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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배경으로 시작하여 굵직한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지만, 사회적 맥락을 소거해버린 것도 이 드라마의 한계다. 즉 ‘가족 바깥’의 세계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1960년대 제주의 풍경을 아름답게 보여주지만, 제주 사회의 특성과 4·3 사건을 비롯한 사회적 맥락은 삭제하고 개인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물론 제주에서 4·3 사건이 오랜 세월 침묵의 영역에 놓였기에 이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 것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제작진의 의지만 있었다면 적어도 마을에서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나 침묵을 통해 역사적 고통이 개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암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4·3 사건을 소거한 탓에 동명(신새벽)의 죽음을 향한 애끊는 슬픔은 사회적 의미로 확장돼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그저 한 가족의 비극과 자식을 잃은 부모의 오랜 슬픔이라는 좁은 테두리를 넘어서지 못한다.
결국 ‘폭싹 속았수다’는 가부장제 속 여성의 삶과 사회적 맥락을 깊이 있게 그려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음에도 익숙한 관습과 가족주의라는 편안한 지붕 아래 ‘폭삭’ 주저앉고 말았다. 제주라는 구체적인 공간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과 시대적 변화 속의 개인적 성장을 좀더 치열하게 연결했다면, 드라마는 그저 향수나 가족주의에 주저앉지 않고 더 넓은 (여성) 서사의 지평을 열 수 있었을 것이다. 가부장들의 역사로서만 기억된 ‘국제시장’과 한껏 미화된 화면 속에서 ‘남편 찾기’에 골몰한 ‘응답하라’ 시리즈와 기성세대를 향한 연민을 한없이 반복했던 ‘나의 아저씨’를 거쳐 도달한 곳이 겨우 가족주의라니. 그 ‘반 바퀴 혁명’의 길이 참으로 멀다.
모자무싸글에서도 느꼈지만 글 진짜 잘쓰신다 내가 속으로만 생각했던 가려운 곳 긁어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