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이현과 세계의 끝이자 시작>
드라마를 다 보고나니 긴 여운을 느낌과 동시에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신서리는 이현과 세계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왜, 두 남자 이현도 세계도 서리여야 했을까?
그러려면 두 남자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현과 세계는 분명 만난 적은 없는데,
다른 사람이나 같은 사람이다.
오래 전 전생의 나와 현생의 나이기도 한
그럼에도 또 다른 이들이다.
전생의 이현은 환생의 차세계를 생각 조차 못했기에
현생의 차세계 또한 전생의 이현을 생각한 적 없다.
이 두 남자의 연결 고리가 바로 신서리다.
결국, 이현과 세계는 서리를 마주했기에
서로의 존재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이현과 세계는 굳이 믿지 않을 수도 있다.
전생의 나인 이현과 현생의 나의 세계라도
그들의 세계는 각각 달랐고,
그들이 만난 신서리도 달랐기에
하지만 분명한 건 서리가 그들과 연결되어
현의 죽음도 세계의 죽음도 끝맺을 수 있었다.
다르지만 같은 같지만 또 다른
이현과 세계의 그들의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 한다.
<한 여인을 연모하는 사내, 이 현>
세상에 두려움이란 없던 한 남자가 있다.
남자의 이름은 이 현,
청헌 대군이고, 다른 이들은 그를 대군/자가라 부른다.
태어난 김에 살아가는 생, 그나마도 귀한 이로
태어나 먹고, 살 걱정은 없으나 삶이 참 살얼음 판이다.
잠도 쉬이 잘 수 없다.
언제 어느 때고 화살이나 검이 날아올지 모르니,
잠든다 해도 온전히 잠들지 못하는
깨어나 있을 땐 온갖 소문을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한다.
아주 가끔, 안 들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였다.
귀에 거슬리는 사람 참 신경쓰이게 하는 잡소리들,
그랬는데, 그 무료하고, 고되고, 사실 쓸쓸한
내 삶에 그 아이가 왔다.
그 때부터 였다, 현은 태어나 처음
어쩌면 사는 거 꽤나 나쁘지 않다고,
아니, 저 아이의 쫑알쫑알 소리를 듣는 이 생,
아주 살아볼만 하다고,
그러다 차츰 마음이 쌓여갔다.
아주 켜켜이, 겹겹히, 차곡차곡
내 눈은 내 귀는 내 온 신경은 그 아이였다.
어느 새 그 아이를 따라 시선이 따라갔고,
그 아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하루에도 수백 번 그 아이가 떠올랐다.
이렇게 이다지도 나의 마음에 다른 이가
온통 차지한 적은 없었다.
마치, 내 머릿속에서 작은 인형 같은
그 아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그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 제법 사람 답고,
사내다워지려는 제 모습이 참 좋았다.
대군이고, 자가이고 가 아니라
한 여인을 연모하는 사내 이현이 될 수도 있어서
<나다움을 잃지 않아도 되는 남자, 차세계>
여기, 세상에 내 편이라곤 없는 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의 이름은 차세계,
차일 그룹 회장의 외손자, 남들이 그토록 부러워하는 재벌이다. 다른 이들은 그를 악마로 부르고, 스스로는 저를 자낳괴라 여긴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자 악명 높은 갑질을 일삼는 세상 무서운 악마라고,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두 작명을 꽤나 즐긴다.
그런 악명 같은 가면이야말로 실상 저를 보호하는 거라고, 별 말 안 해도 알아서 기고, 알아서 멀어지니 굳이 제가 사람 가리지 않아도 구분이 되니까, 뭐, 여러 우여곡절 남들 모르는 아픔도 있고, 내면은 오래 전에 이미 상처 투성이다,
그저 드러내지 않을 뿐,
아니 드러낼 이를 만나지 못했다.
