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상호 감독과 다섯 배우들의 축제적 순간
‘콜로니!’ 한국 영화 <군체>가 제79회 칸영화제에 도착한 날, 우리 모두는 같은 공기 속에 있었다. 연상호 감독과 다섯 배우들의 축제적 순간, 그리고 대본 없이 펼쳐진 그 뒷이야기를 <더블유>가 기록했다.
도시 자체가 하나의 큰 극장 같은 칸에서, 관심과 예쁨을 받는 한국 영화를 보았다
영화 <군체>는 2026년 국내 개봉작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5월 21일 개봉 후, 나흘 만에 100만 관객을 끌었다. <더블유> Vol.7을 마감 중인 6월 13일 현재는 누적 관객수 50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 영화의 성적표가 기대와 다를 때는 왠지 모르게 과묵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반대 경우라면 마음 편히 숫자를 짚게 된다. 1년 전 칸영화제에서, 세일즈를 위해 개봉 예정작을 영문으로 간략히 소개해놓은 한국 투자배급사들의 리플릿을 봤다. <군체(Colony)>는 쇼박스의 라인업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비중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영화는 제79회 칸영화제에서 공개되기 전 이미 124개국에 선판매를 마친 상태였다. 그 순조로운 출발에는 <부산행>으로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연상호’라는 이름과 그가 만드는 좀비물이라는 점이 유효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감염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집단 지성처럼 움직이고, 기괴함이 진화하는 그 봉쇄된 건물에서 탈출하려는 인간들의 이야기. 2시간 동안 빠른 호흡으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영화와 함께, 지난 5월, 연상호 감독과 <군체>의 배우들이 칸을 찾았다.
팀 <군체>와 팀 <더블유>는 서로 다른 비행기로 같은 날 밤 프랑스 니스에 도착했다. 우리는 비슷한 시간대에 유럽 도시를 경유했는데, 약간의 소란을 겪은 쪽은 팀 <군체>다.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여러 배우와 스태프들이 탄 비행기가 경유지인 프랑크푸르트 대신 빈에 임시 착륙해버렸으니. 비행기도 맞서게 만든 그 비바람이 몇 시간 떨어진 거리의 칸에도 영향을 끼친 걸까? 이튿날 칸에는 놀랄 정도로 매운바람이 불었다. 해는 더없이 화창하고, 지중해는 분명 투명한 푸른빛인데, 자꾸 10년 만난 애인에게 버림받은 것 같은 몰골이 돼버렸다. 내 머리카락에 내 뺨을 맞는 기분은 이상하다. 한 입 먹은 크루아상이 바람에 날아갈 줄 알았다면 좀 더 꽉 붙들고 있었을 텐데.
다행인 건 여정에 변동이 생길까 걱정되었던 팀 <군체>가 그래도 비교적 무사히 칸에 도착했다는 점이다. 니스 공항에서 차로 40분 정도 달리면 칸영화제의 베이스캠프인 컨벤션센터, 팔레 드 페스티벌에 도착한다. 배우들은 거기서 가까운 호텔에 짐을 풀었다. 팀의 공식적인 첫 일정을 시작하기 전, 구교환은 <더블유> 디지털 커버 촬영을 진행했다. 지중해의 칸만을 따라 완만한 호를 이루는 해변을 거닐며 구교환을 담았다. 그는 꽤 쌀쌀한 날씨를, 그때까지 남아 있는 듯한 ‘황동만’의 기세로 돌파했다. <군체>에서 구교환은 제2의 인지 혁명을 꿈꾸며 감염 사태를 일으키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다. “구교환의 등장과 함께 한국의 연기 패러다임이 바뀌어버렸다고 생각해요. 구교환 배우는 비범하면서 소시민적이고, 스타 기질과 바로 옆집 친구 같은 친근함을 동시에 품고 있죠. 철저하게 계산된 연기를 즉흥성으로 변화시켜 관객에게 전달하는 천부적 재능의 연기자입니다. 순간적으로 뿜어내는 감정의 진정성은 구교환의 또 다른 무기죠.” 연상호 감독이 설명한 구교환이다. 구교환은 연상호를 두고 ‘감독을 떠나, 좋아하는 형을 보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 둘의 만담을 지켜보면 볼 만할 것이다. 이야기꾼인 연상호와 자기만의 개그 스타일이 있는 구교환을 연결해주는 건 유머의 DNA가 아닐까?
5월 16일 자정을 앞둔 시각, 팔레 드 페스티벌의 레드카펫에 팀 <군체>가 떴다.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박찬욱 심사위원장도 나와주었다.
