의 양면성을 안정적으로 보여준다.

'맨 끝줄 소년'은 창작을 낭만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좋은 이야기를 향한 욕망이 한 사람을 어디까지 몰아갈 수 있는지를 따라간다. 오래 남는 것은 반전이 아니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보다 먼저, 그 이야기에 사로잡힌 사람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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