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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호감인데, 금세 질리는 ‘남편들’ [한현정의 직구리뷰]

무명의 더쿠 | 07:19 | 조회 수 879
전남편과 현남편이 함께 아내를 구하러 간다? 설정만 들으면 솔깃하다. 게다가 진선규와 공명 주연에 윤경호, 김지석, 강한나, 이다희까지. 여기에 ‘달마야 놀자’, ‘박수건달’을 쓰고 ‘육사오(6/45)’를 성공시킨 박규태 감독의 코미디가 더해졌다. 재료만 보면 실패하기 어려운 구성이다.

그런데 처음에 지었던 미소는 오래가지 못한다. 같은 카드만 반복해서 긁다 보니 웃음은 한도 초과, 재미는 잔액 부족이다.

넷플릭스 영화 ‘남편들’은 범죄 조직에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전남편 충식(진선규)과 현남편 민석(공명)이 손을 잡으면서 벌어지는 코미디 액션물이다.

초반은 기대를 충족한다. 충식은 마동석이나 황정민 계열의 슈퍼 형사라기보다 인간미 넘치고 끈질긴 생활형 에이스다. 진선규 특유의 친근함과 생활감이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전처와 딸을 지키려는 전남편, 얼떨결에 사건에 휘말린 현남편이 서로를 경계하고 견제하는 과정도 제법 유쾌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영화는 빠르게 사건을 굴린다. 납치가 벌어지고, 전남편과 현남편이 손을 잡고, 신세대 조직과 구세대 조직까지 얽힌다. 얼핏 보면 쉴 새 없이 일이 터지는 것 같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비슷한 상황과 비슷한 웃음이 반복된다.

구하는 과정은 길어졌는데 알맹이는 늘지 않았다. 아니 무기가 빈곤하다. 인질은 늘고 사건은 꼬이는데 긴장감은 제자리다. 위기가 찾아와도 절박함이 없고, 반전이 등장해도 놀라움은 크지 않다. 영화는 계속 판을 키우지만 정작 재미는 커지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의 단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캐릭터들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신세대 두목은 끝까지 허세와 능청을 반복하고, 구세대 두목은 옛날 깡패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전남편과 현남편 역시 초반에 구축된 관계 이상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평면적인 캐릭터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팝콘 무비에서는 속도감이 단점을 덮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남편들’은 반대다. 이야기는 길어지는데 새로 추가되는 건 많지 않다. 그래서 원래는 스쳐 지나갈 단점들이 점점 더 크게 보인다.


코미디도 마찬가지다. 액션에 웃음을 얹기보다 코미디에 액션을 섞었는데 웃음의 방식이 지나치게 단조롭다. 전남편과 현남편의 티키타카, 어설픈 오해와 말장난, 허당 범죄자들의 소동, 뜬금포 공조 등이 반복된다.


처음엔 웃고 있었다. 하지만 금세 익숙해지고, 언제부턴가 시간을 보고 있었다.

유치함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잘 만든 코미디는 유치함마저 무기가 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를 돌파할 또 다른 카드나 센스 있는 변수가 부족하다. 웃음의 강도도, 긴장감도, 사건의 밀도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비슷한 리듬을 끝까지 반복한다.그럼에도 영화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건 배우들 덕분이다. 진선규는 특유의 생활 밀착형 코미디를 안정적으로 소화하고, 공명 역시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춘다. 윤경호, 김지석, 강한나, 이다희 역시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호감 배우들의 시너지가 최대 강점이다.

결국 신선한 아이디어도, 믿고 보는 배우들도, 육해공 액션도 끝내 결정타가 되지 못한다. 코미디도 범죄극도 어정쩡하다. 정작 터지는 한 방이 없다.

아예 맛없는 음식은 아니다. 다만 같은 양념을 너무 오래 우려냈다. 한 입은 괜찮고 두 입도 괜찮다. 그런데 마지막 한 입까지 맛이 똑같다. 배가 차기도 전에 혀가 먼저 질린다. 안타깝게도 굳이 끝까지 다 먹을 맛은 아니다. 추신. ‘참교육’ 10편 완주만큼 길었던 ‘남편들’ 한 편.


https://naver.me/G9UiwJ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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