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체' 연상호 감독 인터뷰
연상호 감독이 영화 '군체' 기획부터 캐스팅, 개봉까지 느낀 감정을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군체' 인터뷰에서 "전지현은 장르물의 원톱 배우 아닌가"라며 "샤를리즈 테론 느낌도 나고, 같이 하고 싶었는데 접점이 없었다. 그때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북극성'을 (전지현이) 강동원 배우와 함께 찍고 있었다"면서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이어 "(강동원에게) '티 안나게 잘 얘기해줘라'라고 요청하고, 또 '북극성' 액션감독, CG슈퍼바이저도 저희랑 같이 작업을 했던 분이라 촬영 내내 '잘 말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아마 이상하게 느끼셨을 것"이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영화다. 연상호 감독은 '군체'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전지현은 주인공 권세정 역을 맡아 좀비가 출몰한 빌딩 속에서 생존자들을 이끈다.
연상호 감독은 전지현과의 촬영에 대해 "해보니 태가 다르더라. 그냥 걸어도 다른 게 있다"며 "다시 한번 본격 액션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하얀 티에 청바지만 입는데 '주인공이 이렇게 없어보이게 해도 되나' 싶었는데, 찍어보니 그냥 아무거나 입어도 되는 사람이더라"고 덧붙이며 전지현 예찬을 이어갔다.
다음은 연상호 감독과의 일문일답.
▲ 200만 관객을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돌파했다.
= 딸이랑 울트라4DX로 봤다. 물을 뿜으면서 재밌더라. 딸도 재밌게 봤다. 극장도 시끌시끌한 거 같다. 끝나고 나오는데 관객들이 약간 상기된 느낌을 받았다. 극장에서 보고 싶었던 반응이라 좋았다. 한 2명 정도 알아보기도 했다. 저는 작년에 '얼굴'이라는 영화를 개봉했지만, 그건 좀 작은 영화였다. 큰 영화는 꽤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아직은 극장 시스템이 바뀐 게 있어서 잘 모르겠다는 느낌도 있는데, 초반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다행이다 싶다.
▲ 손익분기점이 300만 관객이었다.
= 순 제작비가 170억원인데 해외 판매가 꽤 됐다. 좀비 영화이기도 하고, 300만명이 안 될 거다. 관객수는 손익(분기점)이 목표다. 손익을 넘었으면 한다.
▲ 넷플릭스의 아들에서 다시 극장으로 돌아왔다.
= 극장에 대한 고민은 작년부터 있었다. 극장 산업이 어떻게 변모해갈지 고민이 있었고, '얼굴'이라는 작품으로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났고. 이번엔 좀 더 큰 작품으로 만나게 됐는데, 어쨌든 안정적인 산업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 잘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산업이 아니라 안정성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 개봉 후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오랜만에 대자본 영화로 극장가에 복귀하다 보니 고민이 많았던 거 같다.
= 예측 못 하는 반응도 많았다. 사실 예측이 100% 가능하다면 영화를 할 때 고민할 게 없을 거다. 뜨거운 반응을 주는 거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이 반응을 토대로 다음 작품을 고민하게 되고. 제가 처음 이 작품 시나리오를 썼을 때 페이지 수가 168페이지였다. 이건 3시간 정도 분량이다. 처음 쇼박스랑 얘기를 하기 시작할 때 어떤 콘셉트로 가져가야 할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정리한 게 속도감이었다. 그래서 속도감 있는 형식으로 100페이지 정도로 줄였고, 촬영하고 나니 2시간30분이 나와서 30분을 더 어떻게 압축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관객들이 체험형으로 볼 수 있는 강한 속도감으로 가는 걸 목표로 작업했다. 몇 번의 시사 테스트를 통해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데이터를 보며 만들어갔다.
▲ '부산행'을 통해 좀비라는 소재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그로 인해 부담은 없었을까 싶다.
= '부산행'과는 접근법이 달랐다. '부산행'이 10주년이라 미국에서도 재개봉을 한다고 하는데, '부산행'은 가족 드라마와 공포, 서스펜스가 결합돼 있다. 딸을 지켜야 하는 아빠다 보니 더 공포스러운 장르성이 생기는 건데, '군체'는 넷플릭스 '지옥'에 가까웠다. 현상으로서 접근했다. 휴먼 드라마와 장르성으로 엮는 게 '부산행'처럼 설계됐다면 콘셉트가 가까웠을 텐데 '군체'는 그렇지 않았다.
