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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살목지' 이상민 감독 인터뷰 (스포)

무명의 더쿠 | 04-09 | 조회 수 284

ASOHat



단편 <함진아비> <돌림총>과 마찬가지로 이상민 감독은 장편 데뷔작 <살목지>에서 심리묘사에 능한 자신의 특기를 펼쳐 보인다. 새로 로드뷰를 촬영하기 위해 ‘살목지’라는 이름의 저수지를 방문한 촬영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와 맞붙는다. 귀신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길을 잃은 내비게이션처럼 그 누구도 저수지를 벗어날 수 없고 인물들이 느끼는 당혹감과 두려움이 스크린에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틈 없이 몰아치는 이상민 감독의 집념이 극 곳곳에서 느껴진다. 목표한 바를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95년생의 당찬 신예가 또 한명 등장했다.



- 실제 살목지를 방문해 여러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 살목지는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첩첩산중에 위치한 저수지다. 가다보면 중간에 길이 끊기고 숲인 줄 알고 들어간 곳이 돌연 물가로 변모하기도 한다. 땅과 물의 경계가 모호한 저수지에서 갑작스레 무언가가 튀어나온다는 아이디어를 그때 얻었다. 버드나무들이 나뭇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모습도 마치 머리카락 같았고 신기하게도 돌탑이 많았다. 20~30개에 이르는 돌탑들은 멀리서 보면 마치 사람 같다. 근처 절에 들러 스님에게 여쭤보니 저수지에서 뱀과 개구리가 많이 나와 이들이 지낼 장소로 스님이 만들어주셨다고 하더라. 선한 마음이 깃든 곳이지만 반대로 나는 뱀과 개구리가 부정한 것이고 그들이 돌탑에 머무는 것이라 상상해보았다. 그렇게 살목지를 보며 영화 속 세계관의 뼈대를 세울 수 있었다.



- 영화에서 먼저 살목지를 방문한 수인(김헤윤)은 시종 어둡고 불안한 표정으로 공간을 살핀다.
=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이상한 낌새를 느꼈기 때문에 수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온다. 자기 대신 출장 간 선배 교식(김준한)이 실종되자 그는 죄책감에 다시 살목지를 방문하고, 여전히 저수지에서 압박감을 느낀다.



- 사라졌던 교식이 예고 없이 나타났는데 그 누구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미 귀신에게 홀렸던 것일까.
= 경태(김영성)와 경준(오동민)은 교식을 잘 모르고 성빈(윤재찬)과 세정(장다아)도 ‘팀장님이 왜 오셨지?’ 정도로만 여긴다. 교식을 만나고 싶어 했던 수인만 반긴다. 물론 도둑이 제 발 저리는 심정으로 애써 밝은 척하는 것이지만. 앞서 수인이 무너진 돌탑을 보수할 때 귀신이 그를 잡아당기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에, 이후로는 살목지에서의 비현실적인 일을 본격적으로 보여줘도 무리없을 거라 여겼다.



- 경태, 경준 형제는 공포물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맡았다. 귀신을 믿지 않고 리더인 수인의 통제를 벗어나 행동한다.
= 둘은 로드뷰 촬영은 금방 마무리될 거라고 믿고, 남는 시간에 낚시를 하고 싶어 한다. 이들이 살목지란 공간과 사건을 가볍게 여기는 반면 수인은 진지하니 반발심에 제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니 경태는 이상한 사건을 연이어 겪고 경준도 해군 해난구조대 출신이란 배경만 믿고 겁 없이 금기시된 행동을 한다. 공포물에선 ‘쟤 죽겠네’ 싶고 그래서 언제 당할 것인지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캐릭터가 있지 않나. 둘을 통해 그런 밀당을 재밌게 해보고 싶었다.



- 세정과 성빈도 수인만큼 무게감 있게 사건을 대하진 않는데.
= 그렇다. 경태, 경준과의 차이점은 세정, 성빈은 귀신을 믿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귀신을 보고 두려워하는 리액션에 관해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장다아 배우에게 바란 것은 카메라를 끄고 켰을 때 세정의 간극이었다. 고스트 헌터의 영상을 보면서 느낀 건 실제 장소에 별게 없더라도 방송할 땐 “여러분 보셨습니까!”라며 극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그들에겐 중요한 업무 태도다. 그래서 장다아 배우가 세정의 발랄함을 살리면서도 뭐라도 하나 더 캐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다. 성빈을 연기한 윤재찬 배우에겐 성빈이 특정 사건을 계기로 180도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윤재찬 배우에게 살벌한 면모가 있다는 게 매력이었는데 그 점을 잘 살려줬다.



- 작품을 통해 “밀당을 잘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관객들에게 신선한 공포를 안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테다.
=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다. 실내라면 갑자기 문이 쾅 닫히는 등의 연출이 가능하겠지만 살목지는 야외다. 그래서 살목지가 지닌 자연 요소를 적극 활용하려고 했다. 고스트 헌터 콘텐츠를 보길 좋아하는데 그들이 사용하는 장비가 무척 창의적이다. 그중 하나가 라디오 주파수로 귀신과 소통하는 ‘고스트 박스’인데 어두운 곳에서 혼자 그걸 사용하는 영상을 보다보면 정말 무섭다. 그런 장비들도 잘 활용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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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드에 공을 들인 게 느껴진다. 고스트 박스 외에도 끝없이 이어지다 돌아오는 물수제비 소리가 예상치 못한 두려움을 안긴다.

= <살목지>의 핵심 소재가 돌탑이라 돌을 활용해 공포감을 주고 싶었고 그중 하나가 물수제비였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재밌겠다고 생각한 장면인데 막상 현장에서는 다들 긴가민가했다. 후반작업 때 CG와 사운드가 붙으니 다행히 맛이 살더라. 무언가가 물을 가로지르거나 ‘첨벙’ 하고 빠지는 소리는 일상적이지만, 그보다 더 음산하고 날카롭게 파고드는 느낌을 주길 바랐다. 물속에서 절대 들릴 수 없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에게 계속 가까워지는 식의 연출도 주요하게 다뤘다.



- 물귀신의 이미지는 어떻게 구상했나.
= 생각보다 어려웠던 게 귀신에게 입힐 옷이었다. 고민 끝에 숲과 분간이 어렵도록 나무 재질의 투박하고 거친 의상을 입혔다. 머리도 젖은 긴 산발이 얼굴의 일부를 가리는 식으로 설정했다.



- 어떤 이유에서 공포 장르를 꾸준히 연출하나.
= 공포영화에서 심리를 묘사하는 방식이 재밌다. 인물이 지닌 트라우마, 죄책감 같은 내면에 훨씬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겁이 많아 무서운 걸 보면 잔상이 깊게 남았다. 귀신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자주 상상했고 그래서 머리를 감을 땐 항상 눈을 뜨고 감곤 했다. (웃음) 내겐 공포 장르가 상상력을 가장 마음대로 펼칠 수 있는 흥미로운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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