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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끝줄 소년' 문학의 탈을 쓴 관음과 욕망, 원작을 뛰어넘은 리메이크의 정수 ★★★★☆[리뷰M]

무명의 더쿠 | 17:23 | 조회 수 448
보지 말아야 할 것을 훔쳐볼 때의 쾌락, 그리고 그것이 '문학적 천재성'이라는 면죄부를 덮어썼을 때 인간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



바로 오늘 베일을 벗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맨 끝줄 소년'(감독 김규태, 제작 SLL·팔레트픽처스)은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과 교수인 허문오(최민식 분)가 강의실 맨 끝줄에 앉는 학생 이강(최현욱 분)의 천재적인 글에 집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드라마다.


이 작품은 이미 연극 무대를 통해 전 세계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았던 스페인의 천재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무대의 텍스트를 스크린으로 옮겨오는 리메이크 작업은 늘 양날의 검이지만, 단언컨대 '맨 끝줄 소년'은 원작이 가진 장르적 무기를 가장 매력적이고 영리하게 시각화한, 손에 꼽을 만한 리메이크의 정수를 보여준다.


'맨 끝줄 소년'의 스토리가 지닌 힘은 지독할 정도로 직관적이며 매혹적이다. 작품은 기본적으로 '남의 삶을 엿보는' 관음적인 요소를 서사의 동력으로 삼는다.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그러나 차마 밖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은밀한 훔쳐보기의 욕구를 이야기를 통해 서서히 일깨운다. 이강이 써 내려가는 소설 속 타인의 비밀을 허문오와 함께 읽어 내려가는 동안, 시청자 역시 어느새 그 관음의 공범이 된다. 작품은 직시하고 싶지 않았던 나 자신의 어두운 욕망을 억지로 꺼내 보게 만들며 고도의 심리적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스크리너를 통해 공개된 초반 2회 분량만으로도 화면을 향해 "그만 훔쳐봐!", "왜 나쁜 짓을 하게 유도하는 거야"라고 외치게 만들 만큼 다음 회차에 대한 궁금증과 몰입감이 압도적이다.


김규태 감독은 '이야기 속 이야기'가 겹쳐지는 액자식 구성의 경계를 느슨하고 모호하게 연출함으로써 시청자가 이 기묘한 훔쳐보기의 궤도에 자연스럽게 동승하도록 유도했다. 인물의 숨소리까지 담아내는 밀도 높은 촬영 구도와 색소폰, 클라리넷, 첼로 등 클래식 악기를 활용한 서정적이면서도 기괴한 OST는 웰메이드 프로덕션의 정점을 보여준다.


스토리가 깔아놓은 정교한 판 위에서 작두를 타는 것은 배우들의 몫이다. 그리고 두 주연 배우는 이 작품의 매력을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대한민국 국보급 배우 최민식의 연기는 왜 그가 대가인지를 단 몇 초 만에 증명한다. 카메라가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 그 짧은 찰나의 순간마다 양심의 가책과 부끄러움, 금기를 깨부쉈을 때 찾아오는 은밀한 쾌락, 그리고 죄책감을 뚫고 뾰족하게 솟아오르는 '욕망의 승리'가 세포 단위로 표현된다. 찰나에 교차하는 복합적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스크린에 그대로 고착시키는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이게 바로 연기지"라는 감탄이 터져 나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 거장의 독보적인 연기 스펙트럼을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 뿌듯함을 안긴다.



이에 맞서는 라이징 스타 최현욱의 성장 역시 무섭다. 전작 '약한영웅' 등을 통해 탄탄히 쌓아 올린 좋은 이미지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그 위에 한 층 더 견고하고 깊은 연기 벽을 세웠다. 최현욱은 속을 쉽게 알 수 없고 의뭉스러우며 지독하려치면 영악하지만, 겉보기에는 한없이 순수하고 아무런 악의가 없어 보이는 '악마 같은 아이' 이강을 소름 돋게 소화해 냈다. 의도를 드러내기보다 여백을 남기려 했다는 그의 말처럼, 말로 설명되지 않는 눈빛과 표정은 노련한 최민식의 아우라 앞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팽팽한 균형추를 이룬다.


여기에 허준호김윤진진경, 문정희 등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베테랑 조연진의 입체적인 서사까지 더해져 작품의 밀도는 한층 더 단단해졌다.


한번 펼치면 절대 멈출 수 없는 욕망의 텍스트, 그리고 그 글귀를 따라 파멸과 쾌락으로 걸어 들어가는 두 천재의 강렬한 연기 앙상블을 그린 '맨 끝줄 소년'은 바로 오늘, 오직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에 공개된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08/0000312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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