단 한 번도 다른 이 앞에서 그저 차세계인 적이
없었다, 누굴 만날 때도, 무얼 할지, 어떤 시간을
써야할 지, 얼마를 내야할 지 계산하는 삶이었으니
나도 상대도 모두가 그랬으니
그게 이상하단 생각도 못하고, 살았다.
되게 이상하고, 그래서 신경 쓰이고,
어느 새 내가 계산을 잊어버릴 정도로
시간도 돈도 온갖 걸 다 쓰고 있었다.
신서리, 그 여자에게 미친건가 싶었다.
고장난 것도 같았다, 근데, 그래서 더 좋았다.
나도 제법 사람 답게 사는 듯 해서,
https://img.theqoo.net/cZTkNj
https://img.theqoo.net/HlEZtn
아니 이 여자 앞에서 난 그저 차세계일 수 있어서
그게 참 좋았다. 나다움을 잃지 않아도 되는
그랬던 이현과 세계도 피하지 못한 운명이 있었다.
서리의 정인은 이 생이나 후 생이나 죽을 운명이었던 것,
그래서 서리를 연모한 이현의 죽음은 피하지 못했다.
이미 그럴 수 밖에 없는 마치 정해졌다는 듯이
그래도 소중한 너를 지키고 떠나는 생,
제법 사내다운 종말이 아닌가
이미 온통 <그 아이> 서리가 현의 마음을 모두 차지한 후에도 현 자신도 예상 못했었다.
제 안에 자리한 마음이 이리 클 줄은
그 아이, 서리를 살리는 일이라면 제 목숨도 내 놓을 수 있는 오히려 그것이 사내 다운 종말이니 나쁘지 않는 생이라 여기며, 서리를 살리는 대신 제 죽음을 받아들이는 현이 될 줄은 누군가를 연모한다는 것만으로 제 삶 전체를 내놓는 선택을 할 줄은 몰랐지만
그 아이를 만나고,
제 마음에 품은 순간부턴 자신의 종말이자 끝이 그리 좋진 않을 거란 건 짐작할 수 있었다. 신분 차이도 있지만 안종이 저를 죽음으로 내몰고, 그 아이의 목숨을 조건으로 걸 때, 그제서야 알았다.
애초에 제 곁에 사람을 제 약점을 두거나 혹은 들키지 말았어야 했단 것을 그 뒤늦은 깨달음은 현을 냉혹하게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더는 이곳에 걸음 하지 말거라."
제 마음은 드러낼 생각이 없으니 하루라도 더 지체하지 않게 차라리 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게 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죽음의 끝, 진짜 종말이 다가오자
그 아이가 미치도록 그리웠다,
단 한 번이라도
널 내 눈에 담고 싶구나,
끝내 전하지 못한 나의
고백이 아주 늦게라도 닿았길
너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웃고, 온통 너로
물들였던 한 사내가 있었다고,
그러니 잘 살아내라고, 너답게
현이 죽음을 맞이한 생을 끝내 피하지 못했을 때
서리에겐 선택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 현을 살려야만 한다.
그래야 죽어가는 세계를 살릴 수가 있다.
서리는 하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우선 제가 다시 온 조선에서 현을 살리기로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의 현과 다시
조우했다.
"정신 차리거라,
난 널 한 번도 마음에 둔 적이 없다.
궁녀 따위 연심 필요 없어, 하니
지워라, 나도...기억도"
저에겐 변했다 했지만 서리의 눈에 대군은 여전했다.
하지만 아무리 독한 말로 저를 상처주는 현이지만
이미 현이 남겨 놓고, 새겨 넣은 마음을 이미 알게 된
서리는 현이 어떤 말로 저를 아프게 해도 두렵지 않다.
오히려 제가 늦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만 들었다.
현생의 세계를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가 문득 떠오른다. 자신을 자낳괴라 칭하던, 이번엔 현이 제게 마음에도 없는 말로 밀어내지만 서리는 밀릴 생각이 없다.
차라리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면
솔직해지기로 한다.
"저는 이제 비를 좋아합니다.