<군체>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받았다. 칸영화제가 공식 초청작을 안배하는 여러 섹션 중에서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장르물 보호구역’ 인상이 강하다(최근 들어서는 기준이 좀 바뀌는 흐름이지만). 한국이 이 구역과 인연이 깊다는 건 한국 영화가 액션, 스릴러, 호러 등 장르물에 탁월하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지금껏 나홍진의 <추격자>, 변성현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정병길의 <악녀>, 윤종빈의 <공작>, 류승완의 <베테랑 2> 등등이 부름을 받았다. 10년 전 연상호의 <부산행>도 이곳을 거쳤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정말 자정에 프리미어 상영을 한다. 축제 중에서도 밤 시간에 조성되는 더 자유로운 분위기, 장르 영화의 에너지가 맞물려 칸 영화제의 ‘힙’을 담당한달까.
5월 16일로 넘어가는 늦은 밤, 팔레 드 페스티벌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군체>가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다. <더블유>는 하루 앞서 해변의 햇살 아래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과 짬을 내어 1차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현지에서 디지털 선공개한 이 사진들은 더블유 인스타그램과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 날 모두가 레드카펫으로 출발하기 전에는 호텔에서 만나 2차 화보 촬영을 했다. 칸에서 가장 결정적 순간일 레드카펫 세리머니를 앞둔 타이밍에, 괜찮을까? 조금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먼저 연상호 감독의 객실을 찾았다. “저는 레드카펫보다 지금 <더블유> 화보 촬영하는 게 더 떨립니다.” 이 구역의 경험자, 연상호는 2012년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으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은 바 있다.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의 일이다. 이후 <부산행>과 <반도>가 있었다. <반 도> 때는 팬데믹 초반이라 결국 오프라인 영화제 개최가 취소되었다.
칸영화제가 지나간 후, 구교환이 보내온 말. “칸에서 틈이 날 때 동네 구석구석을 관람하고 플리마켓에서 마음에 드는 스카프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 못 샀는데, 서울로 돌아와서 후회하고 있어요. 스카프를 다시 찾기 위해서라도 칸에 다시 가야겠습니다.”
연상호 감독과 지창욱. 연상호는 레드카펫보다 이 화보 촬영이 더 긴장된다고 했지만, 적응 과정이 지나자 연출자답게 상황을 만들어내며 촬영을 즐겼다.
새벽 3시가 다 되어 <군체> 상영이 끝나고, 기립박수의 시간. 무려 2,300석 규모의 뤼미에르 대극장에 모인 모든 관객이 이 순간 연상호 감독과 배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칸에서 느꼈던 설렘과 감사함은 배우 생활을 이어가는 데 큰 힘이 될 거예요.” – 전지현
서울에서 칸을 돌아본 전지현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이 자리에 내가 와 있구나’라는 감정이다. “배우로서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게 만드는 순간이 많았어요. 무엇보다 영화가 그렇게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만드는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했어요.”
이날 전지현은 화이트 의상으로 여신다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연상호와 제작사가 <군체>를 준비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이름. 전지현을 연상호는 ‘이름 자체가 장르가 되어버린 레전드’로 본다. “누구나 다 인정하는 독보적인 존재감의 슈퍼스타잖아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고요. 게다가 현장에서 주연으로서 분위기를 리드했어요. 촬영장을 즐거운 일터로 만드는 쾌활한 성격입니다. 이 점들이 아마도 한국의 모든 감독이 그녀와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일 거예요.” <군체>에서 전지현은 진화하는 감염자들의 특성을 파악해 생존자들을 이끄는 생명공학자로 나온다. 동시에 그 인물은 전문 지식으로 관객까지 이끈다. 초연결사회에서 지워지기 쉬운 개별성과 휴머니즘을 대표하는 캐릭터. 신체에 감정적 깊이까지 담아낼 줄 아는 전지현과 액션물은 궁합이 잘 맞는다. 전지현이 <군체>를 택한 건 우선 재밌는 스토리 때문이지만, 아주 오랜만에 영화 출연을 결심한 데는 연상호라는 이름이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연상호가 현장에서 전지현의 유쾌한 면을 확인한 것처럼, 전지현도 연상호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있다. 작품마다 곳곳에 특유의 다크함이 있는 이 감독은 ‘사랑 듬뿍 받고 자란 둘째 아드님’이라는 점.
