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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출근 일도 사랑처럼… 다시 설렐 수 있을까[정덕현의 덕업일지]

무명의 더쿠 | 06-29 | 조회 수 307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전날 내일은 없다며 달리고 달렸던 후유증이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해도 직장인은 출근을 해야 한다. 남자친구에게 잠수이별을 당해도, 몸이 아파도, 가족이 세상을 떠나도… 출근을 해야 한다. 설사 하늘이 무너져도.

tvN 월화드라마 ‘내일도 출근!’은 잠수이별을 당하고도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차지윤(박지현)이라는 직장인의 처지로 문을 연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밀고 당기는 연애를 다루는 오피스 로맨스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작부터 동거까지 했던 남자친구가 여행 간다며 잠수해버린 상황이다. 그럼에도 ‘출근’ 운운하는 이 드라마의 정체가 꽤 수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그렇게 출근한 차지윤은 자신이 일하는 새움전자 상품기획1팀의 옆 팀인 2팀 책임으로 오게 된 강시우(서인국)와 엮이게 되면서 오피스 로맨스가 시작되니까. 그런데 강시우는 소문만으로도 모두를 얼어붙게 만드는 인물이다. ‘No스마일, No피플, No쏘리’라 이른바 ‘삼노맨’이라 불린다. 절대 웃지도 않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에게는 사내에 친한 사람조차 없다. 그래도 전자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능력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 사장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이쯤 되면 누구나 어떤 일이 있어도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공감으로 시작한 이 드라마가, 결국 ‘사내 연애’를 다루는 오피스 로맨스라는 걸 눈치챌 것이다.


그럼에도 ‘내일도 출근!’은 지금껏 봐왔던 오피스 로맨스와는 사뭇 다른 한 가지 매력적인 관전 포인트가 있다. 그건 직장 생활과 연애를 비슷한 과정으로 그려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차지윤은 처음 이 새움전자 상품기획팀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매일매일이 설렘의 연속이었다. 뭐든 말만 하면 알아서 척척 해주는 ‘우렁각시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고 최종 목표가 사장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어느덧 선임을 달 정도로 회사를 다니면서 차지윤은 변했다. 적당히 일하고 출퇴근만 칼같이 하는 그런 샐러리맨이 된 것이다. 눈앞에 나타난 강시우는 그런 차지윤에게 신입 시절부터 오래도록 봐왔다며 자신이 꾸리게 된 TF팀에 들어와 달라고 이렇게 말한다. “처음이었습니다. 이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다 생각한 사람은.” 강시우의 그 말에 차지윤은 얼어붙어 버린다. “뭐야? 사귀자는 말보다 더 설… 설레.”


멜로드라마에도 일련의 역사가 있다면 그건 일과 사랑 사이에서 벌어지던 밀당의 역사다. 1980∼1990년대만 해도 멜로드라마에서 사랑의 골인은 일의 끝을 의미했다. 결혼이 멜로드라마의 해피엔딩이었으니까. 하지만 2000년대 초반으로 넘어오면서 사랑만이 전부이던 멜로드라마는 그만큼의 애정을 일에 쏟기 시작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파티시에나 ‘커피프린스 1호점’의 바리스타처럼 사랑만큼이나 일에도 진심인 인물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사랑을 확인한 후에도 계속 일에서 삶의 보람을 찾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제 ‘언더커버 미쓰홍’이나 ‘태풍상사’ 같은 작품을 보면 사랑보다 일의 영역이 더 중요해진 느낌이다. ‘내일도 출근!’은 이렇게 사랑에서 일로 넘어온 관심의 변화를, 이제 일조차 사랑처럼 은유해 그려내는 작품이다.


직장 생활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차지윤은 사내 괴롭힘에 가깝게 부하 직원들을 힘들게 만들고, 하다못해 아이디어까지 도둑질하며, 접대를 받고 업체를 봐주는 비리까지 저지르는 자기 팀의 고영삼(홍우진) 책임의 갖가지 갑질에도 뭐라 항변하기보다 그저 적당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됐다. 사랑으로 말하면 일종의 권태기에 가깝다. 그래서 집에 오면 맥주 한 캔을 마시며 내일은 퇴사하겠다고 붙인 스티커가 어느덧 가득 채워졌지만 당장 카드값 때문에 억지로라도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 됐다. 그건 마치 잠수이별을 당하고도 남자친구와 완전히 결별하지 못하는 차지윤의 사랑과 비슷하다. 그런 그녀에게 나타난 강시우는 과연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설렘을 되찾아줄 수 있을까.


‘샐러리맨’이라는 단어는 어딘가 서글프다. 월급(salary) 받아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닌가. 직장이 하고픈 일을 하는 곳이 아니라, 하기 싫어도 월급 주니까 버텨야 하는 어떤 곳이 됐다는 건 슬픈 일이다. 사랑도 그렇지만 일에 있어서도 여전히 설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오르는 모든 직장인이 그래도 조금은 설렐 수 있는 하루가 되기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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