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프터스크리닝
AI와 집단 사고, 인간성 등 연상호 감독은 이 영화의 기획 계기에서 지금 가장 핫한 키워드들을 꼽았다. 초고속 정보 교류로 생기는 집단 사고, 그에 맞서는 개별성은 무력한 걸까? AI의 성장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느껴지는 요즘 시대에 과연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이 좀비 영화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저절로 이해가 된다.
좀비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라 할 수 있는 이런 오락영화에서 이렇게까지 철학적인 메시지를 떠올리고 사유할 수 있다니!
한동안 연상호 감독이 '용두사미'로 아쉬운 평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군체'를 통해서는 그의 고민과 생각이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천부적인 크리에이터라는 걸 모두에게 증명해 보였다.
'부산행'과 '킹덤' 이후 우리는 무수히 많은 좀비물들을 봐왔다. 하지만 '군체'의 좀비는 지금까지의 좀비물과 확연히 다르다. 겁나 빠른 K-좀비들이 떼로 모여있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데 그 K-좀비들이 일정 시간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한다. 그러며 기능 개선을 몸소 보여준다. 기어다니던 좀비들이 두 발로 서고, 후각과 시각 정보를 활용하게 되는 과정을 보는 자체가 공포다. '군체'에서 보여지는 좀비들의 움직임 또한 기존의 좀비보다 훨씬 섬세해졌고, 디테일해졌다. 그래서 더 소름 끼친다. 쟁쟁한 주연배우들보다 '좀비'에게 방점이 찍힐 정도로 이야기에 심각하게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인 듯.
좀비들의 활약이 너무 시선을 강탈하고, 기함하게 하는 장면들이 많다 보니 솔직히 11년 만의 스크린 컴백이라는 전지현의 고운 얼굴이나 '미친 또라이 나쁜 놈' 같은 구교환의 빌런 짓도 '군체들' 앞에서는 시선을 오래 끌지 못하더라. 그래도 전지현은 너무 날씬하고 길고 멋지고, 구교환은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 매끈하고, 지창욱의 액션은 그야말로 앵글을 찢고, 김신록의 존재감은 뒤통수를 칠 정도다.
'부산행'을 보자마자 천만 흥행을 직감했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기에 이번 '군체'의 흥행 역시 기대를 모은다. 비록 '부산행'만큼의 시각적 신선함은 덜할지라도, 소재가 던지는 파격성과 충격만큼은 역대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