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감독 유인식)는 1999년 세기말, 우연히 초능력을 가지게 된 동네 모지리들이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능력 코믹 어드벤처다. 어딘가 부족하고 이상해 보이는 4명의 주인공이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되고, 급기야 세상을 구해야 하는 미션을 맞이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초능력을 쓰는 허당들의 이야기지만, 극은 예상과 달리 무거운 소재를 다룬다. 영원을 꿈꾸는 인간들의 욕망을 실현하려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감행한다는 설정은 이미 다른 영화와 드라마에서 많이 사용됐기에 신선함은 떨어진다. 또한 초능력을 통해 악과 맞서 싸우는 히어로들의 통쾌함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딘가 조금씩 모자란 허당들이 갑작스럽게 얻게 된 초능력을 사용하는 방식이나, 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더 의지하게 되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져 특별한 재미를 안긴다. 그 중심에는 박은빈이 있다. 어찌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을 계속 만들어내는 채니가 공감과 응원을 얻을 수 있는 건 박은빈의 힘이 크다. 박은빈은 특유의 밝고 귀여운 매력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웃음과 긍정의 힘을 잃지 않는 채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다채로운 표정과 감정 연기도 돋보인다. 과거 수술의 진실을 알고 슬퍼하는 모습이나 할머니(김해숙 분)와 만드는 가슴 찡한 가족애는 코믹함 속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해성시 모지리 4인방' 팀워크도 좋다. 특히 초강력 끈끈이와 괴력을 사용해야 하는 최대훈과 임성재는 붕 뜰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탄탄한 연기력으로 안정감 있게 표현해냈다. 동떨어져 있던 운정이 점점 이들과 가까워지고 단합해나가는 과정 역시 재미 포인트다.
차은우는 예전 작품보다 더 안정적인 연기로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들 사이 무게감을 잡아주며 밸런스를 완성했다. 상처 가득한 과거로 인한 슬픔, 아픔을 간직한 그는 채니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준다. 염력을 이용해 울면서 비를 맞고 있는 채니에게 우산을 씌워주기도 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채니를 구하기 위해 달려와 '멋짐'을 뽐낸다. 물론 여전히 특유의 연기 톤은 아쉬움이 남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빛나는 차은우의 비주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 불거진 차은우의 탈세 논란과 관련해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캐릭터만 놓고 봤을 때 차은우의 배우 커리어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기말 감성을 감각적으로 드러낸 미장센, 초능력이라는 판타지에도 현실감을 넣고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연출력도 탁월해 끝까지 지루함 없이 정주행하게 되는 힘이 있다. 다만 마지막 회의 러닝타임이 1시간 30분에 달해 분량 조절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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