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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홍 비밀인데, 이걸 보면 힘이 나 (월간방송작가 문현경 작가 인터뷰)

무명의 더쿠 | 14:51 | 조회 수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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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셜록 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 같은 고전 추리소설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이 소설들을 보면 항상 탐정이 사건을 다 해결한 뒤에 편안하게 차를 마시는 상황에서 갑자기 비서가 전보를 들고 오거나 전화벨이 울리면서 다시 무슨 사건이 일어난 것 같은 분위기로 끝나잖아요. 그런 결말이 좋아서 넣은 거예요. 일종의 쿠키 영상이었다고 할까. 지금으로선 시즌 2 관련해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습니다.

 


"1990년대 세기말을 배경으로 흥미진진한 레트로 오피스 코미디를 자아낸 문현경 작가의 말이다. ‘주식 안 하면 바보’라는 소외공포증(FOMO)을 불러올 정도로 주식에 대한 열풍이 뜨겁던 2026년 초, 문현경 작가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숫자 너머의 사람들을 바라보게 했다. <언더커버 미쓰홍>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왜 IMF냐에 대한 답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저는 지금 대한민국의 체계가 IMF 외환 위기를 기원으로 하는 지점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흔히 말하는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파견직, 구조조정, 정리해고, 신자유주의, 노동의 자유 같은, 어려운 말 같지만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감하는 것들이잖아요. 안정적인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졌고요. 알게 모르게 정치나 경제적인 변화가 인간의 삶에 되게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는데 제작자나 방송사 분들한테 이렇게 말하면 누가 나서겠어요. 그래서 과장된 코미디 톤으로 썼어요. 유치하지만 재밌네, 하면서 웃으며 보다가도 문득 와닿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보신 것처럼 되게 많은 장르와 라인들이 들어가 있는데요. 저는 고봉밥 같은 이야기가 하고 싶었어요. 따뜻한 김이 오르고, 먹으면 포만감이 드는 그런 정서가 전해지기를 바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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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을 다한 밥상 위에 고봉밥을 올리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담다 보니, 두세 편으로 나눠도 될 법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저마다의 캐릭터를 등에 업고 촘촘하게 짜였다."


등장인물 관계도에 들어가는 인물만 22명이 넘어요. 다양한 캐릭터와 배우들이 함께 했는데요. 박신혜 배우와 처음 미팅할 때가 생각나요. ‘우리 드라마는 등장인물이 많은데 그게 되게 다양한 연령대의 캐릭터이고 그래서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현장이 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어서 연륜이 있는 선배 배우들 그리고 시작하는 단계의 신인 배우들이 같이 할 수 있는 드라마가 점점 줄고 있는데 우리 드라마는 그런 현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기대된다’는 이야기를 했고 저는 그 말에 힘입어서 홍금보라는 캐릭터를 정말 모든 캐릭터랑 다 한 번씩 붙여본 것 같아요. 그런 관계성에서 오는 재미가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다양한 연령대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여러 캐릭터 중 가장 먼저 생각했던 건 홍장미(=홍금보)와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 고복희(하윤경 분), 강노라(최지수 분), 김미숙(강채영 분) 세 명이었어요. 이 드라마를 통해 가장 전달하고 싶던 가치가 연대와 성장이었으니까요. 고복희는 이 일이 아니었다면 홍금보와 평생 만나지 않았을, 가장 간극이 큰 인물로 만들고 싶었고요. 강노라는 흔히 말하는 상속녀와는 거리가 있는, 아방하지만 어릴 때 유괴 상황에서도 본인을 지켰던 것처럼 중간중간 핵심 찌르는 말을 던지기도 하는 인물이면 좋겠다 했죠. 김미숙은 당시 흔하던 ‘미스’라는 호칭과 관련해 ‘미스 김’이 주는 상징이 있잖아요. 그래서 김씨 성을 가져갔어요. 홍금보라는 이름도 평범하지 않고 홍장미, 강노라, 고복희 다 당시 이름과는 다른 느낌인데 김미숙은 훨씬 일반적으로 대명사처럼 쓰던 이름을 주고 싶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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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엔 공간을 중심으로 홍금보가 증권감독원에 있으니까 상사와 동료가 필요한데, 동료는 홍금보를 시기 질투하는 남자 동기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남동기로 설정했고요. 상사이자 사부는 홍금보의 잠재력을 가장 인정해 주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민증권 본사로 왔을 때는 위기관리 본부. ‘본부’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사실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하지만 여긴 없었으면 좋겠다, 정말 허울뿐인 부서인데 여기서 하루 종일 노는 이 사람들이 사실은 각자의 무언가를 하고 있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소방차라고 하는 숨은 조력자 ‘예삐’ 후보군은 제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본 부장님들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어서 배치했어요.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아서 직업을 바꾼 건데 작가 생활을 하다 보니까 회사 생활이 제 밑천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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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다니면서 작가 수업을 받고, 대본 작업을 하면서 다시 학교에 다니는 이중생활을 연이어 한 문현경 작가 그 자신이 주인공 홍금보에게 그대로 투영됐다."


