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주가 무심한 척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봤다.
요즘 따라 이상할 만큼 자주 마주치는 얼굴이 떠올라서였다.
“이안대군 말이야.”
그 이름이 나오자 정우 손끝이 아주 잠깐 멈췄다.
“아니… 자꾸 보여.”
희주는 괜히 책장을 넘기며 중얼거렸다.
“분명 왕립학교도 넓은데, 어쩜 그렇게 매번 우연처럼 마주치지? 복도 가도 있고, 국궁장 가도 있고...”
희주는 입술을 삐죽이다 툭 물었다.
“오빠, 이안대군이랑 친해?"
"친하지"
"이안대군 어때?”
정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며칠 전, 똑같은 질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 성희주 어때?
이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도 지금도, 속이 뒤틀리는 건 똑같았다.
정우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왜 궁금한데.”
“그냥.”
희주가 웃었다.
“자꾸 보여서.”
"후배님”
낮게 떨어진 목소리에 희주가 계단 위로 고개를 들었다.
“…또”
이완이 한 계단 아래로 내려오며 웃었다.
“또?”
“요즘 너무 자주 마주치잖아요.”
“국궁장에서도 그렇고, 별관에서도 그렇고… 왕립학교가 이렇게 넓은데...”
그 말에 이완 눈끝이 아주 천천히 휘었다.
꼭 듣고 싶었던 말을 들은 사람처럼.
“그러게.”
짧게 대답했는데 시선은 전혀 안 짧았다.
희주는 괜히 시선을 피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안대군이 가만히 쳐다보면 숨 막힐 때가 있었다.
이완은 희주 품에 안긴 책을 내려다봤다.
“시험 끝났어?”
“네.”
“잘 봤고?”
희주가 바로 입꼬리를 올렸다.
“당연하죠.”
그 자신만만한 얼굴에 이완은 낮게 웃었다.
처음 봤을 때도 저 표정이었다.
지고 싶지 않다고 얼굴에 다 쓰여 있던 눈.
희주는 괜히 민망해져서 딴소리를 했다.
“근데 왜 여기 있어요?”
잠깐 정적이 흘렀다.
사실 이유는 단순했다.
희주 수업 끝나는 시간이라서.
복도 한번 지나가면 마주칠 거 같아서.
그래서 정말 그것만 하려고 왔다.
그냥 얼굴 한번 보려고.
근데 그걸 말할 수는 없어서 이완은 느리게 웃었다.
“글쎄.”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덧붙였다.
“후배님 보려고 왔나.”
희주 눈이 순간 동그래졌다.
“…네?”
그 반응이 귀여워서 이완은 웃음을 참듯 시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