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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도 사랑하게끔…'군체' 구교환, 지금 업계가 그를 찾는 이유 [인터뷰]

무명의 더쿠 | 06-04 | 조회 수 190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칭찬을 해도 해도 모자르다. 매력이 화수분처럼 끝도 없이 넘쳐난다. 업계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미지, 연기력, 애티튜드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구교환이지 않나. 배우로서의 자세와 철학까지 엿볼 수 있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인터뷰였다.

연상호 감독의 새 영화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이야기다. 지난달 21일 개봉 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구교환은 극 중 바이오 기업에 근무했던 천재 생물학자이자 빌딩 안 감염 사태를 일으킨 '빌런' 서영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극장가의 엄청난 감염 속도는 그를 웃게 만들었다. "나한테도 이런 일이. 한국 관객 분들께서 극장을 찾아주신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고 힘이 난다. 극장에 걸리는 게 영화의 완성이지 않나. 스크린에서 내려가도 OTT, IPTV 등에서 계속 업데이트될 것이다. 관객분들의 감상을 들으면서 이렇게도 해석해주시는구나 싶다. 여러 버전의 군체를 보고 있는 기분"이란 소감으로 시작했다.


빌딩을 집어삼킨 열연에 '부산행' 악역 김의성과의 비교까지 나왔다. 그는 "요즘 '서영철 패고 싶다'는 이야기가 많다. 다만 의성 선배님에게 제가 감히 비견될 수 있을까 싶다. 지금도 선배님의 연기에 감탄하고 존경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군체' 속 감염자들 특유의 몸짓이 '밈'(Meme)이 된 현상도 짚었다. "그 동작을 따라 하는 건 건강한 현상이다. 림프에 되게 좋다. 하루에 2분 정도 시간을 내서 해주시면 부기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해 폭소를 안겼다.




반도' '기생수: 더 그레이'에 이어 '군체'까지, 벌써 연상호 감독과 세 작품을 함께했다. '한국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배우'란 연 감독의 극찬엔 "가끔 그런 발언을 하실 때가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패러다임을 바꾸겠단 생각으로 연기에 접근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 순간을 즐기자는 마음이다. 모든 연기는 쌍방향이라 생각한다. 제가 오히려 '감독님께서 한국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계신다'고 말씀드리겠다. 자신의 유니버스를 조금씩 확장하고 계시지 않나. 다음 작품에 대해 이야길 나눌 땐 또 굉장히 작가주의적이시다. 어떻게 그렇게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바뀌시는지 신기하다. 언제나 본인이 좋아하는 걸 시작하시는 게 뿌리였다. 영철이란 캐릭터도 감독님께서 영리하게 운영하셨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향한 깊은 신뢰도 엿보였다. "질문을 많이 하지 않는 관계라 좋다. 연기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다. 항상 첫 테이크는 그냥 두고 보시고, 두 번째부터 디렉션을 하신다"며 "영철이 소리 내 우는 장면이 있지 않나. 전 울면서 끝냈는데 '낄낄거리면서 웃는 모습으로 끝나면 어떨까'라고 하셨다. 감독님 영화에 나오는 제 연기를 좋아하신다면 감독님의 덕이 8할은 될 것이다. 10년이 흘러도 제가 캐스팅보드에 있고, 같이 작품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내비쳤다.

배우면서 감독으로도 활동하는 구교환. 역으로 연 감독을 자신의 작품에 캐스팅하고 싶단 열망도 드러냈다. "제작사 대표님께 농담처럼 시놉시스를 건네기도 한다. 하나의 콘텐츠가 완성되기까진 많은 기적이 일어나야 하지 않나. 언젠가 한 번은 제 영화에 감독님을 출연시키고 싶다. 굉장한 연기력을 자랑하시지만, 티켓 파워가 있으실진 모르겠다(웃음). 연출자로서의 호흡도 기대 중이다. 항상 꿈은 꾸지만 누군가의 세계를 공유하는 것이라 조심스럽다."



