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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와일드 씽' 손재곤 감독 인터뷰

무명의 더쿠 | 17:16 | 조회 수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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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곤 감독은 말하자면 얼굴에 코미디가 없는 사람이다. 수줍게 사진 촬영을 마친 뒤 한석규 배우와 헷갈릴 만큼 부드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떼는 모습을 보면 멜로드라마의 장인 같다. 그런데 말을 듣다 보니, 묘하게 웃긴다. 슬그머니 치고 들어오는 유머로 무장한 영화를 평생 만들어온 사람답다. <해치지않아> 이후 6년 만의 신작인 <와일드 씽>은 손재곤식 코미디의 약간의 파격이다. 1990년대 짧은 전성기를 누리고 해체된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의 멤버 현우(강동원), 상구(엄태구), 도미(박지현)는 20년 만에 찾아온 무대의 기회를 붙잡으려 한다. 재기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웃음은 이전보다 직접적이고 과감하다. 겉보기엔 평온한 손재곤 감독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직접 물었다.



- 코미디에 미스터리, 로맨스 장르가 섞였던 전작들과 달리 <와일드 씽>은 정통 코미디다. 관객들을 제대로 웃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출 제안에 응했나.
= 이젠 유머 감각이 다 사라져서 그런가. 복합적인 코미디 드라마보다는 오락적인 재미가 강하고, 극장에서 봤을 때 활력이 느껴지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김채우 작가의 시나리오가 충족시켜줬다. 이후 함께 논의하면서 코미디 아이디어를 낼 때 젊은 시절 감각을 되살리려 애썼는데, 기분이 꽤 좋았다.



- 1990년대에 대한 향수 역시 시나리오에 흥미를 느낀 이유 중 하나였을까.
= 10대 때 소방차 노래를 열심히 듣던 윗세대라 90년대 유행곡들과는 거리가 좀 있다. 내게 흥미로웠던 건 최근 십몇년간 옛날 노래들이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도 익숙한 음악이 됐다는 점이었다. 사실 첫 시나리오는 2000년이 배경이었다. 제작진 사이에서 2000년과 현재는 체감상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아 90년대로 옮겼다.



-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룹이 다시 뭉치는 이야기인 만큼 연습 과정이 중심일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최종 목적지인 강원도 공연장에 도착하기까지, 길 위에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수난에 집중한다.
= 요즘 들어 내 코미디엔 액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실내 위주가 내게 익숙하고 잘 맞긴 하나 매번 비슷한 선택을 하는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이 있었다. 이런 갈증을 해소하기에 로드무비가 제격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쉽지 않았지만 도전할 만했다. 더 까다로웠던 건 과거와 현재의 비중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였다. 가수 시절에서 한번, 20년 뒤 중년에서 한번, 이렇게 이야기가 두번 시작하는데 처음 해보는 구성이라 애를 좀 먹었다. 예를 들어 과거 파트를 30~40분 동안 보여주며 관객을 충분히 몰입시킨 뒤, 현재 시점에 들어섰을 때 다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 최종적으로 과거 분량을 좀 줄이고 편집을 타이트하게 했다.



- 현우는 <달콤, 살벌한 연인>의 대우나 <이층의 악당>의 창인처럼 적당히 능글맞고 이기적인데, 꿈을 좇는 역할이라 순수하다. 강동원 배우의 청춘만화적인 면이 더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 현우는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닌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주는 걸 목표로 하는 영화에서 길잡이 역할이다. 끝에 끝을 추구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있는 강동원 배우가 현우를 맡으면서 정체성이 더 선명해졌다.



- 재기의 희망을 말하는 영화라고 했을 때, 사기 등 여러 실패를 겪은 상구는 꼭 성공해야만 하는 인물처럼 보였다.
= 상구의 설정은 엄태구 배우 캐스팅과 연관이 크다. 엄태구씨가 랩하는 그림 자체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꼭 함께하고 싶었다. 배우도 출연 의사는 있었으나 웃기는 데 집중한 캐릭터를 맡는 것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래서 다른 캐릭터들에서 덜어낸 사연을 상구만큼은 남겨뒀다. 상구의 실패 이력은 전개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서 살릴 수밖에 없었고.



- 도미는 너무나도 손재곤 영화의 여자주인공이다. <달콤, 살벌한 연인>의 미나, <이층의 악당>의 연주, <해치지않아>의 소원 못지않게 히스테릭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다.
= 히스테릭한가? 한국인의 대표적인 병이 하나 있지 않나. 홧병이라고. (웃음) 다들 억누르고 살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도미는 어떤 상황에서도 타격감이 없는 캐릭터로 설계했다. 그 점이 현우, 상구와 구분되는 도미만의 개성이라고 생각했다. 박지현 배우는 20년 전후의 시간을 모두 소화할 배우를 찾던 중 가장 눈에 띄는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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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가수 최성곤(오정세)의 ‘니가 좋아’ 재기 무대는 시사회에서 웃다가 사레들린 관객이 있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 다른 장면도 그렇지만 특히 그 신은 오정세 배우의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갔다. 오정세씨는 장면을 깊이 고민해서 대표적인 한 가지를 준비해오는 배우인데, 그게 늘 탁월하다. 너무 새로울 땐 안되겠다고 말한 적도 있는데, 당황한 표정을 보면 마음이 약해져서 일단 해보자는 말이 나온다. (웃음) ‘니가 좋아’의 안무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정세씨다.



- 손재곤 유머의 핵심은 말에 있다. 모두가 상대가 들어주길 바라며 말을 쏟아내지만 결국 아무도 듣지 않아 혼잣말하는 꼴에서 웃음이 발생한다. <와일드 씽>에서는 주요 인물들이 함께 탄 차 안에서 그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계속 잘못 말하는 게 포인트다. 나태풍(강기영)을 계속 장풍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 장풍은 강동원 배우의 아이디어였다. 각자의 갈등이 말을 통해 충돌하고, 거기서 코미디가 발생하는 과정을 내가 좋아하는 것 같다. <와일드 씽>에는 랩이 있으니까 말싸움이 오가는 와중에 랩을 끼워넣어 엇박자의 리듬을 만드는 재미가 컸다.



- 손재곤 영화에는 늘 애잔함이 깔려 있다. 주인공들은 어딘가 지쳐 있고 외로운 보통내기다. 이유를 생각해본 적 있나.
= 이렇게 개봉 인터뷰할 때 가끔? 그런데 영화를 5~6년에 한편씩 만드니까 자주 하진 않는다. (웃음) 다만 결핍에서 드라마를 시작하는 게 내 작가적 습관이고 자주 마주친 이들은 주변의 보통 사람들이니까. 사실 기업가나 부와 권력을 가진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적이 있다. 다만 영화로 만들지 못했을 뿐이다.



- 코미디 외길 인생을 걸어온 감독은 요즘 무엇에 재미를 느끼나.
= 내 유튜브 알고리즘을 점령한 앵무새 영상? 그렇다고 대단히 빠진 건 아니다. 원체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고… 그런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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