작가 지망생 시절, 회사에 다니면서 쓴 습작들을 쭉 살펴봤는데 언더커버물인 듯 아닌 듯 ‘나는 회사원이 아니야’라는 느낌으로 쓴 단막들이 몇 개 있더라고요. 그게 아마 저였겠죠.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회사를 떠나 다른 직업을 향해 가고 있는 걸 언더커버처럼 쓰고 있었던 거죠. 그걸 확장해서 새로운 드라마를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 뒤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전문사 과정에 들어가면서 졸업 작품으로 준비했던 게 지금의 <언더커버 미쓰홍>이에요. 그때는 <미스 언더커버 보스>라는 제목이었고, 여성 중심 서사로 기숙사 룸메이트들이 중심이 되어 후반에 케이퍼물을 진행하는 건 같았어요. 당시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제작사에 양해를 구하고 초반 구성을 학교에서 합평을 받으면서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제가 학교에 다니며 느꼈던 경험들도 초반 에피소드로 자유롭게 녹여낼 수 있었고, 그런 부분이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1997년 외환위기는 대본 집필 과정에서도 어려운 고비가 됐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휘청이게 된 가장 약한 존재, 룸메이트 김미숙의 거취가 고민이었다."


김미숙이라는 캐릭터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걸로 대본을 썼는데 반응들이 다 너무 달랐어요.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어두워서 반감이 들 수 있으니 다른 쪽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까, 다시 살아나지 말고 죽음으로 끝나는 게 훨씬 더 각성이 될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가 있는 엄마인데 엄마로서 자격이 없는 행동을 주는 거 아니냐, 애를 두고 잠깐 회피하듯 도망갔다 돌아오면 어떨까···
저는 그 모든 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굉장히 고집했던 부분인데요. 실제로 IMF 당시 아이를 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많았고,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도 많았어요. 시대상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을 그렇게까지 코너로 몰아간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중요한 장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뒤에 죽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시청자에게 계속 노출되고 시청자들이 애정을 준 캐릭터인데 그 캐릭터가 중반에 죽는 건 극성을 올리는 것과 상관없이 시청자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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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계속 반대했어요. 나중에는 종교적으로 봤을 때도 외부의 비난이 있을 수 있으니 극단적 선택은 안 된다는 의견이 와서 천주교 홍보팀에 문의 메일을 보냈어요. ‘저희가 이런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데 천주교 신자인 이 캐릭터가 이런 설정에서 이런 선택을 하는데 혹시 이 부분에 대해 허용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얼마 후에 답장이 왔는데 그 답장이 저한테 엄청 감동적으로 다가왔어요. ‘교리상으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가 옳지 않지만 문학적으로 잘 표현해 주시리라 믿는다. 다만 생명 존중의 의미를 꼭 담았으면 좋겠다.’ 저도 정말 그런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대본을 쓰면서 그 답장의 메일을 컴퓨터 옆에 붙여놨었어요.

 

 

(중략)

 


홍금보의 룸메이트 김미숙의 딸 여섯 살 봄이는 놀이터에서 함께 그네를 타던 재벌가 상속녀 강노라에게 자신이 하고 있던 머리핀을 빼주며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머리핀이야. 비밀인데, 이걸 하면 힘이 나.”
<언더커버 미쓰홍>에 그려진 시대적 상황이 묘하게 겹치는 요즘, 이 작품을 권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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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trwawebzine.kr/page/vol241/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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