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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모자무싸', 구교환이라는 장르의 '정점'

무명의 더쿠 | 11:31 | 조회 수 85

배우 구교환이 아닌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는 이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구교환은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불안과 열등감, 그리고 애써 아닌 척 버텨냈던 순간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극을 이끌고 있다. 지금의 구교환이 왜 대체 불가한 배우로 불리는지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모자무싸'다.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 속에 주변 사람들에게 늘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버텨온 시간을 부정당하면서도 "난 내 무가치함의 끝에서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릴 거야"라고 말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황동만은 결코 멋진 사람은 아니다. 친구의 성공을 질투하고 누군가의 영화가 잘되면 배 아파한다. 자신보다 잘난 사람들 앞에서 괜히 허세를 부리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날 선 말도 쉽게 내뱉는다. 자칫하면 한없이 지질하고 비호감으로 소비될 수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구교환은 그 안에 자리한 불안과 결핍을 촘촘하게 쌓아 올리며 황동만을 단순한 밉상 캐릭터로 남겨두지 않는다.

그래서 황동만은 결코 미워할 수 없다. 분명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음에도 어느 순간 그를 응원하게 된다. 그의 허세와 공격성이 결국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걸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겁이 많은 사람. 구교환은 그 미묘한 감정의 결을 놀라울 만큼 세밀하게 표현해낸다.

구교환은 모자무싸에서 20년째 영화감독을 꿈꾸는 황동만 역으로 섬세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결혼식 장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늘 무시만 당하던 황동만은 톱배우 장미란(한선화 분)이 사촌 동생 결혼식의 축가를 부르러 오며 처음으로 자신의 체면을 세운다. 하지만 구교환은 이를 단순한 통쾌함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울 것 같기도, 우는 것 같기도 한 미묘한 표정과 낯선 상황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눈빛, 굳어버린 자세까지. 기쁨과 슬픔, 어색함과 안도가 한꺼번에 스쳐 지나가는 황동만의 복잡한 감정을 표정만으로 완성해 낸다.

구교환의 진가는 황동만을 특별한 인물이 아닌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사람으로 만든다는 데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무가치함 때문에 괴로워한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와 비교하며 초라해졌던 순간도 있었고 애써 괜찮은 척 버텨본 기억도 있었을 터다. 구교환은 황동만을 통해 시청자들이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린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구교환이 황동만을 연기한다는 표현조차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실제로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구교환이 아닌 황동만은 상상이 안 간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가 캐릭터를 표현하는 단계를 넘어 아예 인물 자체가 돼버린 셈이다.

캐릭터 자체는 충분히 미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인물을 입체적으로 설득해 내는 건 결국 배우의 몫이다. 그리고 구교환은 그 어려운 일을 너무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지금의 구교환이 왜 대체 불가한 배우인지 '모자무싸'가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https://news.tf.co.kr/read/entertain/2323259.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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