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올 1분기 쇼박스가 다 했다 – 영진위 ‘2026년 1분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과 쇼박스의 성공 전략

2026년 1분기는 명실상부 ‘쇼박스의 시간’이었다. 제작자 A는 “올해는 쇼박스의 해라고 다들 이야기한다”라고 말했다. 영진위의 ‘2026년 1분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1분기 전체 매출액 3180억원 중 절반이 넘는 매출이 쇼박스의 작품에서 나왔다. 올해 1분기 쇼박스가 올린 매출액은 1763억원으로, 1분기 한국 영화산업 전체 매출에서 55.4%를 차지했다. 1분기 쇼박스 영화들이 동원한 관객수는 1822만명으로, 이는 전체 관객수의 57.1%에 해당한다. 이 결과는 <왕과 사는 남자>와 <만약에 우리> 두편의 영화로 거둔 성과이며, 쇼박스가 배급한, 4월8일 개봉한 이상민 감독의 <살목지>의 성적은 반영되지 않았고, 사전 시사 관객수가 일부 집계돼 반영됐을 뿐이다. 관객수 80만명이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살목지>는 4월29일 기준 213만명의 관객을 극장에 불러모았으며, 매출액 219억원을 기록했다.
영화계에서는 “짝수 해에 쇼박스는 무적”이란 말이 있다. 쇼박스는 2026년 <왕과 사는 남자>로 관객몰이를 한 것처럼, 2024년 1분기에도 장재현 감독의 <파묘>를 배급해 1100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했고, 배급사 순위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쇼박스의 올해 상반기 라인업은 <만약에 우리>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그리고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로 짜여 있다. 칸영화제 비경쟁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군체>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면 쇼박스는 그야말로 올해 ‘풍년’을 맞이하는 셈이다.
멜로드라마와 사극, 그리고 공포. 기성 감독 두명과 신인 감독 한명. 쇼박스가 올해 선보인 세 영화의 면면은 다양함에도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인들은 여러 각도의 분석들을 내놨다. “쇼박스가 최근에 시사회를 많이 여는 전략을 썼다. 사전 시사와 일반 시사를 공격적으로 열다시피 했다. 영화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를 쌓기 어려운 시대잖나. 이젠 광고로도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전통적인 구전 효과를 노린 것이다.” 제작자 B는 쇼박스가 시사회를 통해 입소문을 타는 전략을 썼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를 목표로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휴민트><넘버원>중에서 개봉 이전 관객수가 가장 높은 작품은 <왕과 사는 남자>이다. 영진위 통합전상망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사전 시사 관객수는 2만9천명으로, 1만4천명인 <휴민트>의 배 가까이 된다. 이는 개봉 이전 관객수가 2만명 정도인 <넘버원>보다도 9천명 많은 숫자다. 이와 관련해 쇼박스측은 “사전 시사 전략을 중요하게 진행한다”라고 인정한다. “요즘은 관객들이 워낙 신중하다. 이는 영화산업에만 국한된 문화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쇼핑을 하거나 음식 배달을 시킬 때도 실구매자의 리뷰를 모두 찾아보잖나. 그러다 보니 블라인드 시사에서 반응이 안정적으로 나올 경우 시사회를 열어 영화 자체를 마케팅 수단으로 쓴다.”
제작자 A는 “쇼박스는 일관되게 극장영화를 지켜온 세월이 있기 때문에 한눈팔지 않고 자연스럽게 축적돼온 저력이 있다”라고 말한다. 저력은 인력에서 온다. 제작자 A는 “다른 투자배급사들에 비해 인원 변경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인원 변동이 적다는 건 리스크를 더 끌어안거나 도전하는 데 과감하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 쇼박스측에서도 “사람이 자주 바뀌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인정한다. ‘짝수 해에 쇼박스는 무적’이란 업계의 농담처럼, 쇼박스는 <파묘>와 <왕과 사는 남자>로 2024년과 2026년에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2025년에는 다소 어두웠다. 2025년에는 전체 배급사 순위 6위로, 전체 관객수 192만명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영진위 ‘2025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하지만 부진했던 성과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실패를 끌어안는 쇼박스의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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