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이어지는 건 최면에 걸릴 정도로 압도적이고, 또 미친 듯한 에너지로 질주하는 초대형 세트피스다. 범석은 자기 작은 마을을 전쟁터로 만들어버린 그 끔찍한 존재를 쫓아다니다가, 또 그만큼 자주 도망치기도 한다.
홍경표의 밝은 대낮 와이드스크린 촬영이 받쳐주는 가운데, 나홍진은 이 현실감 없는 규모의 재앙을 거리 하나하나 따라가며 우아하게 안무하듯 연출한다. 희망의 교차로마다 무능하고 운 없는 경찰서장 범석 앞에는 절박한 주민, 날아오는 자동차 문짝, 혹은 몸 없는 괴성이 차례차례 튀어나온다.
마찬가지로, 여기서 나홍진이 보여주는 완벽에 가까운 긴장 고조의 감각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전세계 액션 감독들의 연구 대상이 되어야 할 수준이다. 특히 불타오르는 폭발 하나하나와 토막난 시체 하나하나가 모두 범석의 책임감 — 혹은 책임감의 부재 — 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Hope》의 황홀한 첫 한 시간은 본질적으로 거대한 숨바꼭질 게임이다. 범석이 현장에 도착할 때마다 괴물은 늘 직전에 자취를 감춰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 45분쯤 지나 마침내 우리가 괴물의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되는 순간, 왜 나홍진이 그렇게 오랫동안 그 존재를 숨겨왔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된다. 동시에 차라리 끝까지 더 숨겼어야 했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차라리 Jaws처럼 “보이지 않을 때 더 무서운” 방식을 영화 끝까지 밀고 갔더라면 훨씬 나았을 거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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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적어도 내 입장에서, 그리고 어쩌면 언젠가의 당신 입장에서도 변명하자면, 나홍진의 신작 초반 3분의 1은 그가 이전 작품들인 곡성, 황해, 추격자에서 보여줬던 흩어진 가능성과 약속들을 전부 실현해내는 듯하다.
한번 상상해보라. 괴물이나 우주전쟁에서 사람들이 “도망쳐!” 하며 아수라장이 되는 장면들이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지고, 그것이 Mission: Impossible – Fallout의 파리 시퀀스 같은 만화적으로 과장된 오페라풍 스펙터클로 촬영됐다고.
그리고 나서, 그렇게 시작한 영화가 마지막에는 엄청난 실망작으로 전락해버리려면 《Hope》의 나머지 부분이 얼마나 형편없어야 하는지도 한번 상상해보라. 완전 “용두사미”라는 말이 딱 맞는 혹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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