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 감독은 “개봉 초기에 관객들이 많이 관심 가져 주셔서 다행스럽다. 손익분기점(300만명)만 넘어도 한시름 놓을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그는 “어제 초등학교 5학년인 딸과 함께 극장 4DX관에 가서 봤는데 딸도 재미있어 하더라”며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나오는데 극장이 엄청 시끌시끌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동안 침체해) 그리웠던 극장 분위기를 접해 좋았다”고 말했다.
‘군체’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속도감이었다. 처음 쓴 시나리오는 무려 168페이지에 달했는데 곁가지 내용을 덜어내고 100페이지로 대폭 줄였다. 촬영을 마친 뒤에도 수차례 테스트 시사를 거치며 편집을 거듭했다. 최종 러닝타임은 122분으로 맞춰졌다. 연 감독은 “방탈출 게임 같은 요소를 영화적으로 녹여냈다. 극장 체험형 영화여서 빠른 전개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집단 지성을 가진 좀비라는 기발한 발상은 인공지능(AI)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보편적 사고의 총합’인 AI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의식이 빠르게 연결되며 소수 의견은 배제되는 시대적 상황을 ‘하나의 군체를 이룬 좀비’에 비유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개개인이 지닌 ‘개별성’이라는 메시지를 띄운다.
연 감독은 “‘군체’의 좀비를 초고속 정보 교류 시대에 마주하는 집단 지성의 산물이라고 보면 실질적 공포로 다가온다”고 했다.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을 만들 때 집단성에 대한 위기감과 공포심에 집중하다가 명확한 주제 의식이 떠올랐다”면서 “상업 대중영화에서 다루기에 쉬운 주제는 아니지만 ‘보편성의 총합이 언제나 옳은가’라는 생각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군체’의 세계관은 영화가 아닌 다른 형식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군체’의 설정을 다룬 그래픽 노블을 집필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게임 개발을 논의 중이다. 관객 참여형 이머시브 공연 ‘인사이드 더 플레이: 군체’도 진행되고 있다. 영화와 연극이 결합된 형태로, 영화 속 상황을 일부 차용해 관객이 공연에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향후 중국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쉬지 않고 작품을 내놓는 다작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대체 언제 쉬세요?” 그의 인터뷰에선 종종 이런 질문이 나온다. 그러면 그는 “저녁에 퇴근하고 쉰다”며 머쓱하게 웃곤 한다. 끊임없는 창작의 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감사하게도 함께 작업을 하자는 제안을 여기저기서 받는데 그때마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또 움직이게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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