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군체', 멋있는 전지현·처절한 지창욱⋯스릴·쾌감 폭발 '연상호 매직'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연상호 감독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좀비를 통해 또 한 번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해낸 그다. 상상을 뛰어넘는 좀비 비주얼과 속도감 넘치는 액션에 주제와 맞닿은 캐릭터 설정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쾌감 폭발하는 영화 '군체'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영화다. '좀비 마스터' 연상호 감독의 또 다른 좀비물로, 전지현이 11년 만에 선택한 영화라는 점에서도 큰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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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좀비야?"라고 묻는다면, '군체'를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또 좀비물을 좋아한다면 '군체'를 반드시 보라고 전하고 싶다. 오직 앞을 향해 달리는 기차라는 공간을 이용해 서스펜스와 인간애를 담아낸 '부산행', 좀비로 인해 폐허가 된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반도'와는 또 다른 좀비 영화가 탄생했기 때문. 극장에서 봤을 때 절대 후회하지 않을 좀비 영화가 바로 '군체'다.
이번엔 단체로 움직이며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좀비가 주인공이다. 정보를 교류하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좀비로 인해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 중심에는 생물학자 서영철이 있다. 인류를 다음 단계로 도약시키려는 그의 비틀린 신념은 사상 최악의 공포를 선사하는데,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없이 많이 봐왔던 미친 과학자들과 전혀 다른 결이다. 좀비 무리를 조종하고, 좀비를 통해 보고 듣고 하는 등 좀비 창시자이자 리더로서 또 다른 얼굴의 구교환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빌런이긴 하지만 마냥 비호감이나 해치워야 하는 대상이 아닌,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 피어난다. 어떤 장르에서도 존재감을 폭발시키는 구교환의 놀라운 연기 내공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전지현은 작품이 가진 주제 의식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인물이면서 관객이 응원하고 따라가게 하는 힘을 가진 중심축이다. 그래서 '멋짐'이 폭발한다. 인간애를 바탕으로 약자를 돕고, 명석한 두뇌로 위기를 해결해나간다.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앞장서서 생존자들을 이끄는 동시에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다수 앞에 정의를 소리칠 줄 아는 용기도 있다. 폭발적인 액션이 있는 건 아니지만, 몸 사리지 않고 행동하고 결단을 내리는 정의로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관객에게 통쾌한 재미를 안겨준다.
지창욱은 전반적으로 액션을 담당하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처절한 감정이 마음을 울린다. 어찌보면 가장 실리적인 인물이다. 몸이 아픈 누나 현희를 지키고, 갈이 살겠다는 목표가 명확하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서만 죽어라 내달린다. 그래서 후반 그의 변화가 감정적으로 크게 와닿는다. 연상호 감독이 극찬했던 지창욱의 후반 식칼 액션은 분노와 처절함이 뒤엉켜 '군체'의 장르적 쾌감을 더욱 극대화한다. 눈이 제대로 돌아버린 지창욱의 피범벅 된 얼굴, 김신록과 만들어낸 진한 남매 케미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역동적인 좀비의 움직임과 '저렇게까지 한다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끔찍한 수준인 좀비 비주얼 등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현시대를 바라보는 연상호 감독의 시선이 주는 묵직함도 '군체'만의 특별함이라고 할 수 있다.
군체'의 좀비는 개별성이 완전히 사라진 존재로, 우리가 느끼는 초고속 정보교류의 시대에서 마주하는 집단지성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AI가 세상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좀비를 마주하는 공포와 맞닿아있는 것. 이에 연상호 감독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부산행'과 마찬가지로 죽음이라는 공포 앞에서 인간성을 상실한 인물의 만행, 진실을 꼬집고 있지만 다수 앞에서는 묵살되고 희생되고 마는 소수의견 등은 분노를 유발하는 동시에 아픈 결과까지 만들어내 씁쓸함을 안긴다. 결국 인간성 회복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되고,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궁금해지는, 재미와 메시지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아낸 '군체'다.
5월 21일 개봉. 러닝타임 122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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