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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신세계 [퍼스널리티] 임지연이기에 설득력이 더해진 '멋진 신세계'

무명의 더쿠 | 11:14 | 조회 수 532
어느덧 중반의 이야기를 넘긴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극본 강현주, 연출 한태섭)는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이 씌어 악질이 된 무명 배우 신서리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 불리는 재벌 차세계(허남준)의 전쟁 같은 로맨스를 그린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다. 임지연이 연기하는 신서리는 조선 시대에 악녀로 불린 희빈 강단심(임지연)이 빙의된 인물이다.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사약을 받은 강단심은 3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현대의 신서리 몸으로 깨어난다. 임지연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강단심과 신서리를, 그리고 강단심에 빙의된 신서리를 소화한다.


설정만 놓고 보면 꽤 위험한 작품이다. 사극과 현대극, 판타지와 로맨틱 코미디를 한데 섞은 데다 조선 시대 인물이 현대 사회에 적응한다는 이야기는 자칫 과장되고 유치하게 보일 수 있다. 시청자가 강단심이라는 인물을 믿지 못하는 순간 드라마 전체의 설득력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결국 '멋진 신세계'의 성패는 강단심, 그리고 강단심이 빙의된 신서리를 얼마나 살아 숨 쉬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임지연의 가장 강한 이미지를 영리하게 활용한다는 점이다. 신서리는 첫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기세를 뿜어낸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어딘가 박연진을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하지만 '멋진 신세계'는 여기서 방향을 틀어버린다. 임지연은 박연진으로 각인된 강한 이미지를 지우지 않는다. 대신 그 힘을 코미디로 전환한다. 시청자는 익숙한 카리스마에 이끌려 작품을 보기 시작하지만, 어느새 사랑스럽고 엉뚱한 신서리를 보며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변화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결국 임지연의 연기다. 신서리의 몸에 빙의한 강단심이라는 설정을 작위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임지연은 말투와 발성, 호흡, 시선 처리, 몸의 움직임까지 세밀하게 조율하며 인물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과거와는 상전벽해인 현대의 모습에 "이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냐"라고 감탄하고, 톱스타의 꿈이 현모양처라는 말에 "강산이 이리 변했는데 부엌데기를 자처하겠다?"라며 호통치는 모습 등 과장된 설정과 현실적인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내는 능력은 임지연이 가진 분명한 경쟁력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강단심과 신서리,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임지연의 캐릭터 소화력이다. 말투와 목소리의 높낮이, 시선과 표정의 결이 달라질 때마다 인물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회차가 쌓일수록 시청자는 두 인물을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끼게 된다. 첫 회에서 사약을 마신 강단심이 신서리의 몸으로 눈을 뜨고 자신이 살아 있음을 깨닫는 장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죽음을 받아들였던 사람이 예상치 못한 세상에서 다시 삶을 마주하는 순간의 혼란과 안도, 억울함과 슬픔이 짧은 시간 안에 교차한다. 이 장면은 '멋진 신세계'가 웃음 뒤에 담긴 인물의 상처와 서사를 놓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다가왔다.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이상의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임을 회를 거듭할수록 증명한다.


임지연의 강점은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악역에서는 날카로운 긴장감을 만들고, 사극에서는 시대의 결을 살리며, 코미디에서는 과장과 현실의 균형을 맞춘다. 그러나 장르보다 중요한 건 캐릭터다. 임지연은 인물을 단순한 설정으로 소비하지 않고 그 안에 감정의 근거를 채워 넣는다. 강단심 역시 마찬가지다. 조선의 악녀라는 설정보다 억울하게 삶을 잃은 한 인간의 감정이 먼저 보이는 이유다. 악역의 전형을 새로 쓴 '더 글로리'의 박연진, 분노의 화신으로 섬뜩한 존재감을 남긴 '마당이 있는 집'의 추상은, 신분제의 굴레를 벗고 운명을 개척한 '옥씨부인전'의 구덕이와 옥태영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색으로 캐릭터를 재해석해온 임지연의 이번 선택은 웃음을 품은 로맨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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