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무싸 구교환이 하면 ‘찌질함’도 미학이 된다…‘모자무싸’ 황동만이 밉지 않은 이유

황동만은 좋아하기 힘든 인물이다. 대학에서 함께 영화를 꿈꿨던 ‘8인회’ 선후배들은 영화감독 데뷔를 하거나 영화사 일원이 됐다. 어느덧 나이 마흔. 황동만만 지망생으로 남았다. 애잔할 법하지만 주변에서는 그를 이제 버거워한다.
외로움과 초라함. 드러내놓지 않지만 다들 느끼는 부정적 감정을 극에 풀어놓는 건 박 작가의 장기다. 박 작가가 작정하고 만든 ‘찌질함’의 집약체, 황동만은 여태껏 그가 만든 캐릭터 중 가장 참아주기 어려운 인물이다. 하지만 황동만을 미워하기도 어렵다. 배우 구교환(44)의 ‘밉지 않은’ 연기 덕이다.
살짝 높은 목소리의 구교환은 대사의 리듬을 조절하며 노래하듯 연기한다. 구질구질한데 기묘하게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독립영화계 총아’로 연출·연기를 겸하던 시절부터 구교환의 전매특허였다. 헤어진 연인에게 ‘제작 지원을 받게 되었으니 연애 다큐멘터리를 같이 찍자’고 연락하거나(<연애다큐>, 2015) 출연한 영화 파일을 받지 못하자 감독들을 손수 찾아가 내놓으라고 요구하는(<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2013) 영화 속 그의 모습이 그러했다. 황동만은 이 캐릭터들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영화계를 떠돌았다면 맞이했을 법한 미래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모자무싸>의 황동만에게서 구교환표 캐릭터들이 밉지 않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구교환이 내보이는 꿈을 꾸는 듯한, 때로는 아이 같은 눈빛을 보면 황동만이 싫어지려다가도 응원하게 된다. “나는 더, 더, 더 무가치해질 거고, 너희를 더, 더, 더, ‘빡치게’ 할 거거든!”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무가치’라는 낯선 단어가 든 대사도 구교환이 아이처럼 떼쓰는 듯한 톤으로 내지르면 퍽 어울린다. 황동만이 남몰래 느끼는 고독과 불안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정석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구교환은 자신만의 독특함을 완급 조절해 전달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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