어린 영철을 연기한 최우진 군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아역배우 우진 군은 구교환의 과거와 똑 닮은 외모로 'AI설'에 휩싸이기까지 했다. "우진 군과 빨리 듀오를 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작품에 플래시백으로 회상신이 들어가야 한다. 이 듀오를 '군체' 하나로 끝낼 순 없다. 지금 우진 군과 일부러 안 만나고 있다. 마주치면 죽을까 봐. 오래 살고 싶어 못 만났다. 그 친구만 괜찮다면 닮았다고 얘기하고 싶다"고 인정해 또 한 번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화제가 된 동료 전지현의 반응도 언급했다. 전지현은 '군체' 홍보 당시 구교환의 얼굴만 봐도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행복한 농담을 하려고 하는데 선배님께서 깊은 감동을 받으셨나 보다. 학교에 처음 입학하고 반이 배정되면 '누구와 친해져야 하나' 스캔을 한 번 하지 않나. '군체' 첫 모임 때 전지현이란 이름값을 떼고 공정하게 바라봤다. 왠지 저 사람이 나와 유머로서 '원 투 펀치'가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재밌는 현장 생활을 할 수 있겠다, 우리 둘이 모두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겠다 싶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연상호, 전지현, 구교환 셋 중에 제일 재밌는 건 저다. 사실 지현 선배가 제일 재밌다. 제겐 현장의 베스트 프렌드, 같은 반 친구, 응원단장 같은 느낌이다. 좋은 에너지를 계속 주신다. 취향이 닮아 적이 돼 연기할 때도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며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예상한 모습과 실제 모습이 똑같단 거다. 선배님께서 어떤 사람이실까 20년 동안 상상했다(웃음). 제 영화에 출연시키고 싶은 욕심도, 욕심이 아니라 확신이 있다. 실제로 시나리오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함께한 동료에게도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넬 줄 아는 구교환이었다. '만약에 우리'를 함께한 문가영의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수상에 제 일처럼 기뻐한 바, "제가 가영 씨의 첫 관객이었지 않나. 그 상을 누구보다 가영 씨가 타길 바랐고, 탈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함께한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가영 씨가 받으니 왠지 제가 받은 기분도 든다. 저도 이제 여우주연상이 있다"며 농담 섞인 진심으로 뭉클함을 자아냈다.

지난달 막을 내린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모자무싸'는 원작이 있는 작품을 실사화하는 기분이었다. 마블 코믹스를 연기하듯, 박해영 작가님의 유니버스에 캐스팅된 느낌이었다. 오늘의 감정 워치는 '벅참', 초록색이다. 황동만의 대사는 한 글자도 놓치기 싫었다. 밉지만 더 하이톤으로, 새로운 발성으로 내뱉었다. 연기 방식이 하나 더 추가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성장한 것 같다."

'모자무싸' 오정세와는 각각 '군체'와 '와일드 씽'으로 극장가에서 맞붙게 된 상황. 관련 질문엔 "개봉 첫 주에 '와일드 씽'을 보러 갈 생각이다. '니가 좋아' 뮤직비디오를 열두 번은 넘게 봤다. 두 작품 모두 극장에 사람을 많이 불러 모아 감상이 넘쳐흘렀으면 좋겠다"고 우애를 자랑했다.




구교환은 자타공인 '다작 배우'다. 2020년 '반도'로 상업영화에 진출한 뒤 '모가디슈' '길복순' '탈주' '만약에 우리', 드라마 'D.P.' '괴이' '기생수: 더 그레이' '모자무싸'까지, 그야말로 쉼없이 활동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차기작이 '폭설' '왕을 찾아서' '부활남' '너의 나라' '정원사들' 다섯 개에 달한다.

소처럼 일하는 모습은 팬들에게 기쁨을 주지만, 이미지 소비에 대한 우려를 낳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런 걱정보단 관객들과 얼마나 더 친해질까에 대해 생각한다.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는 오해를 혼자 하고 있다(웃음). 캐릭터들을 잘 소개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독립영화계 아이돌에서 모두가 찾는 배우로 발돋움한 구교환. 위상은 달라졌을지언정 연기를 대하는 태도는 그대로였다. "'꿈의 제인'을 연기할 때의 저와 영철을 연기할 때의 제가 똑같은 것 같다. 캐릭터에 다가가는 진심은 여전하다.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릴 때 정말 반갑고 신기하다. 그 어떤 리뷰보다 행복하다."

작품에 관한 단단한 심지도 돋보였다. "모든 콘텐츠는 살아있는 생명 같다. 그래서 지금의 스코어로 판단하는 건 어렵더라. 10년 전 만든 단편 영화를 최근에 잘 봤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흥미롭다. 콘텐츠엔 시제가 있는 게 아니란 걸 느낀다.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또한 작품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관객분들께 선물해드리는 것이다. 제 해석은 중요치 않다."

끝으로 그는 연 감독의 세 번째 '서 씨'를 만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반도' 서대위와 '군체' 서영철에 이어 또 하나의 서 씨를 찾아 나서겠다. 이번엔 선역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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