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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샤이닝 박진영과 김민주, 서른에 비로소 이별할 수 있었던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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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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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과 김민주, 서른에 비로소 이별할 수 있었던 청춘들(‘샤이닝’)

  •  정덕현 칼럼니스트
  •  
  •  승인 2026.04.07 15:31
 
 

‘샤이닝’, 이 청춘 비극이 너무나 슬프고 아름다웠던 몇 가지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내일 배웅해 줄게. 얼굴 보고 헤어지자.’ JTBC 금요드라마 <샤이닝>에서 하와이로 떠나는 은아(김민주)에게 태서(박진영)는 그런 문자를 보낸다. 은아는 자신이 동작역으로 가겠다고 했지만 태서는 ‘동작역에서 인천은 너무 짧다’며 굳이 은아가 있는 연우리까지 내려와 학창시절 함께 버스를 탔던 정류장에서 기다린다. 그곳에서부터 그들은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공항까지 간다.

그들은 함께 버스를 타지만 승객들 사이에서 떨어져 앉고, 전철을 타지만 맞은편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본다. 두 걸음만 걸으면 닿는 거리지만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서로를 바라보고 미소 짓고 눈물 흘린다. 함께 붙어 재잘재잘 말하지 않고 한 걸음 떨어져 대신 문자를 보낸다. ‘난 우리가 함께 얘기한 대로 할 거야. 너 때문에 마음먹을 수 있는 거니까. 먼저 가 있을게. 너도 거기서 사랑받고 인정받고 잘 지내다가 나를 포함해서 너의 미래를 같이 생각하고 싶어지면 연락해.’

공항에서 은아는 데려다줘 고맙다며 우리가 얼굴 보고 헤어지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태서의 따뜻한 포옹.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그들은 그렇게 헤어진다. 오랜만에 보는 새드엔딩. 태서와 은아의 해피엔딩을 기대하고 바랐던 시청자들이라면 몹시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마지막으로 남지 않았을까.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크지만 <샤이닝>은 오랜만에 정면으로 응시해 보는 청춘 비극이었다. 태서와 은아라는 이 시대의 청춘들을 대변하는 인물들이 그려나간 아련하고 슬픈 비극.

이들의 이야기가 슬픈 건 끝내 헤어져서가 아니다. 이들의 사랑을 갈라버린 장벽들이 어찌 보면 너무나 기본적인 것들이었다는 자각에서 오는 슬픔이다. 삶의 기본적인 것들이 부재한 청춘들은 그래서 끝내 닿기 어려웠고 함께 할 시간조차 빠듯했으며 그 작은 시간을 어떻게든 내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힘에 겨워 ‘넌 거기, 난 여기’가 맞는 각자의 삶을 선택하게 됐다.

어른들 없는 세상에 이 청춘들은 너무 일찍 어른이 됐다. 한창 연애하고 사랑할 나이에 누군가를 부양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자립’과 ‘독립’이 목표지만 그게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다. 이 청춘들의 비극이 너무나 아픈 건 이들에게 편안하게 누울 공간 하나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전철기관사를 하며 살아가는 태서의 집은 휴식의 공간이 아니다. 액자를 만드는 일을 부업으로 하는 그의 집은 작업장 같고, 잠자리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그 집에서도 태서는 마음껏 눕지 못한다. 기관사 일을 하면서 액자 만드는 일을 하고 그러면서 연우리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동생 희서(성유빈)를 챙기기 위해 수시로 강릉을 오간다. 할머니가 쓰러진 이후에는 일 끝나면 연우리의 병원을 다녀가기 일쑤다. 그는 임아솔(박세현)의 표현대로 다섯 개의 공을 저글링하며 살아가는 청춘이다. 현실은 이 청춘에게 편히 누울 공간 하나를 주지 않았다.

은아도 마찬가지다. 우울증으로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 때문에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호텔리어로 일하다 구옥스테이 매니저 일을 하는 그녀는 그 많은 집들과 방들을 너무나 예쁘게 꾸며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휴식이 되게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기만의 작은 방 하나도 갖지 못했다. 잘 곳이 없어 스테이의 비품창고에서 지내고, 그것마저 주인에게 들켜 하지 못하게 되자 지인들의 집을 전전한다. 은아의 옆에 항상 커다란 트렁크가 있었던 것처럼 여겨지는 건 그녀에게 돌아갈 집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서와 은아만이 서로에게 작은 집이 되어준다. 물리적인 공간은 없어도 두 사람이 함께 하면 집 같은 따뜻함이 생겨난다. 그래서 이들의 사랑은 더욱 애틋하다. 함께 있을 시간이 없고, 공간이 없으며 편히 함께 지낼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살기 위해 약삭빠른 위악스러움도 없고 너무나 착해서 당하기만 하며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흔한 투정 한 번 부리지 않는다. 아니 투정 부려도 받아줄 대상이 없었을 게다. 아무것도 없어서 그저 하나 있는 서로가 너무나 소중한 이 슬픈 청춘들은 그래서 이별하지 못한다. 얼굴을 보고서는 더더욱.

시간과 공간이 없는 그들은 그래서 계속 엇갈린다. 오해도 쌓이고 서로에게 상처도 주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아픔보다 상대의 아픔을 걱정하고, 너 때문이 아니라 네 덕분이라고 말한다. 하소연할 데 없고 소원빌 데가 없어 반딧불이 앞에서 소원을 빌고, 자기 옆에 왜 없냐고 상대를 탓하는 대신 넌 거기가 맞고 난 여기가 맞다며 애써 이를 긍정하려 한다. 같이 있을 시간이 없어 ‘같이 있는 느낌’을 찾는다. “우리끼린 우리 때문에 힘들면 안 되니까”라고 말하는 그들은 힘든 삶이 일상이다.

그래서 이들이 만났던 시간들의 그 힘겨움을 생각해보면, 그 과정을 거쳐 ‘얼굴 보고 헤어지는’ 마지막의 ‘따뜻한 이별’과 배웅이 새드엔딩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나 절망적인 삶이어서 마주하고 이별할 수 없을 정도로 겨우 남은 한 가닥 빛줄기였던 그들이, 이제 조금은 담담해져 서로를 보내줄 수 있는 작은 여유를 갖게 된 것처럼 느껴졌달까. 그래서 태서가 전철에서 보낸 문자처럼 다음에 만나면 ‘미래를 같이 생각하고’ 싶어질 것 같은 그런 이별 같았다.

태서는 은아가 돌아오지 못하는 과거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연우리의 집을 깨끗이 꾸며놓고 ‘모은아’라는 이름의 문패를 달아준다. 그건 드디어 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태서가 마련해 뒀다는 뜻이다. 설혹 두 사람이 멀리 떨어져 만나지 못한다 해도 그 공간은 두 사람만의 기억 속에 영원할 것이다. 그 기억의 빛 자락 하나를 쥐고 그들은 살아내고 버텨낼 것이다.

“지금 잠시 창밖을 봐주십시오. 내가 본 평범한 풍경이 잊을 수 없는 눈부심이 되어 여러분을 어디로 어떻게 누구에게 이끌지는 모릅니다. 오늘 하루도 여러분 안의 빛을 따라 찾아가는 값진 하루였기를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태서가 전철의 방송으로 전하는 마음은 이 드라마가 힘겨워도 끝까지 이 작품을 바라봐준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하다. 힘겨워도 빛나는 순간들이 있어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이.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JTBC]

https://www.entermed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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