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심과 세계가 잔치국수를 앞에 두고 마주앉아 있다.
단심은 괜히 어색해 한다.
"저기, 이는 다 나은 거냐?"
"나았지, 그럼, 뭐, 사랑니 뭐, 그까이 거 별거라고."
"그래도 피를 그리 흘렸는데 한약이라도 한 제 지어먹지 그러냐? 먹어서 나쁠 게 없는 게 한약인데."
"아이, 나는 뭐 그런 거에 의지하고 그런 타입이 아니라서.
것보다. 밥 먹자니까 뭐냐, 이게? 길바닥서 정신 없네."
"벅적하니 좋기만 하구만, 뭐."
"누가 알아보면 어떡하려고? 아니, 가만 보면은 넌 연예인이란 자각이 없어도 너무 없어.
그리고 좀 일찍일찍 좀 다니지? 길도 어두운데."
"내가 뭐, 애냐? 단속은."
"그럼 단속해야지, 썸도 타는 사이에. 이 정도 독점권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치, 썸이 뭐 별거라고. 간 보는 사이에 바라는 것만 많아서."
세계가 툴툴대는 단심의 기색을 살핀다.
단심은 세계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잔치국수를 먹는다.
"거, 할아버지는 내가 전담마크 할 테니까 괜한 걱정 말고.
또 그, 정략... 그것도 뭐, 내가 조만간에 다 싹 정리할 테니까 신경 끄고."
"벌써 정리하려고? 왜, 더 해먹지 않고."
"응?"
"기왕 시작한 거 더 뽑아먹지 그러냐. 신문에서도 너한테 좋은 일이라 떠들어 대던데.
하는 김에 제대로 판 벌이지 그래. 괜히 내 눈치 보지 말고."
"내가 언제 눈치를 봤다 그래? 나 일평생 뭐, 그, 누구 눈치 보고 그런 성격 아니다."
"할아버지 눈치는 겁나게 보더구만. 허세는."
"그거는... 그, 너 잘 보이려고."
"뭐?"
"그, 할아버지한테 너 잘 보이려고 그런 거지."
찡한 기색의 단심이 툴툴댄 게 미안한 듯 고개를 떨군다.
"할아버지는 호박씨 되게 좋아하더구먼. 하긴, 뒷배가 꽤 든든해 보이긴 했지."
"호박씨? 그새 별명도 붙였어?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 근데 걱정하지 마.
뭐, 뒷배? 그딴 거 난 필요 없어. 내가 워낙에 좀 잘났잖아. 지금도 봐, 혼자 잘나가잖아."
"넌 '낭중지추'란 말도 모르냐? 자고로 모난 돌이 정 맞는 법이고, 혼자 잘나면 혼자 고고하게 말라 죽는 거다. 그런 걸 내가 한두 번 본 줄 아나."
세계는 의아해 한다.
단심이 내렸던 시선을 들어 세계를 가만히 바라본다.
세계의 모습이 반가면을 쓴 현과 겹쳐진다.
세계는 영문을 몰라하며 시선을 마주하고, 단심은 뒤늦게 눈길을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