이번에 칸을 찾은 줄리앤 무어에게서 재밌는 말을 들었다. 줄리앤 무어도 과거에는 ‘칸영화제에는 어떻게 가는 거지? 내가 초청받는 건 불가능할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 일화를 전지현에게 전했다. “공감 가는 이야기네요.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무대지만, 막상 그곳에 서게 될 거라고 쉽게 상상하진 못하잖아요. 그래서 칸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영화제를 경험했다는 의미를 넘어, 배우로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만드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다양한 나라의 영화인들, 관객들을 통해 작품에 대한 반응을 직접 느끼는 것, 그들의 눈을 마주하는 모든 순간이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무엇보다도 ‘영화가 사람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구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어요. 화려한 장면보다도 그곳의 공기, 사람들의 열정, 그리고 영화를 향한 진심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도 칸에서 느꼈던 설렘과 감사함은 배우 생활을 이어가는 데 큰 힘이 될 거예요.”
연상호 감독은 외부에서 인터뷰와 미팅을 이어가느라 숙소에 여유롭게 머물 시간이 없었다. 레드카펫 세리머니 전 잠시 숨을 고르던 그가 방문을 열어주었다.
레드카펫 세리머니를 코앞에 둔 시점까지, 그 누구보다 여유로워 보였던 지창욱.
드레스업한 사람들로 왁자지껄한 호텔 로비에서는 지창욱이 조각상처럼 섰다. 그 촬영 풍경을 유심히 보던 연상호는 “무도회 느낌인데?”라고 중얼거리더니, 구교환과 손을 맞잡고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자기 촬영을 마친 후 긴장이 풀린 것으로 보인 연상호 감독은 김신록의 촬영 순간에도 함께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는 사실 지창욱이 <군체> 캐스팅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스타라는 이름에 매몰되지 않는, 지독한 성실함으로 무장한 배우예요.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숨겨진 상황을 어떻게든 캐치해서 그것을 표현해내죠. 그런 것이 지창욱 배우가 등장하는 신들의 공기를 만들고요. 지독한 치열함과 여유로운 나른함을 동시에 품고 연기하는데, 그런 그를 보고 있노라면 무협의 고수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군체>에서 우애 깊은 남매로 등장하는 지창욱과 김신록. 재난 상황에서 건장한 동생은 하반신마비인 누나를 업고 다닌다. CGI보다 현대무용수들의 신체 연기로 <군체>식 좀비가 완성된 가운데, 감염자들 틈에서 두 캐릭터가 말 그대로 ‘한 몸’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연출되는 인상적인 장면도 있다. 어깨에 진 것이 많은 감독에게 김신록의 존재는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신뢰감’이 되어준 듯하다. “영화를 촬영할 때면 자주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때 등장하는 것이 김신록이라는 항해사예요. 제가 막막함과 막연함에 빠졌을 때 그 누구도 반박 못할 확실한 근거로, 가야 할 방향을 연기로 만들어내는 배우. 아마도 수없이 많은 사유를 통해 결국 확신이라는 것을 갖게 된 배우라서 그럴 거예요.”
<군체>는 미술도 아주 뛰어나지만, 개인적으로는 음악도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음악이 너무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영화의 긴장감, 장면의 정서적이고 감각적인 포인트들을 잘 살려준다고 느꼈어요.” – 김신록
레드카펫 현장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 김신록이 연상호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을 때, 그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모든 것은 다 우연입니다. 별다른 의미 부여하지 마세요…” 그리고 잠깐의 침묵. 침묵과 대조적인 차 밖 인파의 열기, 나비 넥타이를 맨 그의 낯선 모습, 새롭게 다가온 연상호. 김신록은 그 순간이 좋았다. 이런 저런 아우라에 속지 않고 휘둘리지 않으려는 자의 단단함과 오롯한 힘을 그에게서 느꼈다.
김신록은 자신과 지창욱이 연기한 남매에 대해 이런 생각을 했다. <군체>라는 영화가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면, 이 남매는 ‘가족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인물들이라고. <군체>의 남매에게서는 절절한 우애를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소위 ‘신파’에 빠지지 않으면서 가족의 간곡함을 전달하는 일에 성공한다. 이에 대한 김신록의 생각을 더 듣고 싶었다. “좀비로 변한 현희가 현석을 칼로 찌르는 순간을 준비하면서 ‘현희가 좀비가 되어서도 현석을 알아볼까?’ 고민했고, 이 지점이 선명하게 제시되기보다 질문으로 남기를 바랐습니다. 감독님의 전작인 <부산행>에서 공유 배우님이 좀비로 변하는 순간에도 딸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장면이나,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 구교환 배우님의 누나가 외계인에게 뇌를 점령당한 후에도 동생을 기억하고 공격하지 않는 선택과는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죠. 그 마지막 장면을 위해서라도 그 이전까지 남매의 관계가 꽤 돈독해야 했어요. 구구절절 전사를 전시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가족 간의 애정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현희가 현석의 등에 업혀서 이동하는 비주얼과 시간성이 남매 사이의 애정과 책임감 등을 직관적으로 잘 드러내줬어요. 통제실에서 통화하는 장면은 대본상 이미 큰 신파 없이 설계되어 있었고, 제가 연기할 때도, 위기의 순간이지만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일종의 K-남매의 특성이 잘 드러났으면 했습니다. 이런 선택들 때문에 신파라는 느낌이 덜 들었을 수 있어요. 그럼에도 현희와 현석의 비극적인 장면들이 영화에 감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면, 그건 음악의 힘이 큰 것 같아요. <군체>는 미술도 아주 뛰어나지만, 개인적으로는 음악도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음악이 너무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영화의 긴장감, 장면의 정서적이고 감각적인 포인트들을 잘 살려준다고 느꼈어요.”