▲ '군체' 좀비의 특징은 진화하고 변경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을 이해시켜야 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 결과적으로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어떤 동작을 하면 공포가 생겨날지 그걸 고민을 많이 했다. 또 빨리빨리 알아내야 뒤에까지 도달하는 지점이 있었다. 그래서 주인공도 그 분야의 전문가로 설정했고. 방탈출 게임과 비슷한 지점이 있다. 그걸 영화적으로 녹이려 노력했다. 직관적으로 전달되는지 난이도를 찾기 위해 테스트 시사를 많이 했다.
▲ '집단지성'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인 의미로 쓰였는데, 영화에서는 부정적으로 재해석했다.
= 대중 영화여야 하지만 주제 자체가 쉬운 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개별성이 소중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지옥'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위기감, 공포심에서 좀 더 명확한 방식으로 답을 내고 싶었다. 집단지성이 보편성의 총합이라고 할 때, 거기서 느껴지는 불편함이 있어서 그걸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 좀비 빌런 구교환의 연기에 호평이 나오고 있다.
= 구교환 배우의 경우 연기의 패러다임을 바꾼 배우 같다. 개인적으로 친하기도 한데, 영화를 진짜 좋아하고, 그 폭이 넓다. 굉장히 마이너하고 매니아틱한 부분도 있어서 말이 잘 통했다. 이상한 거 시켜도 잘 받고.(웃음) 말이 안 통하면 설명이 한참 걸리는데, 가령 좀비 조종 표정이나 이런 걸 어떻게 설명하겠나. 마이너한 일본 영화들을 보면 기괴한 순간이 주는 쾌감이 있는데, 강시에서의 포즈, '신체강탈자들의 습격'에서 외계인이 하는 표정이 있다. 그런 영화적 순간에서 말이 잘 통했다. 그걸 말하면서 제가 연기 시범을 보여줬는데, 연기는 기세다.(웃음) 자신감 있게 보여줬다.
▲ 전지현은 어땠나.
= 프로 연기자다. 많이 열려있다는 생각이 닿았다. 구교환 배우와 연기를 주고받는 부분에 있어서도, 구교환 배우의 연기가 독창적으로 하는 걸 열린 태도로 받아주시더라. 액션이나 이런 부분에서 힘들 수도 있는데, 본인이 다 소화하려고 하는 부분도 있었다.
▲ 화려한 캐스팅인데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연상호의 힘이 아닐까 싶다.
= 제가 특별히 설득을 하진 않았다. 저도 놀란 케이스다. 지창욱 배우는 '과연 할까' 싶었는데 한다고 해서 놀랐고. 각 캐릭터의 서사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지장치 만으로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 부분에서 본인이 하나의 인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출연을 결심해 준 게 아닌가 싶다. 전지현 배우 역시 대본을 줬을 때 이야기를 안내자로서 역할을 해줬고, 이 이야기 자체를 좋아해주셨다. 그래서 단번에 결정해 줬다. 대본을 드리고 빨리 미팅을 했고, 바로 결정을 했다.
▲ 전지현 캐스팅에 강동원이 도움을 줬다고.
= 전지현은 장르물의 원톱 배우 아닌가. 샤를리즈 테론 느낌도 나고. 전지현 배우에게 드리고 싶은데, 접점이 없어서 그때 디즈니플러스 '북극성'을 강동원 배우가 함께 찍고 있었다. 그래서 '티 안나게 잘 얘기해줘라'라고 요청했다. 또 '북극성'에 액션 감독, CG슈퍼바이저도 같이 해서 촬영 내내 '잘 말해달라'고 요청하고. 촬영해보니 태가 다르더라. 그냥 걸어도 다른 게 있다. 다시 한번 본격 액션을 해보고 싶다. 타고난 게 전지현 배우만 굴린 거 아니냐고 하는데, 분장 수준은 비슷하다. 마지막에 하얀 티에 청바지만 입는데 '주인공이 이렇게 없어보이게 해도 되나' 싶었는데, 찍어보니 그냥 아무거나 입어도 되는 사람이더라.
▲ 강동원이 그렇게 캐스팅에 도움을 줬는데, 그가 주연인 영화 '와일드씽'과 '군체'가 공교롭게도 개봉이 2주 차로 맞붙게 됐다.
= 연락을 안 하고 있다.(웃음) 해야 한다. '와일드씽'은 저희와 완전히 다른 장르의 영화라 선택 지점이 넓어지는 건 좋은 거 같다. 극장 관객이라고 하는 여러 선택 지점 안에서 활성화 되는 것들이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오랜만에 강동원 배우의 코미디를 볼 수 있는 기회라 기대하고 있다.