그 청량함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살아있다 일깨워 주거든요.
죽고 싶다 여길 때도 사실 살고 싶었습니다.
이리 살고 싶지 않은 것이지
죽고 싶었던 건 아니었느까요.
그리 일깨워 주셨어요.
생의 의지를"
서리는 온전히 저를 제 마음을 현에게 전해본다.
그에게 닿기를 그가 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기를
"이리 살 수 없다면 달리 살면 되는 겁니다.
새로운 세계로 가시는 거예요.
청이든 이역이든 어디로든 떠나세요.
벗어나세요, 이곳에서"
자가, 저는 이제 압니다.
왜 제가 다시 여기로 와야했는 지를
자가를 새로운 세계로 보내드려야 하는 지를
그러니 벗어나세요, 살아주세요.
"입이 무거워진 줄 알았더니, 한없이 가벼워졌어.
어찌 이리 물색없이 떠들어 대는지,
하긴, 그게 너지..여전히 너다워"
다시, 서리를 마주 했을 땐
말도 없이 할 말 가득한 얼굴로 저를 바라볼 때만
해도 시간이 결국 너도 변하게 했다 여겼는데,
당최, 알 수 없는 말을 늘여 놓더니
그런 너가 여전해서 그 또한 반가웠다.
그랬었는데,
"자가께서 살아야 그 사람도 삽니다."
"그 사람?"
"저에게 목숨 같은 사람입니다.
자가께서 제게 그러셨듯이
저도 그 사람 살리고 싶어요."
"내게 그런 사람이 생긴 것이냐?
이제 알겠구나, 니 눈빛이 담대해진 이유를"
자가께서 살아야 그 사람도 산다는 말에
순간 잘못 들었나 했지만 너는 참 지독하게
내 눈앞에 서 있지만 멀리 있는 것처럼
내앞에서 참으로 당당하게 그 사람을 살리고 싶다
말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면으로 부딪혀오듯
이미 저 아이에게 그런 사람이 생겼단 걸
깨닫고 보니, 서리의 이전 보다 더욱 단단하고,
담대해진 눈빛의 이유를 알 것 같은 현이다.
그리고 끝내 피하지 못한 현을 죽음으로 내몰 화살,
서리는 망설임 없이 현의 앞을 막으며 화살을 맞는다.
그런 서리를 본 현은
너를 살리기 위해 내 목숨 기꺼이 내 놓으려했는데,
왜 나를 위해 화살을 맞는 것인지, 절대 아니된다.
그토록 제가 살리려던 서리가 절벽으로
떨어지려는 순간
"이리 살 수 없다면 달리 살면 되는 겁니다.
새로운 세계로 가시는 거예요.
청이든 이역이든 어디로든 떠나세요.
벗어나세요, 이곳에서"
이현은 서리가 제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다시 살고자 한다.
난 이미 네게 내 목숨을 주었으니
차라리 함께 가자, 그곳이 어디든
깨어난 세계는 서리부터 찾았다.
어디에도 없는 서리, 마치 꿈처럼 사라져 버렸다.
서리를 잃은 세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서리는 대표님을 구하러 갔다는 거
대표님을 살리기 위해서
전부 버리고, 돌아갔다는 거요."
하지만 세계를 살리기 위한 서리의 선택은 오히려
세계를 더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나를 살리기 위해 갔다고?
난 너가 없인 살 수 없는데?
혹시, 이게 니가 나에게 내린 벌일까?
세계는 태희에게서 들은 박물관으로 향했고,
그곳에서도 서리를 만날 방법이라도 찾고 싶었다.
분명, 잠든 서리의 얼굴도 보고 온 세계에서
자신에게서 벌어지는 이 기이한 일들이
믿겨지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믿고 싶지 않았다.
신서리가 이상한 건 알았지만 조선에서 왔고,
돌아가야한다는 그 말들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믿게 되면 그렇게 될까봐 두려웠다.
