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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부인 불호로 본 후기

무명의 더쿠 | 05-20 | 조회 수 711

천세, 대비앞에서 다리꼬기, 군부인, 기타등등 너무나 많은 왜곡은 이미 많은 글들이 지적했으니 넘어감


나는 그냥 순수 드라마의 재미만 놓고 봤을 때도 이 드라마가 이해가 안됨

특히 입헌군주제와 신분제에 대한 접근이나 쓰임이 이해가 되지 않음


여주는 왕실과 양반이 존재하는 신분제에 서민통을 느낀다고 함. 드라마에서도 최종적으로 왕실은 해체됨

그런데 이 왕실, 양반이라는 신분의 존재는 정작 이 드라마를 보는 현대의한국에는 없음

양반도 없고, 양반만 입학할 수 있는 학교라는 것도 없고, 만찬 자리에서 신분에 따라 자리의 높낮이마저 달라지는 차별도 없다는 거임


차라리 현대의 한국인들이 느끼는 신분통과 서민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왕실과 양반이 아니라 오히려 현존하는 재벌가들에 향하잖아? 우리 사회에서는 곧 돈이 계급처럼 되어 버렸기 때문에 결국 일반 서민들은 갈 수 없는 학교, 오를 수 없는 자리에 대한 계급통은 돈이 많은 사람들을 향함. 극중 여주와 여주 가문 같은 사람들에게. 

그런데 이 드라마 속의 재벌은 그렇게 막대한 부를 지녔음에도 양반신분 하나 없다는 이유로 재벌이 아닌 일반 시민들과 ‘같은 등급’ 으로 묶여 더 위쪽의 ‘왕실’ 과 ‘양반’ 을 향해 함께 분노하는 존재가 됨

여기서부터 드라마를 보는 현대의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미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고, 실제로 여주는 대체 뭐에 서민통을 느끼는 거냐고 어이없어하는 반응이 초반부터 꾸준히 있었지. 


우리가 실제로 현실에서 서민통을 느끼는 존재는 재벌인데, 왜 재벌 위로 현재는 없는 신분을 만들어서 쉐도우복싱하며 가짜 서민통을 느껴야 함?




현대의 왕실이 나오는데, 


이 드라마에서의 이안대군은 비서관에게 하대하며 그림 걸 위치 위! 아래! 옆으로! 하면서 갑질하는 장면이 코믹하게 그려질 정도로 본인의 높은 신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고,

이런 장면은 드라마 내에서 시청자가 갑질하는 왕족에 대해 서민통을 느끼도록 설계된 게 아니라 높은 신분과 부를 누리는 멋진 왕자님이니 그 정도는 당연한 것처럼, 이안대군의 이런 모습을 유쾌하고 매력적으로 받아들이게 설계되어 있어.

드라마의 이런 태도는 여주의 가짜 서민통에 공감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과 충돌할 수밖에 없음. 모순인 거야.


최종적으로 왕실을 폐지하려는 꿈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대군임에도 이렇게 본인의 높은 신분을 누리는 데는 거리낌 없는 초반의 묘사도 모순적이고.


‘본인의 지위를 잃는 걸 감수하고 왕실을 폐지하고자 하는 정의로운남주’ 도 가지고 싶으면서 ‘높은 신분의 백마탄 왕자님’ 도 못 잃는 욕심에서 두 설정이 충돌하면서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드라마가 된거 같음.

대군캐릭터도 하나만 했어야 함. 백마탄 왕자님으로서 왕실을 대표하든지, 본인의 신분을 처음부터 내려놓을 생각으로 겸손하고 정의로운 모습이던지.


비슷하게 더킹에서 이민호 역할도 21세기 입헌군주제 국가에서 맘에 안들면 목을 베어버리겠다는 워딩을 참지못하는 좀 황당한 모습이 그려지지만, 이 캐릭터는 황실을 폐지할 생각도 없고 실제로 마지막까지 황실은 유지됨.

또다른 드라마 황후의 품격에서는 결국 마지막에 황실이 폐지되지만, 그 중심에는 처음부터 황실의 일원으로서 높은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일삼은 황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서민이었다가 외부에서 황실의 일원으로 편입된 써니가 있었음.

어쨌든 입헌군주제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일관적이었고 큰 모순은 없었다는 거야.


솔직히 입헌군주제 소재기만 하면 전부 다 찍먹해왔던 내 입장에서는 이 드라마만큼 스스로 설정의 방향과 중심을 잡지 못하고 여러방향의 모순이 충돌했던 작품은 없었다고 생각함.

공모전 수상작이고 대본 좋다고 소문났다고 해서 기대하며 기다렸던게 전생같다고 느껴질 정도야. 참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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