신현빈은 칼바람이 부는데도 눈부시게 화창한 칸의 날씨, 고단한 일정 속에서도 함께 웃고 떠들던 얼굴들, 그 큰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따스한 눈빛을 기억한다.
<군체>에서 신현빈은 재난 상황으로 봉쇄된 건물 외부에 있는 자다. 그녀는 이번 연기의 가장 큰 숙제를 ‘개인이 처한 상황과 전문가적인 태도 사이의 균형을 잡고, 그걸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있었다고 들려주었다. 연상호는 최근 신현빈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신현빈을 두고 ‘살면서 본, 가장 좋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운 적이 있다. 자신의 딸도 신현빈처럼 훌륭한 어른으로 컸으면 좋겠다고. 어떤 인물이면 예민한 작업 현장을 공유한 연출자에게서 그런 극찬을 들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도전적인 성향을 지닌 배우예요. 그런데 그 도전에 임할 때 늘 편안해 보여요. 마치 도전 자체가 일상인 것처럼, 안정적인 상태로 흔들리지 않는 연기력을 뿜어냅니다. 주변의 모든 배우들, 스태프들과 조화를 이루는 넓은 시야와 심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 점이 이 배우의 연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자정을 앞둔 시각, 팔레 드 페스티벌 앞에는 포토라인의 사진가들과 <군체> 배우들을 환영하는 이들이 엉켜 있었다. 지창욱 이름이 쓰인 피켓이 군데군데 보였다. 금발 머리의 한 여성은 곱게 한복을 입은 상태였다. 셀럽들이 팔레 드 페스티벌로 걸어들어가기 전에 모든 관객은 레드카펫 길을 따라 극장으로 먼저 입장을 마쳐야 한다. 연상호 감독과 배우들이 카메라 플래시 사이에서 레드카펫을 여유롭게 즐기는 현장은 뤼미에르 대극장 안에서 스크린으로 접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장인 박찬욱 감독도 늦은 시간에 <군체>를 응원하러 나와주었다. 그가 ‘아버지’의 모습처럼 뒷짐을 지고 뿌듯한 얼굴로 팀 <군체>를 바라보는 장면을, 나는 화면 너머로 바라보았다. 프리미어 상영 시 극장 안의 불이 꺼지면, 영화 애호가로서 칸영화제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순간을 경험한다. 칸영화제의 상징인 황금 야자수, 팜 도르 심벌과 투자배급사, 제작사 등의 로고 시퀀스가 흐를 때부터 영화가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객석에는 박수 소리와 환호가 흐른다.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그 분위기가 상영 후 긴 시간의 기립박수로 이어진다.
“앞으로 영화를 하는 데 굉장히 오래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기립박수를 받은 연상호 감독이 마이크를 쥐고 말했다. 무려 2,300석 규모의 대극장. 그곳의 1, 2층에 자리한 모든 이들이 팀 <군체>가 일렬로 앉았던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같이 박수를 받았던 <군체> 제작사, 와우포인트의 양유민 대표는 말했다.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 편수가 줄기도 했고, 여전히 큰 사이즈 영화 제작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어렵다기보다 변화의 시기라는 생각을 해요. 결국은 지형이 바뀌고 있는 거죠. 환경이 바뀌고, 플랫폼이 바뀌고, 그렇다면 바뀐 지형 안에서 어떤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계속 노력해가는 중이에요.” 한여름이 되면 <군체>는 북미 개봉한다. <부산행>도 그 시기에 북미에서 재개봉할 예정이다. 국제 영화제 초청이 우리 영화의 활로를 무조건 터주는 것은 아닐 테지만, 적어도 칸영화제는 ‘칸 필름 페스티벌’이라는 그 이름처럼 축제의 장이다. 구교환의 표현대로 도시 자체가 하나의 극장 같은 칸에서, 관심과 예쁨을 받는 한국 영화를 보았다. 그 사랑과 에너지가 한국 영화계로 이어지는 장면을 그려본다.
https://www.wkorea.com/2026/06/19/연상호-감독과-다섯-배우들의-축제적-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