서리의 이상한 말들을 다 믿게 되면
영영 제 곁을 떠날까봐 믿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러다 제 눈에 보이는 그림 한 점을 보게되었다.
그리고 마치, 제가 겪은 듯 보이는 삶들
그 안의 신서리까지 이젠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간절히 서리를 불러본다.
어디에 있든 듣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곳이 아닌 제 옆으로 와 주길 바라는 소망으로
"그만 하면..안 될까?
그만 기다리게 하면 안 될까?
나...숨이 안 쉬어져, 신서리.
돌아와, 그만"
그렇게 서리를 제 곁으로 돌아오도록
애원하고, 또 애원해본다.
서리는 모든 시간과 감정이 멈춘 듯 했다.
웃지도 울지도 않는 고요하고, 적막한 곳에서
아무 것도 없는 무의 세상,
하지만 어째서인지 제 두 손에 몽돌이 쥐어져 있었다.
어디에서 가져온 건지도 모르면서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그만하면 안 될까?
돌아와, 그만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이 목소리는 서리가 너무 잘 아는
<차세계>
서리의 시간이 감정이 다시 요동치듯 움직인다.
그 모든 시간 안엔 세계가 있었다.
쉴새 없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죽지 않았구나,
서리는 여태 현을 살리지 못해 세계도 죽었다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저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찾을 줄은 몰랐다.
고통 없이는 행복도
슬픔 없이는 기쁨도 느낄 수 없는 것을
서리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잠시라도 있던 무의 세상은 오히려 숨이 막혔다.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 삶이라니
차라리 고통이 오더라도 그 뒤에 오는
행복으로 위안 삼고,
큰 슬픔 뒤에 찾아 올 기쁨을 누리는
온갖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는
사람처럼 사는 삶을 선택할 것이다.
저를 애타게 찾는 그 사람의 품으로
그 곁으로 나의 세계로
연모하는 서리를 위해 제 목숨을 내 놓는
이 현의 사랑과
사랑하는 서리를 제 눈으로 봐야 숨이 쉬어지는
세계의 사랑
어쩌면 전생의 현의 사랑이 기꺼이 막을 내릴 수 있었던 건 후생의 세계의 사랑이 기다리고 있어서이진 않았을까, 비록 전생의 나는 이루지 못했으나 후생의 나는 반드시 이뤄낼 것이란 서로 만나지 못했음에도 이미 이어져있고, 묶여있었던 이 현과 차 세계.
한 사내, 이현이 절절하게 연모했던 여인이자
한 남자, 차세계가 평생토록 사랑 할 여인으로
그리고 현은 일기장에 남겨둔 것 아닐까,
다음 생, 다시 태어나 제가 환생한다면
나는 그 아이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나는 그렇게 오랜 시간 너를 기다려 왔다고,
그것이 비록 나는 아니지만 나였던 나를
그리고 나는 반드시 너를 찾을 것이다.
찾았다, 신서리.
내 이번 생엔 꼭 너와 함께 할 것이다.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단 말이야.
그렇게 다시 시작된
차세계와 신서리의 새로운 세상.
그리고 비로소 막을 내릴 수 있는
이현과 신서리의 끝.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는 것처럼
끝을 보내줘야 시작을 맞이하는 것처럼
바톤 터치하듯
서리를 세계에게 보내주는 이현과
이현에게서 서리를 소중히 받는 세계로
그렇게 서리를 사랑했고, 사랑 할
두 남자, 이현과 세계의 애틋하고도 지독할 사랑의
끝이자 시작이었다.
그런 두 남자를 끝내 살려 낸 서리의
애틋하고도 지독한 사랑이자 삶의
끝이자 시작이다.
서리를 보내준 현 또한 새로운 세계에서
원래 자신이 만나야 했고, 닿았어야 할
이 현과 강 단심의 진정한 시작이기도 하다.
그렇게 결국 만났어야 할 진짜 운명의 주인들이
서로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