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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서 <호프> 본 한국 기자 후기

무명의 더쿠 | 05-18 | 조회 수 1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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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무탈한 작품들이 올해 칸영화제의 앞좌석을 채웠다는 냉담한 평가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칸의 밤을 흔들어 깨운 충격적인 논쟁작이 공개됐다. 나홍진 감독의 칸영화제 진출작 ‘호프’다.


정말로 좋은 영화란, 이 영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내가 지금 뭘 보는 거야”라는 자문 속에도 작품이 너무 흥미로워 눈을 떼지 못하는 영화일 것이다. ‘호프’는 저 문장이 썩 잘 어울리는 영화다. ‘내가 지금 보는 것이 도대체 뭔가’라고 생각하면서도 시선을 고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그럼에도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영화를 보고 있다는 시각적 쾌감이 압도적인 영화이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칸영화제 주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축제의 궁전) 뤼미에르 극장에서 나 감독의 ‘호프’를 살펴봤다.


(중략)


도대체 이 녀석은 뭐란 말인가. 영화는 이러한 초반 설정을 시작으로 2시간 40분 동안 관객을 극한까지 몰고 간다.


나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실체 혹은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인간이 짓는 표정의 연대기’로 채워져 있었다. 그는 자꾸만 뭔가를 찾아내려 한다. 난수표 같은 세계에서 살인범을 찾는 엄형사(‘추격자’), 목표를 향하되 회색지대를 떠돌 뿐인 구남(‘황해’), 진실의 주변을 맴돌지만 끝내 이해하지 못할 진실 앞에서 현혹되는 종구(‘곡성’)가 그러했다. 이들 주인공의 공통점은 대상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신작 ‘호프’ 역시 진실 혹은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이 엇비슷하다. 그러나 이번 영화의 문법은 이전과는 다르다. 나홍진은 ‘나홍진 이상’의 일을 해냈다. ‘진실은 문 뒤에 있다. 그러나 그 진실의 모습은 추하며, 추한 진실은 그게 진실인지 알 수도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장르 전환의 실험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나 감독은 이전과는 다른 길을 간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 영화는 ‘장르 규정’이 불가능한 영화다.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로 시작했다가 SF로 전환되더니 코미디로 몸을 바꾸고 다시 저 수많은 장르를 하나의 몸으로 만들어버린다. 이날 칸영화제 상영 중엔 ‘저게 도대체 뭐야’라는 의구심과, 몸을 덜덜 떨며 ‘안 돼’ 하는 소스라침이 뒤섞인 반응이 다수였다.


(중략)


그러나 ‘호프’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장르의 복합은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이지만 오히려 그 점이 과잉으로 느껴질 여지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토록 실험적인 한국영화가 있었던가를 생각해보면 앞서 이런 영화는 없었다.


또 ‘호프’에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히든 캐스팅 배우가 두 명 등장한다. 한국 서민 코미디 연기의 대부 격인 두 사람이 등장하는데, 보는 순간 이런 세계적인 영화에 가장 한국적인 배우를 섭외한 나 감독의 결단에 웃음을 짓게 된다. 이들은 이 영화의 코미디적 요소를 책임진다. 또 해외 관객들은 알 수가 없는, 한국인만 깨달을 수 있는 요소도 삽입돼 있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엔 ‘이 시대의 괴물’은 과연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공동체가 살아가는 장소를 지나가는 길마다 폐허로 만들었던 건 독재자일 수도 있고, 정치일 수도 있고, 혹은 내전일 수도 있다. ‘호프’는 그 점에서 이 시대의 괴물이 누구인가를 묻게 만들고, 관객 자신의 상황과 환경을 투사하게 만든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In Competition)에 진출한 ‘호프’의 수상 결과는 24일 새벽(한국 시간)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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