▲ '군체'는 AI로 좀비를 구상했다고 했다.
= AI의 구동 원칙이 궁금했다. 찾아보니 보편성이 구동 원칙이더라. 거기에 반대되는 걸 찾다 보니 개별성이었다. AI가 과연 소수의견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생겼다. 집단적 보편성으로 만든다면 소수의견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알고리즘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뀌지 않는 한 힘들지 않을까 싶더라.
▲ 연상호 감독에게 좀비란 뭘까.
=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 같은 영화를 했지만 본격적으로 실사 상업영화로 알려진 게 있으니 각별한 게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편 좀비 영화를 만들 줄 몰랐다. 하지만 사회현상을 우화로 풀 때 좀비가 많이 떠오른다. 좀비 자체가 주는 재미가 있다. 다른 설정을 생각할 수 있고, 물고 물리고 끝이 없다. 애초에 좀비라는 것의 탄생 자체가 잠재적 공포가 형상화돼 나타나는 거라 잠재성을 가진 장르 영화를 할 때에 좀비의 존재는 매력이 있는 거 같다.
▲ 앞으로도 이 세계관을 더 펼칠 계획이 있는 건가.
= '군체'의 세계관은 다른 형식으로도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가령 게임화나 이런 논의들이 오가고 있다. '인사이드 더 플레이 군체'라는 연극과 영화가 결합이 된 게 있는데, 그런 확장된 것들이 있다. '부산행'에서의 좀비는 그 영화만을 위한 설정이다. '군체'의 좀비는 집단성에 집중했다. 이후의 이야기가 있긴 하다. 아마 책으로 나오게 될 거 같다. 그 책을 기반으로 게임이 되는 거다.
▲ '군체'속 좀비들의 집단화를 표현한 방식들도 눈길을 끈다.
= 그래서 현대무용을 하는 팀들을 섭외했다. 확실히 좋았던 게, 현대무용은 군무고, 그들의 예술 형태가 추상적인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거라 우리 설정과 딱 맞았다. 이분들이 해석하는 게 특이한 게 아닌 거다. 대본을 쓸 때 검색하는 좀비가 '괜찮나' 싶기도 했다. 짐승 같다가 키보드를 치는 게, 그런데 무용수 분들은 '인간같이 안 치면 된다'면서 동작을 만들어 오신 거다. 그런 작업들이 신선하고 재밌더라.
▲ 칸에 초청을 받았는데 '한국에서 선보이는 게 더 좋다'고 했다.
= '부산행' 때는 2달 걸렸는데, 이번엔 바로 선보이니 너무 좋더라. 그리고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르미에르 극장은 특수관이다. 영화관은 한국이 시설이 좋다. 한국 아이맥스관에서 보는 화면, 사운드가 정말 좋다.
▲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동력은 뭘까.
= 아직까진 여기저기서 제안을 주신다. 전 그때마다 항상 물어본다. '나에게 원하는 게 뭐냐'고. 다양한데, 웬만하면 그 기대를 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다보니 작업을 연이어서 하게 되는 거 같다. '가스인간'과 '실락원'은 또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 기대가 된다.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거 같은데, 아예 다른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창작자로서는 고마운 부분이다. 자기복제를 피하기 위해 '이 작품의 콘셉트가 무엇인가'를 많은 사람들과 얘기한다. 어떠한 방향성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를. 그게 정해지면 거기에 맞춰서 생각한다. 또한 매체마다 방향성이 다르다. '군체'는 극장용 영화고, '가스인간'은 시리즈고, 주 관객층도 일본인이고. 그런 부분들을 고려한다.
▲ 농담으로 '잘 안되면 인디로 간다'고 했다. 그렇게 애니메이션, 저자본과 대자본 영화, 시리즈를 자유롭게 오가는 연출자는 유일무이한 거 같다.
= 잘 돼도 인디로 가고 싶다. 저예산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해왔다. 지금 이 시기에 '돼지의 왕', '사이비' 만들던 연상호가 어떻게 만들지. '얼굴' 하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런저런 영화를 많이 해보고 싶다. '실락원'도 적은 회차로 찍었다. 다른 방식으로 찍고, 다른 방식으로 만드니 또 영화하는 게 재밌더라.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영화를 만들까' 이런 생각도 하고. 나이가 쉰이 다 돼 가서 특이한 작업들을 하면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동안은 산업 내에서 영상물을 만들어왔다면, 앞으로 10년은 신기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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